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작가의 최근작입니다. 지난번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을 읽고 그녀에게 홀딱 반한 상태이다 보니, 이 책을 안 읽을 수 없었습니다. “문학과 독자의 ‘사이’를 잇고 싶은 사람’이라는 작가 소개 글이 인상적입니다.
‘감수성’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감수성은 “느끼고, 깨닫는 능력에 더하여 살아가고, 이겨내는 능력을 키우는 힘”을 의미합니다.
총 3부로, 43가지(책에서는 ‘강’이라 표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디를 펼쳐 읽든 무방한 구조입니다.
본인 스스로를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 소개하면서도, 타고난 감수성 때문만은 아니라 지금까지 매일 ‘훈련해 온’ 감수성 덕분에 지금껏 행복한 글쟁이로 살아가고 있다 이야기하는데요. 그녀의 글쓰기 리츄얼을 한 번 살펴볼까요?
그녀는 매일 아침에 반드시 하루 한 페이지씩 글을 씁니다. 일단 한 페이지를 쓰고, 나중에 다시 읽고 퇴고와 윤색을 합니다. 이런 하루 한 페이지의 글이 1년 모이면 365 페이지의 글이 되어, 책 한 권 분량이 나온다는 式입니다. 매일 글쓰기의 방법으로 ‘리뷰형 글쓰기’와 ‘문답형 글쓰기’를 제시하는데요. 매일 아침 짧은 글을 한 편씩 읽고 그 글에 대한 느낌을 써 보는 것이 리뷰형 글쓰기입니다. 좋은 신문 칼럼을 골라, 세 번 정도 반복해 읽고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는 방식입니다. 스스로 질문을 하고 스스로 대답하는 글쓰기가 문답형 글쓰기입니다. 어떤 소재를 발굴해 글을 쓰는지에 대해선 자꾸 써보고,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면 감수성이 발휘되어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쓸 수 있음을 스스로 보여줍니다. 이런 글들이 모여 이 책을 이뤘습니다.
2부에서는 미술작품 이야기가, 3부에서는 책과 동화에서 파생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룹니다. 작가님의 글쓰기 주제가 주로 책, 음악, 미술에서 출발하였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책 중간중간에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옮겨 봅니다.
“사랑의 대상이 되기 위해 전전긍긍하기보다 내가 먼저 사랑의 주체가 되자.”(44쪽)
“대부분의 사람은 성장하지 않고 그저 늙어갈 뿐이다. 그것은 성숙이 아니라 老化다. 영원의 성숙을 동반하지 않는 육체적 노화야말로 가장 위험하다.”(82쪽) 작가 마야 안젤루.
“타인의 아픔은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의 대상이다.”(119쪽) 수잔 손택.
“오늘이 인생이라는 모자이크의 가장 소중한 한 조각이다. 깨어진 모자이크도 충분히 그 자체로 아름답다.”(158쪽).
“세상의 모든 꽃은 잘라버릴 수는 있어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302쪽. 칠레의 시인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네루다)
무엇보다도 제 마음에 가장 와닿은 문장은 ‘친구’에 대한 두 문장 이었는데요.
“친구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280쪽)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좋게 말하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다.”(284쪽. 영국 성직자 토마스 풀러)였습니다.
나 없는 자리에서 나를 좋게 이야기해 주는 사람. 이런 좋은 친구를 찾기보단, 나부터 이런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여성으로서 가진 섬세함과 감수성으로, 주제와 핵심을 찾아내어 편안한 문체의 글을 쓰시는 정여울 작가님의 책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