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병한 지 벌써 이년째이다.
출국장은 비행기를 안 타려는 승객들과 못 태우는 비행기들로 조용하다 못해 스산하다.
몇 명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의 구둣발 소리가 천장이 높은 공항을 울린다.
누구나 처음 겪는 코로나이지만 이렇게까지 공항에 승객이 없다니 적응이 안된다.
간간히 다니는 승객들은 공사 현장에서나 쓸 것 같은 산업용 방안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방역직원인 줄 알았던 중국인 승객의 방안복 차림은 어이없고, 꼴도 보기 싫었다.
공항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들과, 알바생들은 일방적으로 짤려 나갔다.
식당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한두 곳 정도 열고 있었지만, 테이블마다 아크릴로 칸막이를 쳐 놓고 모든 게 낯선 공항이었다.
코로나의 직격타를 맞은 항공사 직원들은 강제 휴직에 들어갔다.
월급은 반도 못 받고 석 달을 강제 휴식을 취하고 나온 박대리는 혼자 덩그러니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끝없이 울려대던 전화기들은 깊은 숙면에 들어간 지 오래다.
허기야 평균 200대가 넘게 출 도착을 하던 비행기가 겨우 몇 대만 운항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마저도 대부분 화물기로 운항 중인 게 많으니, 여객 터미널은 모든 게 잠든 것 같았다.
‘ 중국에 장기 파견 나가있는 지점장은 요즘 요가 매트를 가지고 출근을 한다던데, 나도 가져올까?’
박 대리는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시간을 때우다가, 직업훈련 사이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다음 달 또 휴직에 들어가야 하는데, 직업훈련원에서 벽지 바르는 교육을 받을까 해서이다.
벽지 바르는 일이 안정적이고 일거리도 꾸준히 들어온다는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 돌고 있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 정말이지 벽지 바르는 기술을 요긴하게 쓰게 될지도 모를 것 같다.
IMF 때 일방적으로 퇴사를 당했던 선배가 기억난다. 그때의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인 줄 알았는데, 지금의 만년대리 박 대리에게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강제로 쉬는 동안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러 학원을 등록했었다. 코로나로 인해 강제 휴직을 당하는 직장인들에게 나라에서 무료 교육의 기회를 준 것이었다.
‘너희가 회사에서 짤리면 먹고살 길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니’
라는 선진국다운 미래를 준비해 주는 멋진 정부의 배려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시음도 하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30초 안에 샷만을 정확하게 뽑아내는 교육에 질렸고, 직장인들의 로망인 카페 사장의 꿈은 접었다.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질렸겠지, 현명한 포기였다.
서론이 길었다.
딥 슬립 하던 전화기가 깨어났다.
총괄팀에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 박 대리님, 지금 호찌민 도착 편 벌크(BULK) 안에서 아비(Animal Vivant In Hold 화물칸 수송 반려동물)가 케이지를 탈출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항공기의 가까운 사무실에 있는 박 대리님이 빨리 현장을 나가서 상황을 보고 하시기 바랍니다.”
“ 네, 알겠습니다.”
“ 공항 포획팀에서 지금 출발한다고 연락받았습니다.”
“ 카피~”
박 대리는 마치 오늘을 위해 석 달간의 휴식을 가진 것처럼 안전조끼와 무전기를 들고 뛰쳐나갔다.
간혹 이런 일은 생긴다.
낯선 벌크 안 항공기의 소음 속에서 길게는 열 시간 넘게 케이지에 갇혀 있는 개들은 힘들어한다.
특히나 크고 좀 사나운 녀석들은 몸부림을 크게 치거나, 안전 때문에 여러 겹 묶어 둔 케이블 타이를 질근질근 씹어 버리고, 문을 부셔 탈출을 해버린다.
활주로를 향해 달아나 버리면 항공기 안전 때문에 사살을 해야 하고, 다행히 활주로가 아니라면 포획을 유도하는데, 대부분의 놀란 녀석들은 넓은 활주로로 도망을 가 버려 사살에 소각까지 당한다.
‘또 얼마나 큰 녀석이 케이지를 뚫고 나온 걸까?’
박 대리는 바짝 긴장하고 주기장에 있는 항공기에 도착했다.
아파트 2층 높이쯤 되는 위치의 벌크문은 열려 있었다.
카고 로더(Cargo Loader)는 대기하고 있었지만, 수하물은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조업사 직원이 박 대리를 로더에 태웠다. 사방이 뻥, 아래도 뻥, 뚫려 있는 놀이기구 같은 로더를 타고 갇힌 벌크 안으로 들어갔다.
벌크 안에는 조업사 직원 여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 아비는 어디 있습니까?”
조업사 직원들이 일제히 손짓으로 구석을 가리킨다.
벌크 안에서도 나름 안전한 곳에 귀여운 강아지가 겁에 질려서 어리둥절해하고 있었고, 그 뒤에는 내리지 못한 수하물들이 쌓여 있었다.
그 녀석은 케이지가 자기를 밖으로 꺼냈고, 지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맑고 큰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 저기 저 개예요?”
“ 네.”
“ 그냥 작은 강아지잖아요.”
