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해운대 해변도로의 야경
상상속 올빼미가 내가 사는 해운대 마린시티 아파트 창문에 걸터앉아 저 멀리 3월 해운대 야경을 본다.
해운대 해변도로의 모습
줄지은 차량 전조등의 눈부신 백열 빛, 후미등의 빨간빛이 어우러지고 있다. 중간중간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뀔 때마다 빨간색, 백열 빛과 녹색이 잘 믹스돼 해운대 밤 풍경을 수놓고 있다. 여기에다 알록달록한 폭죽만 가미하면 그야말로 이런 공짜 야경을 혼자 보긴 아까울 지경이라고 한다.
동백섬, the bay 101, 웨스틴 조선 그리고 뽀쪽솟은 엘시티 101층 3개 빌딩의 해운대 야경
마린시티 고층 아파트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운대 해변도로 오른쪽에 The Westin Josun 호텔의 네온사인 간판이 도드라진다. 웨스틴 호텔에서 정면으로 해변 가로등이 골프 칠 때 슬라이스가 나듯 완곡히 곡선을 그리며 빛을 밝히고 있다.
해변도로 왼쪽으론 고층 빌딩 꼭대기층엔 오고 가는 비행기가 부딪치지 말라고 파란색, 보라색 그리고 주황색의 위험 주의등이 마치 장식등인 양 반짝거린다.
홍콩 밤도시 풍경처럼 화려하지 않으나 절제된 모습이고, 해운대 해변 끝 미포에 자리 잡은 셋 쌍의 101층 엘시티 타워(서울 롯데호텔에 이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 높은 빌딩으로 부산 랜드마크)에선 빼곡히 불을 밝힌 창문들에서 비집고 나오는 희미한 빛이 보인다. 그 속에서도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이 있을 테고 그래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곳에 살지만 사람 사는 게 비슷하고, 창문 너머 바다 풍광도 아름다운 야경도 보일 수도 보이지도 않을 수도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까지 이어진다.
그 뒤로 보름달이 쌍둥이 빌딩 사이에 걸려있다. 나는 그 모습을 담으려고 핸드폰으로 찍었지만 달모습이 뿌옇게만 보여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 찍고 있는 토끼를 볼 수 없다.
집 맞은편 동백섬에 있는 'The bay 101' 건물 조명이 진한 분홍색과 강렬한 백열전등으로 물들고 있고, 그 아래 젊은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몸짓이 보이고, 손님을 기다리는 유람선사이와 동백섬 오른쪽의 가장자리 전등 장식이 반짝인다.
대마도 쪽 바다엔 동백섬 가로등에 비친 희미한 불빛과 대마도 쪽 바다는 등대 빛만 외로이 반짝일 뿐 칠흑 같은 어둠만이 바다 위를 삼키고 있다.
이때 맞는 나만의 감성이 남들이 느끼는 것과 다른지 같은지, 뭔지 몰라 바다를 비유해 인생 이야기를 엮은 '모든 삶은 흐른다(로랑스 드빌레르)' 다시 꺼내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