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생활 속 나의 행동과 생각에 헤니가 남아있는 게 자연스럽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 무던해질까 봐 무섭다. 나의 삶이 끝나는 그날까지 항상 떠올리며 잊지 않고 살길 바라지만 살다 보면 또 지금보다는 띄엄띄엄 떠올리게 되겠지.
오늘 낮 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갔다는데 휴무 날이라 집에 있어서 낮에는 그렇게 더운 줄 모르고 지나갔다. 저녁이 되니 널어놓은 빨래들이 뿜어내는 습도와 맞물려 땀구멍을 공격하는 더위.
씻고 나서 흘리고 싶지 않은 땀 때문에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에어컨을 가동했다.
첫 번째 턴 온 타이밍은 3월 22일.
이유는 사체의 부패 방지였다. 이게 무슨 범죄스릴러스러운 이유인가.
부패를 막고자 했던 사채는 헤니였다.
헤니의 숨이 멎고서 2박 3일을 더 데리고 있었다. 보통은 당일에 화장하러 가는데 더 이상 아프지 않는 헤니와 조금 더 있고 싶었다. 사후경직이 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풀려 정말 자는 것 같은 모습처럼 보였다.
나처럼 금방 화장하지 않는 경우에는 배 부분에 얼음팩을 두어 부패를 늦춘다고 한다. 겨울에는 안 하기도 한다지만 애매한 3월 말의 겨울과 봄의 경계 날씨.
집사의 마음엔 죽은 육신이라도 그마저 차가울까 봐 속상한 마음에 얼음팩을 두지 않고 창만 열어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했다.
그런데 둘째 날 밤엔 약간의 냄새가 났다.
부패하는 냄새였을까, 헤니가 떠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보내주려 했는데 내 욕심에 괜히 오래 데리고 있다가 온전히 못 떠나는 것 아닌지 걱정도 됐다.
그래서 에어컨을 켰다.
'그냥 우리 같이 냉동창고에 있자'
얼음팩에 너의 내장을 얼게 할 바에 나랑 같이 시원하듯 춥게 있자는 마음에 들었던
초봄의 에어컨 가동이 생각이 났다.
이번 겨우내 가게, 집, 헤니 병원만 왔다 갔다 했는데
헤니를 보내고 그제야 거리의 나무들을 보니 벚꽃이 펴서 날리고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