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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우 Oct 13. 2022

게으른 완벽주의자에게 보내는 응원

결과보다 과정을, 타인보의 시선보다 내 마음에 집중하기

게으른 완벽주의자


'게으른'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완벽주의자'는 멋지고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어쩌다 상반되는 것 같은 두 가지 말이 합쳐져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준다는 말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결과만 중요시하고 성취로 모든 과정을 평가해버리는 사회'에서 자라난 우리들은 과정보다 결과

보다 타인의 평가에 초점을 맞춰 생존능력을 키워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표본이었던 나.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다가 번아웃이 와버린 이후

탐구하게 된 나만의 원인해결책을 나눠보고 싶다





원인 1. 노력보다 '능력'을 칭찬하는 양육환경


학부 시절 EBS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칭찬'에 대한 주제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영어 단어 20개를 같은 시간을 주고 외우게 한다

그다음 각자 선생님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피드백을 받는다

A집단 학생들에겐 '00 이가 단어를 3개 빼고 다 외웠네! 정말 똑똑하고 머리가 좋구나? 천재 아니야?'라고 칭찬한다

B집단 학생들에겐 'ㅁㅁ이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정말 집중해서 많이 외우려고 노력했구나 노력이 정말 멋지다!'라는 식의 칭찬을 한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A집단에는 '능력'에 대해 칭찬을 했고, B집단에는 '노력'에 초점을 맞춰 칭찬을 했다


두 번째 실험이 시작된다

선생님이 있는 자리에서 영어 단어를 다시 외우게 하는데, 의도적으로 선생님이 5분가량 방을 나간다

여기서 A집단과 B집단의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A집단 학생들은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정답 카드를 몰래 뒤집어 펼쳐보고 답을 적었다

반면, B집단 학생들은 끝까지 고민하며 틀리더라도 기억나는 대로 답을 적어냈다


아이들 인성이 문제인 걸까? 원래부터 도덕성이 결여된 아이들만 A집단에 포집되어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우리는 여기서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양육 환경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과정'보다 '결과'로 평가하며 '노력'보다 '능력'을 평가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

이 속에서 스스로에게 엄격한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이 성장하게 된다



원인 2. 과도한 통제 욕구로 인한 높은 불안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많은 경우의 수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는데, 대부분이 자기 통제 밖의 경우들을 떠올린다. 실행도 하기 전에 '불안'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 한다.

그 수단으로 소망과 욕구를 쉽게 포기하며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시 실망, 무력, 좌절을 느낀다

고슴도치 처럼 잔뜩 웅크리고 불안으로 부터 여린 마음을 보호하려 한다



과도한 통제 욕구 → 높은 불안 → 시작 전 포기 → 무기력, 좌절, 우울 → 번아웃


개인마다 순서의 차이가 있지만 보통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번아웃과 우울에 빠지는 루트는 이와 비슷하다


이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결과를 먼저 상상해버려 쉽게 도전하지 않는다.

통제하지 못할 것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보호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예전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었는데 부족한 영어실력과 모아놓은 돈이 부족하다는 점, 치안에 대한 걱정 등으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만 생각하다가 '갔다가 금방 돌아오는 사람도 많던데 내가 그렇게 될 거 같아'라며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소망을 포기해버렸다

그러니 용기가 부족한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게 되고 우울감을 경험했다



원인 3. 비합리적 사고(흑백논리)


오랜 고민 끝에 용기 내어 실행한다고 할지라도 자기 예상과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흑백논리로 상황을 판단해 결과를 '본인의 가치'와 연결 짓곤 한다


예를 들면, 한달에 2kg 감량이 목표였는데 1.5kg만 감량했을 시, 본인이 세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만 보고 '난 의지가 부족해. 이번 다이어트는 실패야'라는 식의 '모 아니면 도' 흑백논리로 노력과 본인에 대한 가치를 평가한다


