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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들 Oct 09. 2022

뇌는 생존을 위해
걱정과 불안이라는 쳇바퀴를 굴린다

-마음에 내리는 비에 우산이 필요할 때

2.3.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해 걱정과 불안이라는 쳇바퀴를 굴린다

몇 년 전 친구 몇 명을 집에 초대한 적이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 마음이 들뜬 나는 닭볶음탕을 만들기로 했다. 12시에 약속하여 10시부터 전전두피질을 사용해 모든 단계를 계획했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도마를 꺼내 감자를 막 썰려 하는 데 지저분한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요리 계획을 세울 때와 같은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지 5초 만에 몸단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나는 이 일 저 일을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이 일은 걱정이 삶을 얼마나 한심하게 방해하는지 보여 주는 좋은 예다. 우리가 왜 걱정하고 불안을 느끼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걱정과 불안은 조화로운 삶을 방해한다.   


   

걱정은 전두-변연계의 정상적인 대화를 어렵게 한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진은 불안증이 있는 사람과 대조군의 뇌를 fMRI로 스캔했다. 영상 촬영에 앞서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에게 인생에서 가장 걱정되는 일을 생각하게 했다. 두 집단 모두 전전두피질과 변연계의 같은 영역이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구체적인 뇌 영역은 배내측 전전두피질과 전방대상피질이다. 이것은 불안증이 있거나 건강하거나 상관없이 걱정을 담당하는 회로는 누구나 같다는 것을 알려준다. 단지 불안증이 있는 사람은 걱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전두피질과 변연계 사이의 의사소통 회로가 늘 ‘켜짐’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우리를 걱정으로 몰아가는 회로는 계획 세우기, 문제해결, 의사결정을 돕는 그 회로다. 불안을 불러오는 회로는 위험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회로와 같다. 자동차의 큰 엔진은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대신 연비는 많이 떨어뜨린다. 한 가지 좋은 특성이 전부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도 인간답게 만드는 큰 전전두피질이 있다. 전전두피질은 책을 읽고, 저녁밥을 맛있게 할 수 있게 해준다. 바둑을 둘 때 상대의 수를 읽고 어디에 둘 것인가를 머릿속으로 상상한다. 이런 계획은 주로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관여한다. 내측 전전두피질도 감정적인 편도체와 연결하여 합세한다. 이것은 뇌가 상상한 미래의 느낌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해결과 걱정은 내측 전전두피질과 전방대상피질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된다. 둘의 차이는 같은 신경회로에서 생겨나는 감정의 자기지향적 처리의 ‘양’뿐이다. 계획 세우기와 문제해결을 할 땐 자신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 조각을 미래에 투사한다. 이에 따른 예상 결과에 무슨 감정이 들지 평가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걱정도 같은 과정을 거쳐 생겨난다. 걱정에는 계획 세우기와 문제해결을 할 때와는 달리 부정적인 감정이 물들어 있다. 교통사고에 대한 걱정은 아침 출근길 기분을 저조하게 만든다. 기분이 나빠지면 걱정이 더 심해지고 직장생활도 어렵게 되어 우울의 늪에 빠지게 된다.     


친구를 초대하는 식사 계획을 세울 때 나의 전전두피질과 변연계는 의사소통했다. 전전두피질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고 변연계의 느낌을 물어봤다. 차분하게 요리 계획을 세웠을 때 전전두피질은 큰 문제 없이 정보를 선택하고 배열했다. 지저분한 거실이 보이면서 ‘제시간에 준비를 다 끝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엄격한 계획 세우기 과정에서 벗어나 걱정의 늪에 빠져들었다. 변연계의 활동이 과도해진 불안한 상태는 부정적인 감정의 소리가 높아진다. 변연계의 큰 소리가 전두-변연계의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압도하여 단순한 계획 세우기도 어려워진다.     


떨기 때문에 두려워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심리학자 아르네 외만Arne Öhman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는 우리 뇌가 고대로부터 감지해온 위험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참가자에게 1초가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여러 사진을 배열하여 보여 주었다. 사진이 꽃 사진으로 모두 같으면 왼쪽 버튼을 누른다. 버섯 사진에 뱀 사진 1개가 있으면 오른쪽 버튼을 누른다. 참가자는 실수를 적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버튼을 눌러야 했다. 연구진은 수백 건의 반응시간 양상을 조사하여 뚜렷한 패턴을 발견했다. 여러 사진 중에서 다른 사진이 꽃이나 버섯일 때보다는 뱀이나 거미일 때 훨씬 더 빨리 반응했다.    

