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오기 Dec 25. 2023

그 남자 그 여자(2023)

크리스마스이브에 순댓국을 먹자는 남자와 순댓국이라면 기겁하는 여자 

1.

 전 날, 손님맞이를 치뤄서 쉴 겸 넷플릭스 영화 한 편 보며 쉬고 있는데 

그이가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며 나가자는 제스처를 한다.     


“어디든 가자”     


“어딜?”

     

“나가서 크리스마스를 느끼고 오자.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잖아”     


“난 쉬고 싶은데 ㅠ”


“가~자~~”     


“알~았~써~어~”(못 이기는 척... 저러다 실제 안 간다고 하면 짜증 낼 게 뻔하니~)     

 

 두 명의 중년부부가 롱패딩을 챙겨 입고, 딱히 볼 일도 없는데 영등포로 나간다.     

그들에겐 만만한 게 영등포다.

오라는 사람도 없는 영등포!

롯데도 가고 신세계도 가고 타임스퀘어도 간다.

요즘은 타임스퀘어가 핫플이다.     


타임스퀘어는 특정일마다 이벤트가 풍성하다.

특히 크리스마스트리는 장관이다.

매년 그곳에 가서  V자를 만들며 사진을 찍는다.

아이처럼 스마일도 지어 본다.     


2.

번잡한 백화점을 들어가다가 그이가 그런다.

     

“내가 왜 영등포 가자고 하는 줄 알아?”     


“왜 그랬는데?”     


“너 사진 찍어 주려고, 그래야 별스타에 새 사진 올리지~”     


“어머~~ ㅡ.ㅡ” (그렇게 깊은 뜻이)

     

“그리고 맛난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면 되지 뭐”     


“맛난 저녁?”     


“순댓국이나 해장국이나~~”     


“어이쿠~, 난 이제 진짜 탕 싫어

누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순댓국 먹냐? 맨날 순댓국 타령은~”     


“이브에 순댓국 먹지 말란 법 있나?”     


“그래도~ ,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김치찌개나 먹는 건데~~”     


3.

결국 그들은 백화점 지하에서 각자 좋아하는 메뉴를 시켜 먹고

롯데리아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아이쇼핑만 내리 하다가 집으로 왔다.     


오는 길에 궁동너구리를 보러 갔는데

요즘 너구리가 동면에 들었는지 

너구리 발자국만 보고 위로를 했다.     


그 남자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좋아하는 사진을 몇 장 더 찍어 주고 

그 남자가 좋아하는 '뭉치면 찬다'를 본다고 걸음을 재촉했다.     

영등포의 크리스마스 구경은 그렇게 마무리 됐다.


은근히 마누라 위하는 그 남자와

매번 타박은 하지만 그래도 나가면 신나게 잘 노는 그 여자가

우리도 수많은 인파 중 한 사람들이라는 점만 찍고 왔다.     


크리스마스가 뭔지?

무조건 메리 크리스마스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이가 나 보다 훨 로맨티시스트다.

갱년기의 호르몬 탓인가~~^^)



그 남자 그 여자가 밤 마다 찾는 궁동너구리                                                      영등포에서 돌아오는 길

이전 07화 자두만 보면 군침이 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