사실 어떤 일이든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능력' 또한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과도한 통제 욕구, 흑백논리적 사고로 인해 '통제'범위를 넘어선 일들에 대해서 무력감, 불안, 좌절, 우울을 경험하고 번아웃이 쉽게 발생하는 것이다



원인 4. 과도한 생각으로 인한 활력 저하


번아웃이란 심리적, 신체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무기력, 우울, 활력이 사라지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매번 하기 때문에

머리가 쉴 틈이 없고 이는 하루 종일 운동을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몸은 쉬고 있지만 머릿속에서 쏟아지는 온갖 생각들 때문에 낭비되는 에너지로 인해 활력이 사라지며 쉽게 지치게 되는 것이다



어릴 적 능력위주의 칭찬으로 단어카드를 몰래 봐야 하는 상황을 100번은 더 마주치며 자랐을 한국 청년들에게 회사는 다시 '성과로 말하라'라고 한다

자신의 성향이나 심리상태에 대해 인지가 부족한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능력'과 '성과'라는 엄격한 잣대를 본인에게 들이댄다


취미 생활이나 운동, 글쓰기 등 가벼운 도전에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란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를 괴롭힌다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잘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깔려있기 때문에 주위에 도전을 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을 보며 또다시 비교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이제 그만하고 스스로가 안정적이며 따뜻한 보호자와 양육자가 되어야 한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에서 따뜻한 양육자로  


게으른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졌던 내가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먼 미래의 목표 말고 하루치 목표 정하기 (일을 작은 단위로 쪼개기)

목표의 세분화는 가시적인 성취감을 가져다준다

'이게 목표가 돼?'라는 것까지 목표로 삼으면 좋다


예를 들면, 아침에 물 한잔 마시고 출근하기, 도서관에서 책  한 권 빌리기, 저녁 먹고 바로 설거지 하기, 한 줄 글쓰기 등

이렇게 작은 하루치 목표를 달성 후 체크하다 보면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행동들을 위해 내가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먼 미래'나 '결과'를 목표로 삼지 않는 것이다

5분 안에 샤워하기, 10분 동안 영어단어 10개 외우기 등의 예시는 '결과'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하나라도 달성하지 못하면 과정 전체가 의미 없게 느껴질 수 있다

그냥 '행동'에 초점을 맞춰서 목표를 세워보자


둘째, 자신의 에너지 상태 체크하기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평소에도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고 평가에 대한 불안이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리적 에너지를 자신도 모르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 게 없는데 왜 피곤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는 몸은 쉬었어도 정신이 쉬지 못했단 증거

이럴 땐 몰아붙이기보다 몸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온전히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필요하다


셋째, 현존하는 연습하기

현존이란 'Here and Now' '지금-여기'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의 많은 부분을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에 머무르고 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고, 새로운 하루는 매번 시작된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들도 머릿속이 복잡해 힘들 때면 틈새 명상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유튜브에 다양한 명상 가이드 영상들이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영상을 몇 개 찾아 상황별로 따라 해보는 것이 좋다


타이탄의 도구들 저자 '팀 페리스'는 명상을 "세탁기 안에서 생각, 감정과 하나 되어 돌아가던 것을 멈추고,

세탁기에서 빠져나와 생각과 감정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만큼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관찰하는 자세가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우리들에게 필요하다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된 것은 우리의 탓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우리는 스스로를 돌보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따뜻하고 수용적인 양육자가 되어 과정과 노력을 칭찬하고 지지, 격려해보자

무엇보다 '실패'를 '과정'으로 정의 내리고 '배움'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어떤 일이든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소박한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사실은 자신의 소망, 꿈에 대해 가장 큰 욕심을 가지고 있어 시작과 도전이 두려운 우리들에게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며 자신 또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편안해지길

자신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길

인간의 불완전함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응원해주길

이 길의 끝에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원하는 것을 마음껏 누리고 자유롭게 살다갔다고 후회없이 미소지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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