brunch

행동이 뇌를 바꾼다

by 권석민

지난 토요일, 대학원 박사 과정 연구 방법 총론 수업 중에 있었던 일이다. 평소 수면 부족으로 늘 피곤했던 탓인지 교수님의 강의가 자장가처럼 들렸다. 그날은 '심슨의 패러독스'라는 평균의 오류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교수님이 특별히 질문한 것도 아닌데 무심코 내가 이해한 내용을 말했고, 교수님은 추가 설명을 요청하셨다. 순간 당황해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졸음에 빠져있던 뇌가 갑자기 긴장하면서 생긴 그 난처한 장면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집에 돌아와 수업 내용을 복습하며 비로소 어느 부분을 놓쳤는지 깨달았다. 만약 교수님 말씀을 그냥 듣기만 했다면, 내 뇌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마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동선의 궁금한 뇌' 유튜브 채널에서 "일단 시작하고 행동해야 뇌가 바뀝니다"라는 방송을 들었다. "나를 위한 길이 어딘가 있어서 내가 그 길을 걷는 게 아니라, 걸어가다 보면 그 길이 나의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우리 인생은 미리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여정이라는 내용이었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일본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지의 책들, 특히 『나답게 살고 싶어서 뇌과학을 읽습니다』와 『삶이 흔들릴 때 뇌과학을 읽습니다』를 인용하며, 행동이 먼저이고 뇌가 그에 맞춰 변화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뇌의 기본 기능은 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적절한 출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책에서는 입력보다 출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접해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외국어 공부는 책을 백 번 읽는 것보다 실제 외국에 가서 서툴더라도 직접 말해보는 경험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장동선 박사는 우리의 정신 상태가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즉 출력이 뇌를 변화시키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의욕이 생겨서 행동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행동을 시작한 후에야 의욕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시작이 반이다'가 아니라 '시작이 전부'인 셈이다. 일단 시작하면 뇌는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마련한다. 막연히 의욕이 생기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하면 생각이 따라온다.


이런 원리는 직장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함께 고민하며 누군가를 돕게 되면, 도움을 받은 사람뿐 아니라 도움을 준 사람도 긍정적인 효능감을 느낀다. 외로울 때 사람 만나기를 꺼리지만 막상 만나고 나면 외로움이 줄고 사회적 관계도 좋아진다. 중요한 것은 현재 마음 상태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이로운 행동을 먼저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거짓말이나 일 미루기 같은 부정적 행동을 반복하면, 뇌가 그런 행동에 익숙해져 습관이 된다. 어떤 행동을 하든, 그것이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반사 작용'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반사는 무릎 반사처럼 특정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즉각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변에서 센스 있고 일 잘하는 사람들은 복잡하게 고민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반사 행동을 훈련해 습관으로 만들면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더 많은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에 부정적이거나 공격적인 반사 행동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긍정적인 반사력을 키우려면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어떤 기술을 배울 때 처음부터 잘못된 방식으로 익히면 나중에 바르게 고치기 어렵다. 뇌는 자주 한 말과 행동을 기억해 특정 상황에서 자동으로 반응한다. 새로운 상황에서 "싫습니다" 또는 "못합니다" 대신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반복된 훈련으로 습득된다.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이런 긍정적인 반사력을 꾸준히 키워온 결과다.


우리를 결정짓는 뇌의 습관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직접 행동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앞서 경험한 수업시간에도 교수님 말씀을 듣기만 했다면 수업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뇌과학 책으로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을 바탕으로 작은 행동이라도 즉시 실천하는 것이 뇌를 변화시키고 원하는 자신으로 성장하는 첫걸음이다. 지금까지 고민만 했다면, 이제는 그 고민을 행동으로 바꿀 때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28화주말 아침 사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