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보다는 붕대
2015년 공항은 온통 중국인 승객들로 성황이었다.
한류열풍 때문인지 한국 화장품, 성형 등을 가리키는
K- 뷰티 열풍으로 중국 젊은이들은 성형을 위하여 한국으로 몰리고 있었다.
한국 화장품을 바르면 드라마 속 배우가 되는 것으로 아는지, 면세점에서는 마치 메뚜기 떼가 습격하듯 그들은 한국 화장품을 쓸어 담아가고 있었다.
얼마나 인기가 많았으면 화장품을 운반하기 위한 보따리(Bo Dda Ri ) 장수가 생겼다.
그들은 여행이 목적이 아니라 면세품을 운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고, 그 수가 너무 많아져 공항 근무자들은 그들만을 분류하는 호칭이 필요하여 ’BDR 승객‘이라고 불렀다.
항공사에서 일정한 수량만 수하물로 접수하자, BDR 승객들은 서로 경쟁이 붙어 면세점보다 먼저 항공사 카운터를 찾아와 수하물을 몇 시에 접수해 달라고 예약을 하고서야, 면세점에 가서 박스 때기로 화장품을 쓸어 담아 왔다.
항공기에 화물칸이 넓은데도 불구하고 그걸 능가하는 BDR의 양이 자꾸 늘어나자, 결국 항공사가 접수 자체를 거절을 하였고 지금은 사라졌다.
항공사에서는 반갑지 않은 고객이었지만, 면세점에서의 그들은 완전 VVIP이었다.
면세점 직원들은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루종일 서서 상품 설명을 해가며 애를 쓰는데, 이건 그냥 승객이 알아서 쓸어 담아가 주니 얼마나 완벽한 고객인가.
그날도 김 과장은 환승 카운터 주변에서 상습적으로 면세품을 풀어놓고, 다시 포장하는 BDR 승객에게 다른 곳으로 가서 포장을 하라고 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BDR 승객은 그 비싼 까르띠에 시계들을 케이스에서 꺼내 손목에 줄줄이 차고 있는 중이었다.
고가의 시계들을 새끼줄 꼬아대듯 줄줄이 엮어 차는 모습에 입이 쫙 벌어졌다.
아마 중국에 입국할 때 세관 몰래 빼돌리려는 것 같은 의심이 들었다. 뭐 그렇다 해도 항공사에서 남의 나랏일까지 관여할 수는 없고, 그저 널브러진 고급진 시계 케이스들을 빨리 정리했으면 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거기에다 중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MCM 매장까지 환승 카운터 근처에 있어, 정말 시끌벅적한 날들의 연속이라 김 과장은 카운터 주변 정리가 주요 업무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환승 카운터에도 중국인 승객들이 많이 찾아왔다.
직원 중에 중국어 실력이 타고 날 수밖에 없는 화교 출신으로 회사 유니폼 모델까지 겸하는 곽 대리는 누구보다 바쁜 직원이 되었다.
잘생긴 외모덕에 가끔 사진요청을 하는 중국 승객도 생길 정도로 인기남이었다.
그렇게 김 과장은 카운터 주변 정리로 바빴고, 곽 대리는 여기저기 카운터에서 통역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카운터 직원들도 자신의 비행기를 놓치는 승객이 발생하지 않도록 빛의 속도로 수속을 하고 있던 그때, 정 대리가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 까악~~~ “
얼마나 놀랐으면 앉아있던 의자에서 꽈당하고 넘어져 있었다.
승객도 직원들도 모두 놀랐고, 정 대리가 손 끝으로 가리키는 그곳을 보고 다들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붕대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중국인 여자 승객이 피투성이 얼굴로 말도 못 하고, 자신을 목을 잡고 컥컥 대고 있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심각한 응급 상황이었다.
김 과장은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지시를 하였다.
“ 승원 씨, 빨리 공항 소방대에 전화하세요.
곽 대리님 여기 와서 이 승객 케어하세요. “
곽 대리는 승객에게 다가가 부축을 하였다.
” 고객님,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어디를 수술하셨습니까?
제 말이 들리세요? “
” …“
말도 못 하고 꺽꺽 대기만 하는 승객에게 어떤 처치를 해야 할지 난감하고 다급한 상황이라, 공항 응급 소방대원에게 다시 연락해서 서둘러 와 달라고 재차 요청을 하였다.
미라처럼 온 얼굴은 찡찡 감은 그 승객은 숨 쉬기를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호흡이 더 힘들어진 승객의 눈동자는 더 커져가고 있었다.
아마 기도가 막혀 있는 것 같았지만, 온통 피투성이인 승객을 직원이 함부로 어찌할 수 없어, 응급 호출만 계속적으로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승객이 갑자기 자신의 손을 목구멍으로 미친 듯이 넣었다.
안 들어가는 손을 구겨 넣듯이 쑤셔 넣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기괴스러워 정말 호러무비 같았다.
뭔가를 꺼내려는 모습이 숨 막히게 고통스러워 보여 보는 이들도 끔찍했다.
승객이 서 있는 카운터 주변은 사방에 승객이 털어내는 피가 튀어 있었다.
‘ 십 분이면 오는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죄 없는 응급대원들만 원망하고 있던 그 순간
승객이 드디어 ” 켁 “ 하고 처음으로 소리를 뱉으며,
큰 가래 같은 핏덩어리를 자신의 목에서 건져냈다.
그리고는 중국말로 ” 살았다. “ 하는 것이다.
응고되어 있던 핏덩어리가 승객 손에 쥐어져 있었다.
곽 대리는 휴지를 가져다주고 주변을 닦는 사이 승객은 멀쩡해져 있었다.
때마침 소방대원들도 도착했다.
공항에서는 심폐소생술이 대부분이었지, 이렇게 피를 흘린 승객은 처음이라는 듯 대원들도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들것까지 들고 온 응급대원들은 승객을 싣고 가려고 했으나, 거짓말처럼 멀쩡해진 승객이 핏덩어리 때문에 숨을 못 쉬었던 게 문제지, 자신은 멀쩡하다며 병원은 가지 않겠다고 했다.
자세히 보니 성형을 한꺼번에 여러 군데를 한 것 같았다.
눈, 코, 입, 턱, 가슴, 팔뚝까지 붕대로 감겨 있었다.
성형을 한 승객도, 수술한 의사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몸을 아작을 내고서는 회복도 제대로 안 하고, 비행기를 타려고 하다니 말이다.
한국에서 성형을 하고 중국에서 입국 심사를 할 때 여권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달라서 골치가 아프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이 정도 성형이면 여권위조가 아닐까 싶다.
과연 중국에서 ’ 명품백보다는 붕대’라는 유행어가 나올만한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성형을 한 승객이 핏덩어리를 목에서 끄집어낸 모습을 지켜본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태우겠는가?
의사가 항공기 타도 된다는 진단서를 발급해 주면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하자,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부를 했다.
하지만, 곽 대리의 유창한 중국어와 바람직한 외모에 반해 결국 그러겠노라며 순한 양이 되어 들것에 실려 출국 취소를 하였다.
K-뷰티의 인기는 사드문제로 강제로 사그라질 때까지,
면세점의 한국화장품은 진열하기 무섭게 사라졌다.
명품백보다는 붕대의 젊은이들도 마치 예전에 엄마가 파마보자기 쓰고 온 동네를 활보하듯이, 공항을 돌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