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잠파노
영화 '도둑들' (2012)
#도둑
반반한 얼굴, 썩 보기 좋은 몸에 제법 괜찮은 매너까지 갖춘 20대 중반의 잠파노.
그의 직업은 도둑이다.
아직 굵직한(?) 도둑은 아니고 배워나가는 단계의 유망주인데, 정확한 역할은 줄 타는 도둑 형 누나들을 보조하는 와이어맨이다.
본업 하는 중착실히 필모를 쌓고 있던 그에게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오는 데 바로 업계의 전설 마카오 박의 드림팀으로 홍콩에 가서 태양의 눈물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을 가진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
잠파노는 업계 최고 선배들과의 협업을 할 생각에 설레어버렸다.
하지만, 도둑질과 온갖 처세술에 능수능란한 형 누나들에게 그는 먼지 같은 존재일 뿐이다 - 한탕 크게 성공해도 수익배당에서 매우 불리한 대우를 받을 것만 같은 그.
거기에 예니콜이라는 줄타기 전문 도둑에게 빠져버렸는데, 그녀에게 그는 애송이일 뿐이다 - 나만 진심인 것 같아 조금은 속상하다.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는 직업을 갖고 있고 소속된 회사(?)에서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는 아웃사이더다.
#미워할 수 없는 잠파노
본인이라고 도둑이 되고 싶었겠는가, 화교 출신인 그는 한국에서 자라면서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았을 것이다, 결국 어렸을 적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그는 튼튼한 몸뚱이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 직업을 택했다.
하지만 타고난 심성이 착하고 순정파인 탓에 뻔뻔하고 악한 사람들로 가득 찬 이 바닥에서 상처만 받을 뿐이다 - 그의 성향에 제일 반대되는 직업을 골라버린 잠파노.
특히, 속세에 찌들어 같은 도둑들을 등쳐먹는 경지에 오른 뽀빠이형 같은 사람을 볼 때면 '내가 지금 이일을 하는 게 맞나' 싶다. 나름 드림팀 안에서 내 목소리를 내야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데 할 줄 아는 건 와이어 잡아주는 일과 선배들이 열띤 토론을 할 때 병풍처럼 뒤에 서있는 것뿐이다 - 전형적인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한 그가 짠하다.
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또 매우 순정파다. 예니콜과 함께 일하는 시간이 제일 좋은 그는 함께하는 임무를 데이트라고 여기면서 산다.
다이아몬드를 털기 위해 필요한 마스터키 확보를 위해 카지노 지배인에게 접근해 미인계를 펼쳐야 하는 예니콜이 걱정되는 그, 하지만 사실 지배인은 게이였고 졸지에 미남계가 되어 버렸다 - 자신의 입술을 바쳤지만 그녀만 무사하다면 이것쯤이야.
드디어 D-day, 꼬여 버린 작전 이후 둘은 함께 탈출을 하는데 예니콜은 중국말을 전혀 못해 검문에 잡혔다. 여기서 우리의 순정남은 검문 인력들을 큰 소리로 유인하면서 몽글거리는 멘트를 날린다.
복희야, 사랑해!
짠하면서도 순정파 같은 매력을 가진 도둑 잠파노를 미워하기 힘들다.
#영화와 그의 결말
도둑들 드림팀은 리더 마카오 박의 배신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애초에 그는 개인적인 복수를 하기 위해서 이 모든 것을 기획했었다.
오늘의 주인공 잠파노는 예니콜을 구하려다가 홍콩 경찰에 잡혀갔으니 재판을 받고 실형을 살았을 것 같다.
태양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역대급 다이아몬드를 훔치려고 했던 죄가 작지 않아 꽤 중형이지 않았을까 - 아웃사이더의 결말은 가혹했다.
하지만 배신이 난무하는 도둑들의 세계에서 그가 한 행동은 꽤 의미 있었다.
그를 제외한 9명의 멤버들은 서로 간의 아주 약한 연결고리로 묶여 있었다, 일이 잘못되면 언제든지 끊고 자기 살길을 도모할 딱 그 정도말이다.
하지만 잠파노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전한 연결고리를 유지했다.
도둑들에게 사랑은 금기라고 하지만 그는 진정으로 사랑했던 예니콜, 아니 복희를 위해서 자신의 본분을 잊고 몸을 던졌다.
잡히지 않고 무사히 도망 나온 후 우여곡절 끝에 다이아몬드를 손에 쥔 예니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잠파노 - 그녀는 그를 생각하면서 울먹였다, 이거면 그가 했던 행동이 충분히 값졌다고 할 수 있겠다.
출소 후에도 잠파노는 자신의 매력을 지켜나 갈 수 있을까, 그는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을까.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 유튜브 쇼박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