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INFP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홀로 있으며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기를 좋아한다.
아빠 INFP는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 교회 형들에게 어깨너머로 배우고 혼자서 실력을 키워왔다.
아르페지오 주법이나 핑거스타일 연주를 능숙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웬만한 노래들은 들음직하게 반주한다.
홀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며, 음미하며 다시 걸어갈 힘을 얻곤 한다.
딸 INFP는 가끔 피아노를 친다.
초등학교 때 학원도 다니고 집에서 레슨도 받았다.
오랜 시간 배우지는 않았다. 체르니 40을 시작하려다 말았다.
좋아하는 곡을 고르고, 그 곡을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음미하며 연주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살아가다 보니 광야에 홀로 서야 할 때가 온다. 사실 자주 온다.
온몸에 힘이 모두 빠져나가고 다시 충전해야 할 순간이 온다.
어떤 이들은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며 힘을 얻는다.
어떤 이들은 한가로이 책을 읽으며 충전한다.
또 다른 이들은 넷플릭스에 빠지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한다.
우리 딸은 피아노를 연주하며 힘을 얻기를 바란다.
고상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고,
이 방법만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살아가다 보니 아빠 INFP에게 악기 연주만큼 좋은 충전법도 없었다.
때로는 읊조리며,
때로는 울부짖으며,
때로는 눈물 흘리며,
나의 삶을 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딸 INFP도 그 맛을 알게 되기를,
그 깊이와 넓이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
아직 우리 부녀는 합주를 해본 적이 없다.
아빠의 기타와 딸의 피아노가 만들어 가는 시간이 어떠한 맛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
글작가 들불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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