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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실패 없이 실패감을 느낄까

by 권석민 Mar 03. 2025

나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도전 앞에 두려워하고, 하루하루의 삶을 제대로 정리하고 마무리하지 못하는 좌절감과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차에 우연히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박선웅 교수의 "왜 실패 없이 실패감을 느끼는가"라는 강연을 듣게 되었다. 


강연에서는 2021년 6월 카이스트에 설립된 실패 연구소의 사례를 소개했다. 실패 연구소는 실패를 딛고 성공한 경영 사례를 찾아내거나 실패에 대한 심리학 연구를 소개하는 등 실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설립되었다. 실패연구소의 프로그램 중 "포토 보이스"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자신에 대한 실패 경험을 사진과 글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과정이다. 3주 후 포토 보이스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모여 실패 경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데 한 학생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저는 늘 실패하고 있다고 느껴서 실패연구소가 나 같은 사람을 연구하는 곳인가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포토보이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내 일상을 매일 관찰하다 보니 생각보다 내 삶에서 실패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나는 왜 그토록 실패하고 있다고 느꼈을까요?"라고 말했다.


학생은 "실패의 순간을 찾지 못해 과제가 요구하는 사항을 이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발견’ 자체가 스스로에게는 중요한 성공의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실 하루하루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실패보다는 성공 경험을 훨씬 많이 한다. 시간 맞춰 회사에 출근하기, 업무시간 내에 일을 마감하기, 안전하게 집에 돌아오기 등 의식하지 못했던 '성공의 순간'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산다. '왜 실패했다고 느끼는 걸까?'


앞서 '포토 보이스' 프로젝트에서 발표한 학생은 카이스트에 입학하기 전에는 고등학교에서 1, 2등을 하던 학생이었다. 카이스트라고 하는 우수한 학교에 입학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막상, 카이스트에 들어가 보니 전교 1등이 천명 가까이 모여있는 것이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학생과 비교를 하게 되면 굳이 자기가 실패한 것이 없어도 자신은 실패자라는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된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찾게 되면 1등 빼고는 모두 실패자가 된다. 남들과의 비교로 성공을 판단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대 사회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로 인해 세상 사람 들어 모두 자기보다 잘 살고 있는 듯한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해변, 고급스러운 호텔, 비싼 수입차 앞에서 찍은 사진들이 넘쳐난다. 그것은 매일매일의 일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빛나는 사진을 찍고 빛나 보이는 사진만을 선별해서 SNS에 올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는지다. 실패하지 않았어도 항상 실패감에 젖어 살지 않기 위해서는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기준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의 내부에 이런 기준이 굳건하게 정립되어 있으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실패감에 젖지 않는다.


자신만의 가치체계를 정립해 놓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자신이 누구이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박선웅 교수의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에게 정체성 형성 수준을 측정하였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에 대한 기사를 읽게 한 후 자기 자신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더니, 연구 결과 정체성이 잘 형성된 사람은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 대한 기사를 읽어도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이들은 "그래 당신은 정말 훌륭하구나, 근데 나는 나만의 길이 있어. 나는 그 길을 잘 걷고 있고 그래서 괜찮아."라고 생각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에게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직접 고르게 하고, 그 사람이 어떤 면에서 더 뛰어난지 세 가지 정도 적어달라고 했다. 그 후 자기 자신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로, 정체성이 잘 형성된 사람은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신만의 가치 체계를 확립하는 정체성 형성은 타인과의 비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 준다. 정체성이 잘 형성된 사람은 타인과의 비교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으며, 이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자기 확신을 갖게 한다.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깊은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나는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은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목표와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질문은 매 순간 반복해야 한다. 우리는 자기의 행동과 선택을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때, 진정한 의미의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 


끊임없이 나의 내면을 들어다 보고, 질문하며, 관심 있는 일을 찾아서 해보자. 작은 시도를 통해 나의 미래를 찾아가자. 내가 꿈꾸는 목표로 성장하는 삶을 살자.


