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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잼 Aug 28. 2023

키워드로 보는 일본(7) 스시

스시는 패스트푸드였다

니기리스시(握り寿司)


스시. 초밥이라고도 하는 이 음식은 우리 모두 일본 음식이라 알고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형태의 스시는 니기리 스시(握り寿司)라고 하여 밥을 손으로 쥐어 모양을 내는데, '쥐다(握る)'라는 동사에서 이름 붙여졌다. 그렇다면 스시라는 것은 언제부터 먹던 음식인 것일까. 또, 처음부터 지금의 형태를 가진 음식이었던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스시의 변천과 스시가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탐구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아는 스시의 시작은 에도 시대부터


나레즈시


일본의 스시는 1000년 이상 전부터 먹어온 음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초기 스시는 '발효 음식'이었다. 야요이 시대 태국 혹은 중국 남부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의 스시는 생선을 소금이나 밥에 버무려 숙성시켜 먹으며 나레즈시(なれずし)라 불렀다. 이 시기 스시는 김치와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발효해야 하는 음식이었다.


하코즈시(箱寿司, 왼쪽)과 오시즈시(押しずし, 오른쪽)


이후 시대가 흐름에 따라 점차 발효 기간을 줄인 스시가 나오게 된다. 교토 근교 간사이 지역에서는 틀에 밥과 발효한 생선을 얹어 눌러서 모양을 내는 오시즈시(押しずし)가 등장한다. 이후 상자에 밥과 각종 생선 등을 얹어 모양을 내 먹는 하코즈시(箱寿司)도 등장하는데, 이 역시 오시즈시의 한 종류이다.


이후 에도시대가 되면 스시는 점차 발효 조리가 사라지고 날로 먹는 음식이 등장한다. 스시에 얹는 생선 등의 재료를 네타(ネタ)라고 하는데, 하코즈시, 오시즈시에서는 발효된 네타를 사용했는데, 점점 생식으로 바뀌어간 것이다. 에도시대에는 상업의 발전으로 외식 수요가 급증한다. 이때 포장마차에 식초에 버무린 밥과 적당량의 사시미를 가지고 나와 이를 조합해 주문 즉시 팔기 시작한 것이다. 에도 시대에 있어 스시는 패스트푸드였던 셈이다.



스시의 고급화와 보편화, 그리고 세계화


메이지 시대 냉장고가 도입됨에 따라 점포를 마련해 스시를 파는 전문점이 늘어났다. 쇼와 초기(1920년대)까지 주로 스시는 주방장이 마음대로 네타를 정해 주는 오마카세(お任せ)가 주류였다. 1940년대 연이은 전쟁으로 식량수급의 통제로 스시는 더 이상 팔 수 없게 되었다. 종전 이후 스시는 다시 판매를 시작되었고, 1960년대 고도경제성장기에 접어들자 포장마차 스시점은 사라지고, 값비싼 재료를 네타로 얹는 스시의 고급화가 진행되고, 고급 스시 전문점이 유행한다.


1970년대 이후 컨테이너 벨트를 이용한 회전초밥(回転寿司)이 만들어지고, 때마침 물가가 폭등하고 고도경제성장도 끝나며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회전초밥이 서민층 사이에서 유행한다. 


캘리포니아롤(왼쪽), 망고스시(오른쪽)


일본 문화가 세계 곳곳에 퍼지며 일본 요리인 스시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현지에 동화되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캘리포니아롤'과 필리핀의 '망고스시'다. 특히 캘리포니아롤은 미국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으로, 새우튀김, 아보카도, 연어, 날치알 등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스시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그 유래다. 망고스시 역시 필리핀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1000년 이상 일본의 음식으로 자리 잡아온 스시는 발효음식에서 간단 음식으로, 또 고급화된 일품요리로, 다시 서민들을 위한 음식으로, 더 나아가 세계 각지로 번져 그 지역의 문화와 융합해 세계화되었다. 음식이라는 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변화해 오며 그 음식만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스시와 같이 현지의 재료와 융화되기 쉽고, 그 재료로 원래 음식과의 맛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음식은 세계 각지로 확산되어 널리 퍼지기도 한다.


우리에겐 어떤 음식이 그런 음식이 될 수 있을까. 비빔밥, 만두, 불고기 등 현지의 재료와 어울리기 쉽고, 그럼에도 맛이 좋은 음식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먹어왔지만 우리가 그 음식의 역사나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한다. 우리의 음식이 세계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그 음식에 대해 정확히 알면서 세계인들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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