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다짐
대체로, 어쩌면 모든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요.
사랑은 사정이 있지만 이별은 막무가내로 다가오죠.
떠나가는 사람은 합당한 이유를 운운하며 자리를 빠져나갑니다. 남아있는 사람에게는 이해를 요구하고 강요하면서 말이죠. 이해란 타의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그러길 바라요. 이별은 찰나의 인연을 이렇게나 가혹하고 쓸쓸하게 만드나요? 매정한 그대는 언젠가는 잊겠지라 생각하며 뒤돌아 멀리 달아납니다.
철없던 사람,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은 평생을 쏟아도 못할 수도 있는 것인데. 누구에겐 이해가 죽음보다 어려운 거라던데. 그 무지막지한 숙제를 떠넘기고 당신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 소식을 들으니 더욱이 그 바람으로부터 멀어지는 기분입니다.
그리움은 제 마음에서 당신이 흐려지고서야 점차 사라질 테고, 이해는 어쩌면 평생토록 못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아요. 그러나 당신과 보낸 시간 동안 저의 세상이 한층 더 넓어졌습니다. 세상이란 곳을 따뜻하게 바라볼 시야를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원이란 단어의 무게를 체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재의 아픔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진심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닌 당신을 우선을 두고 살아가며 잃은 것도 많았습니다.
사실, 잃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여태 흘린 눈물도 지지리도 끈질기게 굴었던 것도 저를 잃을 뻔했던 것도, 삶의 축이 흔들리는 순간 덕에 저를 다시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바람을 순순히 따를 생각이 없습니다. 저로 살아가다가 잠깐 시간이 난다면 그때 다시 한번 생각해 볼게요. 한 마디만 더 해보자면, 그때 저를 버려두고 도망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 곁이었다면 못 보았을 세상을 오로지 저의 세상 속에서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