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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Nov 01. 2023

아웃사이더들: 그레타와 댄

영화 '비긴 어게인' (2014)

#사연 있는 미국남자와 영국여자


우리는 각자만의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을 때 바닥까지 내려가는 경험을 한다.


중년 미국 남자 댄, 그에게 제일 중요한 건 커리어.

스타 음반 프로듀서였다. 그래미 상도 받아봤다.

동창과 함께 차린 레이블의 CEO이기도 한데 그 친구가 날린 촌철살인의 한마디.



"네가 최근 5년 동안 데려온 아티스트 중에 잘된 애가 있냐?"

댄도 스스로 감이 떨어져 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동업자의 입으로 들으니 아프다.

그 자리에는 소중한 사람도 함께 있었다 - 아내와 헤어져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딸. 그런 딸 앞에서 망했다.

회사에서 나가달라는 친구의 말에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은 '내 고객명단이랑 내가 산 그림은 가지고 간다!'라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들 뿐이다.

스스로의 커리어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댄은 삶의 가장 깊은 바닥에 처박혀버렸다.

   

영국에서 온 젊은 싱어송라이터 그레타, 그녀에게 제일 중요했던 건 사랑이었다.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였던 데이브, 그의 노래가 영화에 삽입이 되면서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러 함께 뉴욕에 왔다 - 그의 성공이 자신의 일처럼 기쁜 그녀.

일주일간 출장을 다녀오겠다는 데이브는 돌아와서 새로운 곡을 들려주는데 그레타의 귀를 속일 수는 없다 - 이 노래는 자신을 위한 게 아닌 것을 알게 되고 이별을 고한다.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연인에게 배신당한 그레타도 화려한 도시 뉴욕에서 한순간에 갈 곳 없는 아웃사이더가 돼버렸다.



우리들 인생 X 된 거 같다.


#아웃사이더가 또 다른 아웃사이더를 알아보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정당한 댄은 바에 들어가 진탕 술을 마시는데 왠 평범해 보이는 여자가 나와서 자작곡을 부른다 - 연인도 음악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의 그레타가 마지못해 부르는 듯한 노래는 댄의 집 나간 영감을 되살아 나게 했다.


그레타에게 자신이 누군지를 살짝 설명하고 같이 음악 해보자고 제안하는데 음악을 단지 즐거운 놀이로만 여겼던 그녀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사실 댄의 상황도 누굴 도와줄 처지가 못되지만 기적처럼 영감을 길어 올린 아웃사이더는 포기할 수 없다.



공들여서 그레타를 설득하고,

스튜디오 빌릴 돈이 없으니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며 녹음을 하고,

연주자들은 그레타의 한량친구 스티브와 비발디만 아니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클래식에 질린 예일대 오누이로 채웠다.

골목에서 시끄럽게 구는 꼬맹이들은 인당 2달러를 주고 코러스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잘한다.


제일 무서운 건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미 각자 제일 중요한 걸 잃은 채 만난 둘은 뭐만 해도 재밌다.

성공의 기준이 뚜렷한 도시 뉴욕에서 두 아웃사이더들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들이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사실 트램펄린이었다 - 삶의 의미를 되찾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곳.


#결말


댄은 딸과의 관계가 회복된다 - 회사에서 자신이 잘리는 순간과 추태까지 전부 본 그 딸말이다.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바랐던 딸은 그레타 밴드에서 기타를 치면서 회복된다.

또한 잘린 회사에 다시 돌아간다 - 그레타라는 오랜만에 발굴한 슈퍼루키와 함께 화려하고 당당하게.



그레타의 전부였던 사랑, 데이브는 뻔하게도 후회한다는 말과 함께 그녀의 맘을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그녀도 헤어져 있는 동안 느낀 게 있었다, 그가 바람을 핀 것과 별개로 음악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퍽 다르다는 사실을 - 그레타가 만든 둘만의 감정이 담긴 곡 Lost Stars를 데이브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새 앨범에 넣었다, 너무나도 상업적으로 말이다.

그들은 완전히 끝났다 -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길 잃은 별'이 아닌 자신의 주관을 갖고 당당히 살아가는 빛나는 별이다.


아 그리고, 댄과 그레타는 절대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다.

사랑이 아닌 듯한 관계로 마무리된다.

아웃사이더로써 함께 뉴욕 거리를 거닐며 음악을 듣고 만들면서 느꼈던 그 교감들 그리고 서로를 통해 다시 각자 삶을 살아가게 된 것만으로 충분하달까.


이번화의 아웃사이더들은 꽤나 해피앤딩이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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