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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Sep 05. 2024

자두만 보면 군침이 돈다

우리 집엔 없고 남의 집에만 있던 과일이라 그렇게 맛있게 느껴졌으려나~

 어제도 그이가 자두를 한 박스나 사 왔다.

조금만 사 오지 저렇게 박스로 사 오면 어떻게 다 먹냐고 하니까 싸서 사 왔단다.  

그이는 삼미시장만 가면 나에게 줄 과일을 주로 산다.

내가 잘 먹으니까 떨어질 때만 되면 자두를 사 온다.

주로 세일하는 싼 것만 사 온다.


 올여름처럼 자두를 많이 먹은 해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시골에선 금방 나무에서 딴 싱싱한 자두는 먹어봤지만

이렇게 양적으로 많이는 먹어 보진 못 했다.

밥 먹듯 자두를 먹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세 식구 중에 오로지 나만 먹는다.

그이는 윗 치아가 없어 인공 치아를 만드는 대공사 중이라 못 먹고

작은 딸은 매일 야근이라 집에서 잠만 자고 나간다.

오늘은 자두가 너무 많아 자두를 믹서기에 갈아 식탁에 놓고 나왔다.

마셨으려나 모르겠다.


시골 우리 집엔 알이 작은 고야나무는 있었지만 자두나무는 없었다.

자두와 고야는 사촌쯤 되는 듯 맛이 비슷하다.

고야는 좀 더 달고, 알이 작다.

자두는 크기가 크고 단단하며 풍미가 좋다.


자두를 먹으려면 우리 동네 희진이 언니네나

미경이네 그리고 승현이 오빠네나 가야 먹을 수 있었다.


어쩜 우리 집엔 없고 남의 집에만 있던 과일이라 그렇게 맛있게 느껴졌으려나?

어쩌다 한 두 알씩 얻어먹는 자두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과일집에 자두만 보면 군침이 저절로 돈다.

특히 빨간 노지 자두가 아니라 연둣빛 후무사 자두만 보면 자동반사작용이 일어난다.

조만간 자두 중 끝물이라 가을을 알린다는 추희도 한 번 사 오라고 해야겠다.

어쩜 비싸다고 안 사다 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두에는 고향과 고향사람들 그리고 그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시면서 달고 단단하면서 아련한 고향의 맛이랄까?

참.

올해 자두를 너무 많이 먹어 내년부터는 '자두=남편'이라는 공식이 하나 더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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