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내리는 비에 우산이 필요할 때
사람의 뇌는 작은 신경세포인 뉴런 수십억 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각 뉴런은 나뭇가지와 같은 돌기를 이용해 서로 의사소통한다.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떠올려보자. 이 노선도를 보면 신경전달물질계neurotransmitter system의 조직 원리도 쉽게 알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계란 특정한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모든 뉴런을 말한다. 공항철도계는 공항철도와 연결된 모든 동네가 된다. 마찬가지로 도파민계는 도파민을 방출하거나 도파민에 반응하는 모든 뉴런이다. 뇌는 여러 신경전달물질계에 의지해 작업을 처리한다. 신경전달물질계는 각자의 방식으로 우울증에 관여한다.
뇌는 뉴런과 신경교세포glia cell로 이루어져 있다. 뉴런은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뇌에 수백억 개가 존재한다. 뉴런은 제어센터인 신경세포체, 입력기관인 수상돌기, 출력기관인 축삭돌기로 구성된다. 뉴런은 다른 세포와 다르게 전기적 신호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뉴런과 뉴런 사이에 있는 공간을 시냅스라고 한다. 이 공간에서 뉴런 간의 전기적 대화를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 교세포는 ‘접착제’(glue)를 의미한다. 19세기 과학자들이 교세포가 뇌를 뭉친다고 착각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교세포는 뇌의 뼈대로 뉴런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한다. 뉴런에 미엘린이라는 특수 막을 입히고 세균을 공격한다. 죽은 뉴런의 잔해를 없애는 청소부다.
뉴런 하나에 수천 개의 다른 뉴런이 연결될 수 있다. 가까이 있는 뉴런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뉴런과도 연결될 수 있다. 수십억 개의 마이크로칩이 작용하는 것처럼 뉴런은 뇌에 방대한 의사소통 시스템을 만든다. 예로 변연계에 있는 뉴런은 서로 대화하는 한편 일부는 선조체와 전전두피질 뉴런과도 의사소통한다. 뉴런은 전선 역할을 하는 축삭돌기에 전기 신호를 보내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전기 신호가 축삭돌기 끝에 도달하면 화학 신호를 내뿜는다. 이때 나오는 화학신호를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라 한다. 시냅스로 흘러 들어간 신경전달물질은 다음 뉴런에 달라붙어 정보를 전달한다. 이것이 뉴런의 기본 활동이다.
뉴런은 각자 무리를 지어 뇌의 작은 영역에 구체적으로 조직되어 있다. 맡은 역할이 같은 신경세포는 뇌의 같은 위치에서 집단으로 활동한다. 수천억 개의 다른 신경세포들이 집단으로 활동하여 뇌의 움직임이 복잡해진다. 예로 요리할 때 식재료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시각계와 사고계가 작동한다. 재료를 다듬어야 하는 운동계 등이 종합적으로 연계해서 움직인다. 신경세포가 활발히 움직이면 뇌는 성장한다. 뇌의 성장 속도와 상태는 사람마다 다르고 뇌 모양도 다 다르다. 뇌는 인생 경험을 쌓아가면서 유전자를 뛰어넘어 성장해간다. 태어난 후에는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 네트워크가 뇌의 개성을 만든다.
신경과학 초창기에 시냅스에서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에 대해 치열한 싸움이 있었다. 대부분 신경 자극이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튕겨서 정보가 전달된다고 믿었다. 이 믿음을 실험으로 정리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의 약리학 교수 오토 뢰비다. 그는 전기를 이용하는 뇌의 메시지 전달 방식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 생각으로 며칠 잠을 설치고 절망적인 날을 보냈다. 뢰비는 심장박동 속도를 통제하며 심장박동을 느려지게 하는 미주신경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전기 자극이 미주신경에서 심장으로 튕겨서 일어난 것일까? 심장에서 미주신경으로 화학물질이 스며들어서 일어난 것일까? 해결되지 않은 과제였다. 뢰비는 1921년 이 문제로 고민하던 중 꿈속에서 본 것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실험을 했다.
뢰비는 두 마리의 개구리에서 미주신경이 붙어있는 심장을 떼어낸 뒤 움직이는 하나를 링거액에 넣었다. 그 후 이 심장의 미주신경을 자극하니 심장박동이 느려졌다. 뢰비는 바로 두 번째 심장을 같은 용액에 담갔다. 그러자 다른 개구리의 심장박동도 느려졌다. 뢰비의 생각대로 시냅스에서 화학물질에 의해 정보가 전달된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 화학물질을 지금은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한다. 1936년 뢰비는 이 발견으로 영국의 과학자 헨리 데일 경과 함께 노벨상을 받았다.
