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행처럼 번지는 단어인 노잼시기.
돌고 돌아 결국 나한테도 오는구나.
아직 극복해야 할 것들이
도망쳐도 자꾸 따라오는 것들이
문을 열면 와르르 쏟아질 것 같은데.
이것도 저것도 재미없고
필터 없이 내리는 커피처럼
검정도 투명한 것도 아닌,
애매한 구정물이 나오는 시기
이때 경계해야 몇 개를 다짐해 본다.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지 말자.
되는대로 술을 마시거나 기본적인 운동도
안 하고 널브러져 있지 말자.
단기적인 목표를 세워
의도적으로 도전하고
시간을 할애하기로 한다.
돈은 이럴 때 써야한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자.
'네가 덜 살아봐서 그래'
'너만 힘든 거 아냐'
'나 때는 말이야.'
'다 그런 거야'
같은 무지한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로 한다.
새로운 상황을 의심하고 흘려듣자.
사는 게 재미가 없는데 자꾸 무언가에 엮이면
내가 아닌, 그 상황에 휩쓸려간다.
최근에 들은 소식 중에
나랑 같이 일하지도 않은 회사 직원이
내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알았다.
A는 아예 일을 안 하고
B는 일을 못하면서 안 하고
C는 일을 남에게 시키고 하는 척 만 한다는 것이다.
대망의 C가 나였다.
이건 마치 제3자 입장에서 모른 척하고 듣게 되는
나도 모르는 나의 연애사만큼 황당했다.
나를 둘러싼 잡초들이 1년 사이에
부쩍 자라서 나를 못 괴롭혀서 안달이다.
쉴 틈 없이 알든 모르든
남자든 여자든 잔챙이들이 설친다.
그때도, 지금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 더 모르는 척, 대인배 인 척
A와 B가 아닌 게 어디냐 하면서 웃어넘겼다.
가치 없는 감정 소모는 흘리는 게 답이다.
늘 그랬듯이 말 못 하고 있다가
돈 내고 토하러 가게 되는,
아이러니한 과정 속에 스멀스멀
트라우마가 돼버린다.
그저 흘린다.
조직생활이든 친구관계든 연인관계든
자정작용을 믿고 지저분한 상황에는
최대한 관여하고 싶지 않다.
피한다. 위빙하듯이 스무스하게.
아무리 흘려도 내 귀에는 여전히
찝찝하게 잔여물이 남아있다.
돛이 없는 배는 돛을 달기 전까지
사람도, 짐도 실어서는 안 된다.
자꾸 어디를 가려고 하면 안 된다.
노잼은 익숙함과 친구사이이고
익숙함은 소중함을 망각하곤 한다.
공허함에 중요함을 잊지 않기로
스스로 다짐한다.
눈 안에 실핏줄이 다 터져버렸다.
나는 그저 열심히 숨 쉬고 사랑하고
그저 멀리 도망가기 바빠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