“ 네, 그런데 저희는 절차상 케이지 밖으로 나오면 항공사에 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 네, 그건 그렇지만 강아지가 작은데 소란스럽게 보고까지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요,,,”
대부분 탈출한 개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미쳐 날뛴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 귀여운 녀석은 오히려 무서워서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이 자그마한 녀석으로 인해 벌크에 실려있던 유모차, 휠체어 등 급하게 승객에게 전달해야 할 짐들이 그냥 쌓여있었다.
박 과장은 무전기를 든다.
“ 총괄팀, 호찌민 도착 편 벌크입니다.”
“ 말씀하십시오 “
“ 아비는 중소형견으로 보이는 강이지입니다.
현재 안전하게 있으며, 제가 케이지에 넣고 상황 종료해도 될 것 같습니다.”
“ 카피, 공항 포획팀에 연락할게요.”
“ 롸저, 벌크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 박 대리님, 총괄“
“ 고어헤드”
“ 포획팀에서는 곧 도착한다고, 항공사에서 함부로 포획하지 말고 대기하랍니다.”
“ 카피.”
자그마한 강아지를 굳이 포획팀에서 와서 포획을 하겠다니,
어쩔 수 없었다. 박 대리가 포획할 수 있다는 것을 공항 포획팀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입국장 수하물 수취대에서는 승객들이 유모차 내놔라, 휠체어 내놔라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고 무전기가 떠든다.
‘안다 알아! 누가 거기서 일 안 해봤냐고?’
승객들한테 개가 탈출해서 당신 짐을 내릴 수가 없으니 이해해 달라는게 어렵다는 걸 알지만, 파워 없는 박 대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니 있는데 하지 말란다. 그래서 그저 포획팀이 올 때까지 그렇게 기다렸다.
드디어 나타난 포획팀은 잡고 말겠다는 비장한 포즈로 벌크에 들어왔다.
귀여운 녀석을 포획하기에는 복장이 너무 비장했다.
커다란 특수 헬멧 속에서 앞은 제대로 보이는지, 특히나 딱딱하고 두꺼운 장갑은 잘 구부려지지도 않을 것 같은데, 저 귀여운 녀석을 잡을 수는 있는 탄력성은 있는 건지, 완벽한 피팅이 오히려 엉성해 보였다.
아니라 다를까 옷차림만큼이나 오버를 한다.
“ 다들 물러나요. 가까이 있으면 위험합니다. “
팀장으로 보이는 특수 헬멧이 외쳤다.
박 대리는 그냥 즐기기로 했다. 어차피 내 뜻대로 할 수 없지 않은가.
크지 않은 벌크 안에 사람들과 짐들이 옹기종기 모여 포획과정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구경꾼은 박 대리와 조업사 직원들 그리고, 특수 헬멧 대장 뒤에서 망으로 벽을 쳐 놓고 서 있는 포획직원 네 명이었다.
“저 방탄복이면 황소도 때려잡겠구먼”
반백의 조업사 직원의 조용한 군시렁에 다들 키득거렸다.
그때 수하물팀에서 또 무전이 들려왔다.
“ 승객들 너무 많이 기다리십니다. 대부분 노약자분들이시니까 빨리 수하물 하기 해주시기 바랍니다.”
“ 아직 아비를 포획을 못한 상태이지만, 포획팀에게 내용 전달하겠습니다.”
옆에 포획팀도 무전기의 내용을 들을 것 같다.
“ 자 다들 서두르자고.”
본인만 서두르면 되는데 뭘 서두르자는 건지 보고 있던 반백의 조업 직원이 참다못해, 그만 귀여운 녀석의 궁둥이를 툭툭 쳐서 케이지 쪽으로 밀었다.
웬걸 그 녀석 쏙 케이지로 들어가 버렸다.
특수 헬멧만 빼고, 그렇게 하면 녀석이 군 말없이 케이지 안으로 들어갈 것을 누구나 알고는 있었다. 알면서도 못하는 것을 용기 있게 해 버린 것이었다.
지루한 코로나에 간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친 것에 화가 났는지, 아님 너무 쉽게 처리된 것에 화가 났는지, 특수 헬멧의 대장은 누가 봐도 센스있는 조치를 한 조업사 직원에게 버럭거렸다.
“ 아니 그렇게 위험하게 행동하면 어떡합니까?
그러다가 탈출해 버리면 얼마나 일이 커지는지 아십니까?”
“...”
떠들든지 말든지 짐 내리느라 바쁜 조업사 직원들도, 탈출망을 접고 있는 포획팀 직원들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마 대꾸할 가치도 없었을 것이다.
박 대리는 신나게 무전기를 날렸다.
“ 아비는 조업사 직원분이 케이지에 안전하게 넣었습니다.
수하물은 지금 내려갑니다.”
“롸저 롸저 수고하셨습니다. “
케이지에 나이스하게 들어간 녀석은 박 대리와 나란히 사무실에서 함께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AVIH CAGE 탈출 관련 보고 드립니다.
- BULK에서 작업자가 AVIH 확인 과정에서 탈출한 것을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 하였음.
- 포획팀에게 AVIH 관련하여 최초 발견한 조업자의 증언을 토대로 중소형견으로 위협적이지 않음을 사전 안내하였으나, 안전을 중요시하며 상당시간 지체하여, BULK에 있던 ICN 하기 수하물이 상당히 지연 하기되었음.
- AVIH 건강상태는 육안으로 봤을 때 양호 하였으며, CAGE 상단에 승객의 메모와 함께 있던 간식을 발견하고 넣어 주었음.
이상입니다.
박 대리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