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세계 질서를 만들어낸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중요한 건, 기존의 패권 국가와 '도전하려는 국가' 간의 마찰이 빚어질 때 잡음이 상당하단 점입니다. 2010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GDP 2위 국가로 부상했습니다. 당시 중국의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10%에 이르면서 경이로운 질주를 지속해왔기에 대략 2030년경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GDP 기준으로 세계 1위 국가에 등극할 것이란 전망도 곳곳에서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작년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가장 낮은 3.0% 성장을 기록했으며, 미국은 2.1%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지 않고, 계속해서 연 7%의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요? 중국의 GDP가 거품으로 이루어졌음을 알리는 '부동산 부실' 문제가 올해 끊임없이 표면으로 드러난 상태에서 과연 중국이 미국과의 경주에 있어 페어플레이를 할지 두고볼 일입니다.
1. 변화하는 세계와 주도권 다툼: 정보화
서두에 제가 말씀드리고픈 얘기의 핵심은
패권에 도전하려는 국가가 패권국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면, 공세적으로 전술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GDP 격차는 2010년대 전망하던 것과 달리 최근 위기 대응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미숙함이 드러났고, 부동산 거품 문제가 잔존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된다면 중국은 미국이 설계한 세계질서를 변경시키고 새로운 룰을 설정하여 미국과의 경쟁을 지속할 것입니다.
이는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목을 모으고 있는 차세대 '정보' 처리 방식에 있습니다.
잠깐 책의 일부 내용을 간접 인용하겠습니다.
5년 후 세계위기는 공평하게 다가온다(김상철, 2016)을 간접적으로 인용하면, 중국이 어째서 반도체 기술 확보에 국가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를 거치지 않고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에 대한 지배권이 영국을 패권국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20세기 초 태평양과 카리브 해(대서양)를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를 미국이 독점 지배함으로써 패권국가 미국을 탄생시켰다. 중국도 이러한 과정을 익히 알고 있고, 비슷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중상주의가 짙었던 18세기, 보호주의 무역을 국가 번영의 핵심으로 간주했던 19세기 20세기를 지나서
세계는 양차대전을 겪었습니다.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시대가 구축됐고, 세계는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질서에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1980년대 3차 산업 혁명의 시발점이 된 컴퓨터(pc)와 인터넷의 발명 이전까지만 해도, 해상을 지배하여 여러 국가와의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과정 속에서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사고관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다만, 정보화의 시대가 도래하고 신용 사회로 완전히 전환됨에 따라 자본주의 질서는 해상 교통이 아닌 '디지털 수단'을 통해서 재정립 되었습니다.
요약하면 20세기 중반부터 세계질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대전환하였습니다. 특히 디지털 세계 속에서의 지배 질서 확립이 현대에서의 패권국이 될 수 있는 충분 조건인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세계의 지배는 반도체 기술을 제외할 수 없습니다.
2. 반도체, 너 누구니?
저는 정외와 경영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문과식으로 반도체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
반도체는 '도체와 부도체'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상온에서 일정 수준의 전력이 공급되면 '전기가 통하는 물체(도체)'의 성질을 띠게 되고
일정 전력이 다시금 차단 되면 '전기가 통하지 않는(부도체)'의 성질을 띠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2진법'으로 설명되는 디지털 신호로서 기능하며, '전구'에 비유할 수도 있습니다.
상상을 해보세요.
수많은 전구가 제각기 전원이 들어왔다 꺼짐에 따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지요.
반도체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능케 하는 기사: https://www.ddanzi.com/ddanziNews/3331563
자, 이러한 반도체의 '8대 공정'에는 웨이퍼 제조, 산화, 포토, 식각, 증착, 금속 배선, 테스트, 패키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금방 기억이 휘발되니 조금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반도체를 기능에 따라 2가지로 먼저 분류해봅시다.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며 정보를 연산/처리 '메모리'가 있으며
'정보를 연산'하는데, 정보는 저장하지 않는 '비(非)메모리'가 있습니다. (비메모리에는 파운드리와 후공정이 있습니다.) 그니까 일단 반도체는 메모리든 비메모리는 정보를 처리하긴 하네요.
우리가 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메모리' 산업을 선두하는 기업입니다.
노랑: 대만 기업/ 초록: 한국 기업/ 파랑: 중국 기업/ 보라: 미국 기업/ 빨강: 일본 기업 및 대만과 일본의 합작 기업
"메모리 반도체는 어떤 디바이스든 모두 스위칭 및 데이터 저장 기능을 갖습니다. 스위칭 기능은 창고에서 데이터 집단을 받을 것인지 받지 않을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문(door)의 여닫이 역할을 하고, 데이터 저장 기능은 말 그대로 데이터를 쌓아두는 창고 역할을 하지요." (위 링크의 일부 구절을 직접 인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차이에 대해서는 해당 링크를 접속하여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메모리 산업의 경우 '비용우위전략'으로 인해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선두했는데
'비메모리 산업'의 경우 값싸게 질좋은 물건을 양산한다고 해서 선두할 수는 없습니다.
파운드리 산업을 예시로 들어봅시다.
(파운드리란?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공급하는, 공장을 가진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를 지칭)
즉, 메모리의 경우 일단 제품을 생산하고 해당 제품을 구매할 사람을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파운드리 산업의 경우 고객사로부터 만들어야 할 제품을 '위탁 받아서' 생산하고 공급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한 번 공급사와 고객사가 거래를 시작하게 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양자 간의 거래는 장기간 이어지겠지요.
자 여기서 다시 '미중' 간 반도체 전쟁 . 즉, '내 반도체' '니 반도체' 이러면서
편을 갈라서야 하게 되는 순간. 메모리의 경우와 달리 비메모리는 위탁받아서 생산하기 참 힘들어겠지요.
물론 요새는 미국이 중국 반도체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기에, 메모리 부문에 있어서도 '첨단' 기술이 적용된 메모리는 중국에게 제공할 수 없게끔 한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