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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하다 Nov 03. 2024

이별

사적인 이야기

살다 보면 나랑 마주칠 일도 없고,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가장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힘들어서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은데 또 그 사람이 나를 걱정해 주기는 싫어서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것은 나의 가장 사적인 이야기이다.




정말 많이 생각해 왔던 순간,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다는 말.


생각보다 나는 많이 울지 않았다. 그가 생각보다 많이 울었다.


그가 떠나기를 5분 정도인가를 남겨두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서로를 봤다. 내가 좋아하는, 보고 싶어 했던 그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게 보였다. 나는 그전까지 울지 않았는데, 이때 눈물이 가장 많이 났다. 자기가 더 많이 울고 있으면서 나의 눈물을 닦아주더라. 마지막까지 그는 바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가 나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을 때부터 안고 싶었다. 나 또한 참고 기다렸다가 이제야 안았다. 그가 나를 꽉 안는 게 느껴졌다. 그가 많이 울었다.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내가 그와 헤어진다면, 그가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서였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리고 헤어지는데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도 나와 비슷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조금만 더 이기적이었다면, 내가 더 기다리겠다고 조금만 더 만나달라고 붙잡았을 텐데, 그래도 마지막까지 그를 사랑해서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다른 일로 충분히 힘들어하고 있는 그에게 나 또한 그의 또 다른 힘든 일과 책임감으로써 비롯되는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데 헤어질 수 있나.

사랑해서 헤어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상대방은 모르겠는데, 일단 나는 그랬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고, 사랑받았고, 나 또한 스스로를 많이 되돌아보며 이 관계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낀다. 내가 사랑하는 데 있어서 불안해하고, 관계에 있어서 재려고 하는 마음이 크며,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기에만 급급했지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잘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나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다면서 미안해했다. 사실 그렇게 상처받으며 관계를 이어간 것도 내가 선택한 일이었다. 내가 그로부터 상처받았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가 나의 상처를 만져주고, 나를 행복하게 하던 순간들을 선택했다. 나는 그러한 나의 선택에, 내가 그를 사랑했다는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 그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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