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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불호수 Mar 08. 2023

철부지, 절부지

Episode #7

철부지는 ‘때 철’ 글자를 사용해서 때를 모른다는 뜻에서 왔다는 지인의 말을 들었다.

‘때 철’? 그런 단어가 있나? 검색해 보니 절부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계절을 뜻하는 ‘마디 절[節]’의 절부지가 철부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혹은 ‘철이 없다’, ‘철이 들지 않았다’는 순우리말 ‘철’과 한자어 ‘不知 [부지]’의 합성어로 보기도 한다.


어원이 무엇이건 철부지란 때를 모르는 것, 혹은 철을 모르는 것이란 뜻이다.

이제 곧 연령 계산법이 바뀐다고 해도,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내 나이는 50에 더 가깝다. 50세면 지천명인데 왜 난 아직 철부지 같나?


나아가야 할 때와 머물러 있어야 할 때,

적극적이어야 할 때와 소극적이어야 할 때,

소리쳐야 할 때와 경청해야 할 때,

혼자해야 할 때와 함께해야 할 때,

넘어가야 할 때와 지적해야 할 때,


수많은 판단의 순간마다 어슬렁거리며 미적대는 나를 볼 때가 많다.


아빠 INFP는 아직 모른다.

딸 INFP는 더 빨리 배울 수 있을까?


딸은 입학식을 마쳤고, 본격적인 고등학생의 삶이 시작되었다.

새벽 6시 반에 집에서 나가, 1시간 가까이 홀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가며 딸 INFP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제저녁 동네를 산책하며 딸과 대화를 나누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만남이 가득한 새로운 삶 속에,

딸 INFP 안에 약간의 두려움이 보였다.

이러저러한 말로 딸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하였다.

아빠 INFP의 말들이 얼마나 깊이 딸의 가슴속까지 닿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인생의 수많은 판단과 결정의 순간들 중, 꼭 옳고 그른 결정만이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들은 우리가 만든 결정들 속에서, 그리고 기다림 속에서 성장하는 것임을 깨달아 가기를 기도한다.


겨울이 지나야 꽃은 피고

꽃이 져야 열매가 열리듯,

때를 기다리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항상 꽃은 피고 열매는 열리게 됨을...


그리고 결국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가지는 것보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함께 걷는 삶이 더 아름다운 것임을 알게 되기를...


photo by 들불호수 "홍릉수목원 벚꽃나무"


글작가 들불호수


#MBTI

#INFP

#아빠와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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