 


공포 뇌는 광장, 거미, 뱀 등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의 상당수를 지정한다. 뒷산에서 뱀을 본 이후로 나는 한동안 산에 오르지 못했다. 그 순간 뇌 안에서 알 수 없는 공포가 올라왔다. 고대의 위험이 공포 뇌를 강하게 사로잡고 있음이 분명하다. 편도체는 잠재적인 위험을 찾아내고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공포 회로가 활성화되면 불안하다. 공포는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작동시켜 싸우든 달아나든 우리를 빠르게 위험에서 탈출시킨다. 이는 변연계가 매개하고 편도체와 시상하부가 주로 처리한다. 편도체는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시상하부는 투쟁-도피 반응을 한다. 교감신경계를 자극하여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응급 뇌 대부분은 피질 아래 깊은 곳에서 피질 여러 영역과 자기들끼리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구조가 우리의 공포 반응을 발현하는 데 중요하다.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가 핵심이 된다. 또 다른 뇌 영역의 연결망으로 구성되는 우울한 뇌도 있다. 두려움의 회로에는 2가지 경로가 있다. 피질에서 편도체로 되돌아오는 경우와 편도체에서 피질로 뻗어가는 경우다. 후자가 더 다양한 영역으로 연결망이 펼쳐진다. 5명으로 된 편도체 집단과 2명으로 된 피질 집단이 서로 물총 싸움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규모가 작은 집단이 더 많이 젖는다. 이런 해부학적 구조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우리가 두려운 감정에 쉽게 무너지는 이유가 된다.   

  

조지프 르두Joseph LeDoux는 공포 체계를 우리의 생존을 위한 것으로 본다. 두려움 같은 감정은 두근거리는 심장, 땀나는 손 등과 같은 신체감각의 산물로 경험하는 것이다. 공포 체계가 최상의 행동 경로를 취할 때만 느낌은 나타난다. 르두는 응급 뇌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위험에서 살아남기 위해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과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다. 불안은 항상 의식적인 사고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배가 아프거나 호흡 곤란 등 단순한 신체감각일 수 있다. 몸이 아프다는 신호는 많은 경우 신체가 불안을 표현한 것이다. 


불안한 변연계를 진정시키는 방법

불안과 관련한 케임브리지에 있는 의학연구회의 소냐 비숍 연구진은 실험했다. 연구진은 불안이 뇌 활성화를 억누를 수 있는 사람의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성 불안 수준의 정도를 스스로 평가한 사람의 fMRI를 관찰했다. 특성 불안 수준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전두엽 피질의 억제 영역을 활성화하지 못했다. 이는 불안한 사람의 응급 뇌가 아주 빠르고 강하게 발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응급 뇌를 약화하는 억제 중추 반응은 느리다. 고도로 불안한 우울한 뇌는 양쪽으로 잠재적 위험에 크게 반응한다.    

 

응급 뇌는 귀찮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일을 돕도록 고안된 것이다. 불안감은 부작용이 따르는 원시적이고 뭉툭한 마음이 가진 도구다. 응급 뇌의 반응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그 반응이 오래도록 지속한다. 비상사태에만 반응하는 태평한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는 타고난 유전적 조성과 다양한 인생 경험에 따라 나타난다. 유전과 경험은 상호작용하며 우리의 존재 방식을 결정한다. 우리의 공포 체계는 위험이 감지되면 진행 중인 뇌의 모든 과정을 중단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전전두피질은 편도체를 달래고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먼저 우리 삶에서 걱정이나 불안이 생겼을 때 그 사실을 단순히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면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고 전전두피질이 편도체를 달랜다. 한 fMRI 연구에서는 ‘감정을 언어로 옮기기’라는 주제로 실험했다. 참가자에게 감정적인 표정이 담긴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편도체를 관찰했다. 사진 속 감정에 각 참가자의 편도체가 활성화되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자 복외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고 감정적인 편도체 반응이 잠잠해졌다. 감정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감정으로 야기된 효과를 감소시킨다.

     

걱정은 사람이 불안에 대처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다. 그러나 걱정은 좋은 대처법이 아니다. 걱정하면 자신이 문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을 할 뿐이다.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 순간 기분은 좋아지지만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과 같다. 변연계를 진정시키는 더 좋은 방법은 걱정의 바닥에 있는 자신의 불안을 이해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좋은 해법은 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걱정과 불안은 자신을 미래에 투영하는 일이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에서 하는 일에 완전히 몰입하면 걱정과 불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바로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걱정 회로는 계획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돕는 그 회로다. 불안 회로는 위험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회로와 같다. 둘의 차이는 같은 신경회로에서 생겨나는 감정의 자기지향적 처리의 ‘양’뿐이다. 걱정과 불안은 자전거 바퀴처럼 연관되어 있다. 걱정은 주로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불안은 복통이나 호흡 곤란 같은 단순한 신체감각일 수도 있다. 걱정과 불안은 우울증의 두 가지 큰 증상이자 원인이다. 걱정은 주로 전전두피질과 전방대상피질의 몇 군데가 연결되어 매개한다. 불안은 변연계 내의 회로들이 매개한다. 걱정과 불안은 뇌 진화의 산물이다. 걱정과 불안에 관여하는 뇌 회로를 이해하면 불안한 상황에 더욱 잘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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