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만 보면 군침이 돈다
우리 집엔 없고 남의 집에만 있던 과일이라 그렇게 맛있게 느껴졌으려나~
어제도 그이가 자두를 한 박스나 사 왔다.
조금만 사 오지 저렇게 박스로 사 오면 어떻게 다 먹냐고 하니까 싸서 사 왔단다.
그이는 삼미시장만 가면 나에게 줄 과일을 주로 산다.
내가 잘 먹으니까 떨어질 때만 되면 자두를 사 온다.
주로 세일하는 싼 것만 사 온다.
올여름처럼 자두를 많이 먹은 해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시골에선 금방 나무에서 딴 싱싱한 자두는 먹어봤지만
이렇게 양적으로 많이는 먹어 보진 못 했다.
밥 먹듯 자두를 먹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세 식구 중에 오로지 나만 먹는다.
그이는 윗 치아가 없어 인공 치아를 만드는 대공사 중이라 못 먹고
작은 딸은 매일 야근이라 집에서 잠만 자고 나간다.
오늘은 자두가 너무 많아 자두를 믹서기에 갈아 식탁에 놓고 나왔다.
마셨으려나 모르겠다.
시골 우리 집엔 알이 작은 고야나무는 있었지만 자두나무는 없었다.
자두와 고야는 사촌쯤 되는 듯 맛이 비슷하다.
고야는 좀 더 달고, 알이 작다.
자두는 크기가 크고 단단하며 풍미가 좋다.
자두를 먹으려면 우리 동네 희진이 언니네나
미경이네 그리고 승현이 오빠네나 가야 먹을 수 있었다.
어쩜 우리 집엔 없고 남의 집에만 있던 과일이라 그렇게 맛있게 느껴졌으려나?
어쩌다 한 두 알씩 얻어먹는 자두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과일집에 자두만 보면 군침이 저절로 돈다.
특히 빨간 노지 자두가 아니라 연둣빛 후무사 자두만 보면 자동반사작용이 일어난다.
조만간 자두 중 끝물이라 가을을 알린다는 추희도 한 번 사 오라고 해야겠다.
어쩜 비싸다고 안 사다 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두에는 고향과 고향사람들 그리고 그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시면서 달고 단단하면서 아련한 고향의 맛이랄까?
참.
올해 자두를 너무 많이 먹어 내년부터는 '자두=남편'이라는 공식이 하나 더 추가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