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참치와 같은 과에 속하는 등 푸른 생선류이자 영양만점의 고등어를 나는 왜 무서워할까?
학교에 들어가기 이전의 어렸을 적 기억인 듯하다.
어느 날 고등어를 밥과 함께 먹다가 목으로 넘겼는데 가시가 목에 걸렸고, 그때의 목 찔림의 고통이 꽤나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생선을 보면 자신 있게 먹지 못하고 입안에서 당분간 씹다가, 가시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고기를 넘기는 버릇이 있다. 이런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와이프랑 아이들은 아빠를 놀리기에 바쁘다.
하지만 정작 나는 누구보다 고등어 요리에 진심이다. 가시가 무서워서 그렇지 고등어 살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등어조림을 먹을 때 입안에서 씹히는 고등어 살의 담백함과 부드러운 식감은 그 어떤 고기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부한다. 특히 조림 김치나 무에 올려서 밥과 함께 먹는 그 맛은 가히 표현이 불가하며, 한 마디로 어육계의 천하일미라 할 것이다.
특히 고등어조림과 고등어구이, 고갈비 등의 고등어 요리들은 늘 식탁의 한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을 생선계의 터줏대감이 아니던가!
고등어 무조림 / 출처 : 몽촌반찬(https://m.mcfood.net/goods)
오늘도 고등어조림의 환상적인 맛에 현혹되어 마구잡이로 씹다가 가시에 입안이 찔렸다.
윽! 눈물이 찔끔 난다. 헤헤 웃으며 얼른 싱크대로 달려가 밥과 고등어살을 모두 뱉어냈다.
아... 너무 아쉽다. 이래서 난 고등어 가시가 싫다! 밉다, 아주 그냥!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어조림 덕에 저녁 한 끼 아주 잘 먹었다.
생선 중에 그나마 내가 즐겨 먹는 고등어와 꽁치. 밥도둑이 따로 없다.
나를 생각하며 맛있게 고등어 요리를 준비해 준 와이프가 나는 참 좋다. 문경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충 만들어도 수준급 요리를 선보이는 우리 와이프님!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고마워요.
감사한 마음에 설거지를 아주 정성스럽게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잘 처리했다.
남편은 아내 하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내 생각에는 음식만 잘해 먹여도 머슴처럼 부리는 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 한두 가지 골라서 제대로 걷어 먹이면 만사 오케이다. 그날은 해달라는 것이 뭐든지 다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