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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May 21. 2024

노잼시기

아무 것도 아닌 것들

다시 유행처럼 번지는 단어인 노잼시기.

돌고 돌아 결국 나한테도 오는구나.

아직 극복해야 할 것들이

도망쳐도 자꾸 따라오는 것들이

문을 열면 와르르 쏟아질 것 같은데.


이것도 저것도 재미없고

필터 없이 내리는 커피처럼

검정도 투명한 것도 아닌,

애매한 구정물이 나오는 시기


이때 경계해야 몇 개를 다짐해 본다.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지 말자.

되는대로 술을 마시거나 기본적인 운동도

안 하고 널브러져 있지 말자.

단기적인 목표를 세워

의도적으로 도전하고

시간을 할애하기로 한다.

돈은 이럴 때 써야한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자.

'네가 덜 살아봐서 그래'

'너만 힘든 거 아냐'

'나 때는 말이야.'

'다 그런 거야'

같은 무지한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로 한다.


새로운 상황을 의심하고 흘려듣자.

사는 게 재미가 없는데 자꾸 무언가에 엮이면

내가 아닌, 그 상황에 휩쓸려간다.


최근에 들은 소식 중에 

나랑 같이 일하지도 않은 회사 직원이

내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알았다.

A는 아예 일을 안 하고 

B는 일을 못하면서 안 하고

C는 일을 남에게 시키고 하는 척 만 한다는 것이다.

대망의 C가 나였다.


이건 마치 제3자 입장에서 모른 척하고 듣게 되는

나도 모르는 나의 연애사만큼 황당했다.  


나를 둘러싼 잡초들이 1년 사이에

부쩍 자라서 나를 못 괴롭혀서 안달이다.

쉴 틈 없이 알든 모르든

남자든 여자든 잔챙이들이 설친다.


그때도, 지금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 더 모르는 척, 대인배 인 척

A와 B가 아닌 게 어디냐 하면서 웃어넘겼다.

가치 없는 감정 소모는 흘리는 게 답이다. 


늘 그랬듯이 말 못 하고 있다가

돈 내고 하러 가게 되는,

아이러니한 과정 속에 스멀스멀

트라우마가 돼버린다.

그저 흘린다.


조직생활이든 친구관계든 연인관계든

자정작용을 믿고 지저분한 상황에는

최대한 관여하고 싶지 않다.

피한다. 위빙하듯이 스무스하게.


아무리 흘려도 내 귀에는 여전히 

찝찝하게 잔여물이 남아있다.


돛이 없는 배는 돛을 달기 전까지

사람도, 짐도 실어서는 안 된다.

자꾸 어디를 가려고 하면 안 된다.   


노잼은 익숙함과 친구사이이고

익숙함은 소중함을 망각하곤 한다.

공허함에 중요함을 잊지 않기로

스스로 다짐한다.


눈 안에 실핏줄이 다 터져버렸다.


나는 그저 열심히 숨 쉬고 사랑하고

그저 멀리 도망가기 바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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