뉴런의 전기신호와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은 다음 뉴런에 무엇을 지시하는 행동 명령이 아니다. 다음 뉴런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가깝다. 전체적으로 대통령 선거와 비슷한 활동 유형을 보인다. 대통령 후보 중에 누군가에게 투표해서 한 명을 뽑아야 국정운영 방향이 결정된다. 투표인 수가 많은 경합 지역에서 아주 작은 수라도 득표율이 바뀌면 국가가 나아갈 방향이 확 바뀐다. 뇌 활동도 이와 같다. 몇 곳의 중요한 뇌 영역에서 발화하는 비율에 변화가 생기면 전체 뇌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
각 영역에 있는 신경세포는 서로 의사소통한다. 뇌 전체에 흩어져 있는 다른 영역과도 소통한다. 이런 뉴런들의 네트워크를 신경회로neural circuit라고 한다. 뇌는 와이파이로 서로 연결된 스마트폰처럼 움직인다. 1960년대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몇 년 후 세로토닌 결핍설이 등장했다. 지금 우리는 우울증이 아주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안다.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뿐만 아니라 다른 신경화학물질들도 관련돼 있다. 우리 삶은 수십 가지 여러 뇌 회로에 의해 통제받는다. 이 회로 중 다수는 중첩되어 같은 뇌 영역들에 기반을 둔다. 뇌에 있는 모든 신경전달물질계가 영향을 주고받는다.
혈액은 우리가 먹는 음식물, 호흡을 통해 들이마신 것, 눈과 귀를 통해 흡수된 것으로 결정된다. 입으로 들어온 물질은 소화관을 거쳐 분해, 소화, 흡수되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영양분이 된다. 영양분은 혈액에 흡수되어 몸 전체를 순환한다. 이 과정에서 소장 상피는 독소와 자극물,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는다. 소장 상피는 일종의 거름망 역할을 하여 작은 분자를 혈액으로 흡수한다. 뇌 안에도 이와 유사한 거름망이 있는데 혈액뇌장벽이라 한다. 뇌의 거름망은 소장의 망보다 훨씬 세밀하다. 소장 내벽이 찢어지면 창자가 빠져나올 수 있는 것처럼 뇌의 망이 찢어지면 뇌가 빠져나올 수 있다. 이런 상태를 혈액뇌장벽 손상Breach of the Blood-Brain Barrier, B4라고 한다.
B4상태가 되면 뇌 안의 모든 조직이 영향을 받는다.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 살아온 삶, 어떤 독소에 노출되고 어디에 축적되었는지가 당신의 약한 고리가 된다. 이것이 당신에게 걸리기 쉬운 질병이 된다. 1980년대까지 의대에서는 “뇌는 면역의 특권지대다.”라고 배웠다. 혈뇌장벽이 몸의 염증으로부터 뇌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이 학설이 맞는다면 혈액뇌장벽으로 인해 몸의 염증 신호가 뇌에 전달될 수 없다. 그러면 몸의 상태에 따른 기분,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없다. 이 관점은 염증이 생긴 몸과 뇌 사이가 분리되어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몸에 염증이 생기면 우리는 심한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혈액뇌장벽을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베를린장벽처럼 생각하는 것은 대체로 틀렸다. 혈뇌장벽의 내피세포는 구운 벽돌처럼 꽉 막힌 것이 아니다. 내피세포들 사이에는 혈액에서 뇌로 단백질 같은 큰 분자들이 넘어갈 수 있는 큰 틈이 존재한다. 내피세포 벽돌은 면역계의 의사소통 연결망에서 이중간첩처럼 행동한다. 내피세포의 한쪽 면은 혈관의 내피, 다른 면은 외피를 형성한다. 이 혈관의 외피 근처에는 뉴런과 미세신경 교세포들이 있다. 내피세포 안쪽 표면에서는 사이토킨cytokine이 전달하는 염증 신호를 감지한다. 사이토킨은 혈액에 들어있는 작은 크기의 면역 단백질 중 하나다.
내피세포는 염증 신호를 감지해 뇌에 전달하여 미세신경 교세포들을 활성화한다. 몸에서 일어난 염증 신호를 전달받은 뇌도 이런 과정으로 염증에 걸린 상태가 된다. 뇌는 몸의 면역계와 연결되어있다.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여러 경로를 통해 뇌와 몸은 소통한다. 염증 반사는 뇌와 몸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통 방식 중 하나다. 반사란 입력된 자극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신경계의 회로이다. 예로 염증 반사에서 사이토킨 수치가 올라가면 미주신경이 이를 감지해 뇌에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는 혈뇌장벽을 거쳐 미주신경을 타고 백혈구가 많은 비장에 도달한다. 반사적으로 비장 속 대식세포가 사이토킨 수치를 낮춘다. 대식세포macrophage는 자연 면역을 담당하는 중요한 세포이다.
뇌에는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뉴런이 수백억 개가 존재한다. 뉴런은 전선 역할을 하는 축삭돌기에 전기 신호를 보내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런 대화를 하는 뉴런들의 네트워크를 신경회로라고 한다. 전기 신호가 축삭돌기 끝에 도달하면 시냅스에 화학신호를 내뿜는다. 이때 나오는 화학신호를 신경전달물질이라 한다. 시냅스로 흘러 들어간 신경전달물질은 다음 뉴런에 달라붙어 정보를 전달한다. 이것이 뉴런의 기본 활동이다. 뇌의 거름망인 혈액뇌장벽은 소장의 망보다 훨씬 세밀하다. 뇌의 망이 찢어진 상태를 혈액뇌장벽 손상, B4라고 한다. B4 상태가 되면 뇌 안의 모든 조직이 영향을 받아 당신의 약한 고리를 따라 질병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