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Nov 17. 2024

진짜에서는 피 냄새가 나


해변이 가까운 학교

비가 내린다

바닷물 소금의 냄새

캐리어를 끌고 가던 네 눈동자

여전히 무심하고

마치 네 대충 묶은 머리 같이

부슬거리는


총알처럼 퍼붓는 비를 뚫자

가디건에 물방울이 빼곡히 맺힌다

차가워

완전히 젖어 거울 너머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왜 비는 차가울까


하늘이 운다는 건 시퍼런 거짓말

차가운 눈물은 없어

진짜는 엷은 살점으로 조금만 건드려도 화악 데일 만큼 뜨겁지

거대한 물집이 생기지

네 여린 속살 속 적빛 뭉텅이처럼

건드리면 진짜가 소스라치며 튀어나와

너무 아파서


가짜는 이제 갔어

거짓말을 뱉어낸 자의 시퍼런 얼굴

너는 거짓이야

피 냄새가 나지 않으니까


그래도 진짜 같은 냄새는 맡았네

눈물의 짠 향

너와 작별하기 위해 하늘과 바람과 바다가 아름답게 꾸며낸 거짓

눈물이 흐르는데 똑같은 맛이 난다


있지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

파란 하늘 아래에서

축구공을 차면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쁘장한 여름을 자전거와 함께 달리면서

어쩌면 영원에 근접하게

토, 일 연재
이전 01화 나는 내가 여자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