- 출처: 박선웅,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 <정체성의 심리학, 2020, 21세기 북스>


 우연히 "왜 실패 없이 실패감을 느끼는가"라는 강연을 듣게 되었다.


이 강연의 내용은 이러했다. 2021년 6월 카이스트에 설립된 실패 연구소의 사례를 소개했다. 실패 연구소는 실패를 딛고 성공한 경영 사례를 찾아내거나 실패에 대한 심리학 연구를 소개하는 등 실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설립되었다. 실패 연구소의 "포토 보이스"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자신에 대한 실패 경험을 사진과 글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과정이다. 3주 후 참여했던 학생들이 모여 실패 경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학생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늘 실패하고 있다고 느껴서 실패연구소가 나 같은 사람을 연구하는 곳인가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포토보이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내 일상을 매일 관찰하다 보니 생각보다 내 삶에서 실패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나는 왜 그토록 실패하고 있다고 느꼈을까요?"


이 학생은 말했다. "실패의 순간을 찾지 못해 과제가 요구하는 사항을 이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 발견이 스스로에게는 중요한 성공의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실 하루하루의 일상을 여다보면 우리는 실패보다는 성공 경험을 훨씬 많이 한다. 우리는 시간 맞춰 회사에 출근하기, 업무시간 내에 일을 마감하기, 안전하게 집에 돌아오기 등 의식하지 못했던 '성공의 순간'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우리는 '왜 실패했다고 느끼는 걸까?'


앞서 '포토 보이스' 프로젝트에서 발표한 학생은 카이스트에 입학하기 전에는 고등학교에서 1, 2등을 하던 학생이었다. 카이스트라고 하는 우수한 학교에 입학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막상, 카이스트에 들어가 보니 전교 1등이 천명 가까이 모여있는 것이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학생과 비교를 하게 면 굳이 자기가 실패한 것이 없어도 자신은 실패자라는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된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찾게 되면 1등 빼고는 모두 실패자가 된다. 우리나라 기업 중 시가총액이 1위인 기업이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기업들은 모두 실패한 기업일까?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기업의 성공도를 가늠한다면 그렇다. 미국 기업 애플의 시가총액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전체 기업의 시가총액보다 많다. 시가총액으로 비교하자면 삼성전자도 게임이 안 되는 것이다.


남들과의 비교로 성공을 판단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대 사회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로 인해 세상 사람 들어 모두 자기보다 잘 살고 있는 듯한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해변, 고급스러운 호텔, 비싼 수입차 앞에서 찍은 사진들이 넘쳐난다. 그것은 매일매일의 일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빛나는 사진을 찍고 빛나 보이는 사진만을 선별해서 SNS에 올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는지이다. 실패하지 않았어도 항상 실패감에 젖어 살지 않기 위해서는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기준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의 내부에 이런 기준이 굳건하게 정립되어 있으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실패감에 젖지 않는다.


자신만의 가치체계를 정립해 놓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자신이 누구이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박선웅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참여자들에게 정체성 형성 수준을 측정하였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에 대한 기사를 읽게 한 후 자기 자신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더니, 연구 결과 정체성이 잘 형성된 사람은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 대한 기사를 읽어도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이들은 "그래 당신은 정말 훌륭하구나, 근데 나는 나만의 길이 있어. 나는 그 길을 잘 걷고 있고 그래서 괜찮아."라고 생각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에게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직접 고르게 하고, 그 사람이 어떤 면에서 더 뛰어난지 세 가지 정도 적어달라고 했다. 그 후 자기 자신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로, 정체성이 잘 형성된 사람은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신만의 가치 체계를 확립하는 정체성 형성은 타인과의 비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 준다. 정체성이 잘 형성된 사람은 타인과의 비교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으며, 이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자기 확신을 갖게 한다.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깊은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나는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은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목표와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은 매 순간 반복해야 한다. 우리는 자기의 행동과 선택을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때, 진정한 의미의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



- 참고: 박선웅,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 <정체성의 심리학, 2020, 21세기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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