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산문집
[또 못 버린 물건들]
은희경, 난다, 2023.08월(큰 글자책 2025.08월), 볼륨 264쪽.
은희경 님의 산문集입니다.
작가는 1959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늦은 나이인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이중주>로 등단합니다. 등단 후 원고 청탁이 없자, 작품활동을 위해 절에 들어가 집필한 작품이 [새의 선물]입니다(대표작이기도 합니다). 등단한 지 3년 만인 1998년 제22 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아내의 상자>로 수상합니다. 원래 이 작품은 현대문학 1997년 4월호에 게재되었고, 원 제목이 <불임 파리>였다가 이상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후 심사위원들에 의해 제목 변경 제안을 받아들여 작품명이 변경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故 이어령 님의 심사평에, “신진 작가임에도 이상 문학상이 작가의 경력이 아닌 작품의 성과만을 판단하는 작품상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참에 이 작품도 다시 꺼내 읽어 보았습니다. 문제는… 98년도 언저리에 분명 읽은 표시가 있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7년이 지났으니 기억에서 지워진 모양입니다.
책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집합금지 등 외부 활동보다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미처 정리하지 못해 쌓여있던 집안 물건들을 하나 둘 정리하며 쓴 글 24개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은희경이 발견한 일상 속 소중한 기억들로 12년 만의 신작 산문집입니다. 2022.0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채널 예스>에 연재된 <은희경의 물건들>을 고쳐 쓰고, 아이폰으로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함께 실었습니다. 글만 읽으면 상상하게 되는데, 꼭지마다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 분위기와 글을 이해하기 수월합니다.
누구에게나 못 버린 물건들이 있을 겁니다. 물건 그 자체가 소중한 것도 있지만, 값은 얼마 안 되지만 물건마다 담겨있는 추억, 의미들이 있을 테니까요. 작가에게는 필기구가 소중합니다(요즘이야 노트북과 클라우드 저장이 있습니다만).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연필도 여러 종류를 가지고 있네요. 몽블랑 만년필도 있고요. 본인이 애주가임을 밝히고 있는데, 글을 쓰고 처음으로 받은 돈으로 자신이 즐겨 마시는 6개들이 맥주잔 세트를 구입한 이야기, 와인을 좋아하게 되면서 와인 관련 소품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술잔, 감자칼, 우산, 달력, 연필, 만년필, 돌, 목걸이, 가면, 밥솥, 인형, 스타킹, 마라톤 완주 기념메달, 책상, 차량 번호판 등… 관심은 사랑이며, 사랑하게 되면 그때 보이는 세상은 전과 같지 않은 모양입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글쓰기의 교과서와 같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엔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메리 카의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 경험이 글이 되는 마법의 기술] 세 권의 책은 덤으로 알게 됩니다. 도서관에 있는 책이기에, 차근차근 한 권씩 읽어볼 생각입니다.
“삶은 우리의 정면에만 놓여 있는 게 아니다(177쪽).” 옆에도 있고 뒤에도 있는 우리 삶의 다양성이랄까요? 정면에 있으면 돌파해야 하지만, 돌아가거나 피해 가는 것도 삶을 사는 자세임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집에서 쌓아놓은 짐 정리를 할까 합니다. 이사를 가야 정리가 될 텐데, 앞으로도 가까운 시일 내 이사할 계획이 없으니 조금씩이라도 정리를 하려고요. 편안히 읽히는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올해 88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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