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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Apr 28. 2024

떠나는 자와 남는 자

누가 승자인가?

  후배 한 명이 퇴사를 결심했다. 이번 이동한 분원의 분위기에 도통 적응하기가 어렵단다. 게다가 제일 밑의 반(가장 못하는 반) 담임을 맡은 데다, 현재 본사 상황이 어렵다 보니 급여도 삭감되고, 주변 학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의지가 약한 학생들이 몇 명 이동한 게 빌미가 되었다. 원장이 후배를 부르더니 인신공격적인 폭언을 쏟아부었나 보다. 후배로서는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게 아니었을 것인바, 이로써 후배의 퇴사는 정당성을 확보하기에 충분했다. 

  10여 년 전 친구와 하던 학원 사업이 힘들어질 무렵, 주변인의 꾐에 빠져 나보고 학원을 그만둬 달라던 친구의 눈빛에 정이 떨어졌던 나는 그 길로 학원장을 그만두고 근 5년 간 힘든 시기를 보냈던 기억이 났다. 지금은 당시 기억이 추억이 되었고, 당시 경험이 내 삶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생각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학원에 남은 선생들이 승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돌이켜보면 당시 그만두었던 '나'나 다른 강사나 모두 승자와 패자가 뒤섞여 나뉘었다는 걸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 학원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하다. 아마도 조만간 대규모 인사이동과 매각 등의 조치가 뒤따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무성이다. 이런 배경에서 학원을 그만두고 나간다는 후배를 말리지 못했다. 후배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함께 도울 일이 있으면 돕기로 마음먹었다. 하기야 그 나이라면 충분히 자신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몫 거들었다. 

  어느 조직이든 오랜 기간 남는 자가 승리하기 마련이다. 물론 과거에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떠난 자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남는 자나 밖에 있던 자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니 뭐 성공이라면 성공일 테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혹시 나는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나는 승자인가?
아니, 꼭 승자가 되어야겠다.

우리 삶의 공식에서 승리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다가오니 말이다. 

그래서 떠오른 말이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새옹지마 塞翁之馬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말.

 옛날에 새옹이 기르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나서 노인이 낙심하였는데, 그 후에 달아났던 말이 준마 한 필 끌고 와서 그 덕분에 훌륭한 말을 얻게 되었으나 아들이 그 준마를 타다가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졌으므로 노인이 다시 낙심하였는데, 그로 인하여 아들이 전쟁에 끌려 나가지 아니하고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중국 ≪회남자≫의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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