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게 과거에도 지금도 학교와 가까이 있는 나의 거주지와 일터.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집은 좁은 찻 길 하나를 중심으로 담 두 개로 구분되기만 했을 뿐 거의 옆 집이나 다름없는 위치에 있었다. 복도 창문에서 집을 보면 베란다에서 꽃 다듬고 있는 엄마가 보일 정도였을 정도랄까. 그러한 점이 이렇게 쓰일지는 몰랐지. 급식이 제공되지만 각자의 수저는 챙겨 다녀야 했던 그때, 지금이나 그 때나 뭘 빠트리는 건 여전했다. 챙겨 오지 않은 날이 부지기수. 뭐 친한 친구 걸로 넌 숟가락, 난 젓가락 대충 나눠 쓰기도 했었다. 근데 수저가 없던 어느 날, 마침 복도에서 저 멀리 베란다에 있는 엄마가 보이는 거다. 창문을 열고 소리를 내뱉었다.
‘엄마!!!!!’
도킹에 성공했다.
‘수저 안가져왔다!!!!!’
아까 말했듯이 사실 없어도 밥 먹는 데에는 지장 없다. 이기적이지만 친구와 내가 조금씩 불편할 뿐. 근데 그날은 모르겠다. 그냥 보이니 아는 척을 하고, 집과 학교 간 소리로도 소통이 가능한 걸 증명해보고 싶었나.
지금 내가 사는 집도 초등학교를 담장으로만 구분된 옆집느낌에 일터 유리로 보이는 풍경이 초등학교 담벼락이다. 출근이 늦은 나의 오전에는 베란다 창으로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소리가 흘러들어오고, 출근하고 한두 시간만 지나면 하교하는 저학년들의 꺄르륵 소리가 문을 타고 넘어 들어오는데 이 소리가 싫지 않다. 잘 때는 시계 또깍거리는 소리도 가끔 거슬려하는 예민한 사람이 아이들이 내는 소리는 괜찮다.
어제는 어린이 손님 두 팀이라 해야 할까, 여하튼 두 번의 방문이 있었다. 첫 번째 친구는 전 날 엄마랑 같이 왔다가 영업시간 이후에 오느라 만나지 못하고 어제 혼자 온 것이다. 삼촌의 선물을 사러 왔는데 이 친구는 어버이날도 왔던 구면인 친구다. 보통은 어린이 친구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고르면 얼마 정도 생각하고 왔어요? 묻고는 그게 그 물건의 가격이 된다. 근데 이번에 고른 건 깎고 깎아도 안되겠다 싶어 ”미안하지만 다른 것도 한 번 봐볼래요? “라고 해서 고른 건 그래도 맞춰줄 수 있어서 예쁘고 예쁘게 포장해서 주었다.
두 번째는 같은 건물 태권도장에 다니는 두 명의 어린이들이었는데, “찾는 거 있어요? ”하니 구경하러 왔단다. “천천히 편하게 구경해요” 하고는 내 할 일을 했다. 조금 보더니 좀 이따 와야겠다 둘이서 얘기하고는 ‘안녕히 계세요!!!’
몇 분 뒤 길에서 울려 퍼지는 “여기 이모가 구경하러 와도 된대!!!!!!” 와 함께 우르르 몰려온 꼬맹이들.
“우와 좋은 냄새난다, 우와아 선인장도 있어! 우와”
귀여운 꼬마들은 그렇게 잠시 보더니 떠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이라 떠들썩한 바깥공기와 소리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다.
어제 퇴근하고 우주와 물리에 대한 영상을 봤는데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다면 지금의 나와 이 모든 것이 우주라는 거
모든 우주는 항상 바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