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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하다 May 12. 2024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것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대답

 학생 때는 남들과 같은 교복을 입고, 주변에서 다니라고 하는 학교에 다니면서, 짜여 있는 시간표에 맞게 수업을 들었다. 그 시절 ‘나’는 그저 학교의 일부분일 뿐이었고, 다른 사람과 내가 달라지기보다는 비슷하게, 혹은 (나보다 더 성적 면에서 우수한) 다른 학생들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오히려 내가 뒤처지거나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느껴지는 면이 있다면, 그 점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학교와 교육과정 속에서 나는 그저 ‘보통의 학생 1’이었다. 그리고 같은 환경 속에 있었다면 내 친구들, 내 선배나 후배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등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나 성인이 되고 나니, 나는 더 이상 교복도 입지 않았고 짜인 시간표도 주어지지 않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사회의 부속품으로서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구성하게 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함께 구성하게 되는 사회를 인식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간접적으로 배운 사회는 전자의 모습이었는데, 정작 내 앞에 놓인 사회는 후자의 모습이었다.


 물론 사회의 부속품으로서 내가 존재할 방법도 있다. 아주 잠깐은 내가 알던 것과 내가 마주한 세계 사이의 괴리감이 존재하여, 원래 하던 것처럼 살아가면 안 될까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 어느 무엇인가를 오래 생각하고, 소중하게 다루고, 노력하여 가꾸어주면 그 대상에게 애정이 생긴다. 나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미 짜여 있는 길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다른 사람 혹은 사회가 하라는 대로만 한다면 과연 그렇게 채워진 삶도 사랑하게 될까?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게 될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답한다.


 나는 내 삶을 아껴주고 싶었다. 한번 사는 인생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다운 것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랐다. 이러한 내 삶에 대한 욕심에서 나의 질문은 시작되었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삶을 살아가면서 계속 떠오르는 질문은 몇 가지는 답이 없는 질문이었고, 몇 가지는 답이 있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러한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졌고, 가끔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던졌다. 다른 사람의 질문이 곧 나의 질문이 되기도 하였고, 질문이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그 질문 자체가 하나의 답이 되기도 하였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사실 내가 살아가면서 평생 대답을 찾아야 한다. 23살의 내가 답을 내려도 20년 뒤인 43살의 내가 내린 답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것이 꼭 하나만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이제 막 성인으로써 사회에 한 발을 내디디던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은 결국 주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행이 생기고, 저물고, 빠르게 유통되는 정보들로 인해 급박하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넘어지지 않고, 이 땅에 굳건히 서있도록 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찾음으로써 미래의 내가 힘든 상황 속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또는 무너지더라도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금의 내가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내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한다고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들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더 색다른 경험을 시도해 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나의 세상을 넓힐 수 있도록 해준다.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며, 이 세상 모든 것에서 작은 것이라도 배울 수 있음을 깨닫고, 끊임없이 나 자신을 갈고닦을 수 있도록 해준다. 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최소한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언제나 새로운 곳이고, 흥미로운 것들로 넘쳐나는 것이다.


 물론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내가 앞에서 언급한 것이 정답은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것’은 각자가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찾고 있다면, 혹은 찾았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경험을 우리나라의 학생들, 혹은 지금 막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드넓은 세상을 마주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들이 만약 과거의 나처럼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한다면 조심스럽게 그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 주고 싶다. 최소한 자신에게 필요한 질문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보는 과정도 좋다.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으면 좋겠다. 그들이 그 빛을 내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선 나부터 나만의 빛을 예쁘게 가꾸고, 다른 사람의 빛 또한 예쁘게 봐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오늘도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이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미래의 나는 어떠한 빛을 내고 있을지 궁금해하며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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