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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7. 2022

8.2 새내기 교사의 성장기

  교사라면 누구나 새내기 교사 시절이 있을 것이다. 새내기 교사 시절에는 뜨거운 열정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무모한 용기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불의를 보면 거침없이 발언하고, 무한 긍정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도 새내기 교사 시절을 떠올려 보고,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임용고사 최종 합격! 합격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2월부터 신규교사 연수를 시작으로 좌충우돌 새내기 교사가 되었다. 연수가 끝나자마자 00고등학교로 발령이 났다. 00고등학교는 2013년 3월에 설립하였으며, 2014년에 신입생을 처음으로 받았다. 새롭게 지어진 학교여서 그런지 교실 및 학교 시설은 너무 좋았으나 학교 주변에는 공사 중인 아파트가 많았다. 발령이 난 후 교육청 장학사님께서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학생들 잘 부탁드립니다.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나는 교육청 장학사님께 이렇게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하겠습니다.”


  이 당시에는 새로운 학교에서 처음으로 시작하는 교직생활을 멋지게 해 내고 싶었다. 초등-중등-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들께 받았던 사랑을, 임용고시를 치르면서 다짐했던 것들, 네팔에서 가졌던 꿈을 잊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며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00고등학교에 첫 출근 날, 학생부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선생님들은 분주하게 복도를 뛰어다니시며 화를 내고 계셨다. 저 멀리 보이는 화장실에서는 하얀색 연기가 슬며시 기어 나왔다. 학생들이 아침부터 구름과자를 먹고 있었다. ‘그럴 수 있지…’ 나의 중학교 때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친구 3명만 모이면 세상 무서울 것 없었었지…’ 이때부터 학생들과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면서부터 등굣길을 관찰하였다. 어디선가 숨어서 구름과자를 먹고 있는 학생이 있는지, 구름과자를 먹은 흔적이 있는지 찾아다녔다. 당연히 버스 정류장 근처, 주변 아파트 공사 주변 등에서 구름과자를 먹다가 걸린 학생들이 있었다. 이 학생들은 교실이 아닌 학생부로 직행하였다. 쉬는 시간이 되면 화장실과 옥상으로 갔다. 구름과자를 먹고 난 부스러기는 있으나, 구름과자를 먹고 있는 학생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점심시간에는 화장실, 옥상, 쓰레기장, 주변 아파트 및 공원 등으로 매일 순찰을 갔다. 매번 순찰을 갈 때마다 제발 구름과자를 먹고 있는 학생이 없기를 빌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구름과자를 먹고 있는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방과 후에는 지역 주민들의 신고로 인해 현장 검거를 위해 긴급 출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추격전을 하면 할수록 구름과자를 먹는 학생들은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더욱 은밀하게, 더욱 위험한 곳에서, 더욱 처절하게 도망을 다니는 학생들을 보았다. 혹시나 구름과자로 인해 퇴학을 당하거나 도망을 치다가 다치기라고 한다면 이 또한 걱정이 되었다. 이때 교육청 장학사님께서 나에게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 학생들 잘 부탁드립니다.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구름과자를 먹지 못 하게 하려면 먼저 학생들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학교에서 구름과자를 먹고, 친구들로부터 영향력이 있는 일진 학생들과 친해져야 했다. 그러나 선생님과 친해져 본 적도 없고, 표현이 서툰 이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는 일진 학생들을 발견했다. 아마 공을 차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구름과자를 먹으러 가기 위한 틈을 찾고 있는 거였을 것이다. 일진 학생들에게 다가가서 슛 내기를 했다. 자존심이 강한 일진 학생들은 내기에 응했고, 그 내기에서 일진 학생들이 이겼다. 이후부터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축구, 농구, 족구를 하면서 일진 학생들과 친해졌다. 그리고 체육시간에는 일진 학생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서 뽐낼 수 있는 기회도 주었다. 일진 학생들과 친해졌다고 하여, 일진 학생들이 나의 말을 잘 듣고 행동의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나를 보면 도망가지 않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 학교생활규정을 어겨서 학생부로 오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설령 그 이야기가 거짓인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들어주었으며, 가끔은 속아 넘어가기도 하였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학생들과의 래포(Rapport)가 형성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이에 발맞춰 나의 일상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등교하여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 하게 되었고, 쉬는 시간에는 교실로 학생들을 찾으러 가고, 점심시간에는 학생들과 축구 또는 농구를 하고, 방과 후에는 동아리 활동을 하였다. 구름과자를 먹는 학생들이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교내에서 구름과자를 먹는 학생들은 없어졌으며, 학생들은 구름과자를 먹는 것이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학교에서 지도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00고등학교에서 5년 동안 근무하면서 학교와 학생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와 동시에 내가 성장하는 걸 느꼈다. 만물은 만유인력 법칙에 의해 서로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다. 내가 만났던 학생, 교사, 학부모, 관리자 등도 나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나도 어떤 누군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였을 것이다. 앞으로도 나를 만나는 학생들, 선생님들,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무언가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학창 시절 선생님께 받았던 사랑을 나의 학생들에게 돌려줄 수 있고, 임용고사를 치르면서 다짐했던 것을 지켜나갈 수 있고, 네팔에서 가졌던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상이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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