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서울서부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남부지법, 서울북부지법
지난주 퇴사했다(회사에서 전도목사로 사역했기에 '퇴사'로 표현했다). 그동안 직장에 매여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던 경매법정 참관을 이번 주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몰아서 했다. 월요일은 서울동부지법, 화요일은 서울서부지법, 수요일은 서울중앙지법에 이어 목요일은 서울남부지법 경매법정에 다녀왔다. 금요일에 있던 일정이 아니었더면 서울북부지법 참관까지 5관왕을 이루었을 텐데, 아쉽지만 이곳은 경배법정이 열리는 3월 중순에나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물론 금요일엔 북부지법 경매일정이 없었기에 갈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기록용으로 참관 후기를 남겨본다. 편의상 생각나는 대로 나열하여 쓴다.
1. 서울동부지법
- 넷 중 가장 사람이 많았다. 문자 그대로 법정 안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정신없었다.
- 녹음 및 사진촬영 금지이나 휴대폰은 자유롭게 사용했다. 동부지법은 사람이 워낙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사진촬영도 가능할 정도였다(하면 안 된다. 말이 그렇다는 거다).
- 법정 안엔 약 70여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으나 입찰 1시간 전쯤 오지 않는다면 앉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양 옆과 뒷 쪽 공간에 서있는 사람들이 많다.
- 오전 10시부터 11시 10분까지 입찰이다. 입찰 시작인 10시까지 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입찰 마감 전까지만 도착해서 서류(입찰봉투 외) 작성 후 제출하면 된다. 서울동부지법은 법정 안 테이블에 비치해 두었기에 마음대로 가져가면 된다(일반적으로 직원이 나눠주는 방식이었다).
- 입찰 마감 후 입찰봉투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2명의 직원이 물건별로 정리하는 시간데 약 20~30분 정도 걸렸다.
- 사건번호 순서대로 개찰하는 것이 보통이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입찰자가 많은 사건부터 개찰했다.
2. 서울서부지법
- 정문의 간판을 보니 얼마 전 TV에서 봤던 것(?)이라 신기했다.
- 지하철역 출구(애오개역 4번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물론 찾기도 쉽다.
- 서울동부지법 법정에 비해 작고 사람들도 별로 없다. 다만 어느 블로그에서 서부지법 개찰 속도가 느린 것에 불평하는 글을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됐다. 일단 직원들 일처리 속도가 느리고, 한 사건에 거의 5분 이상을 소요했다. 보고 있으면 속 터진다.
- 최고가매수인인 2명의 입찰자가 같은 가격으로 입찰하여 재입찰을 진행했다. 2명에게 기일입찰표를 새로 나눠주고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금액을 써오라고 했다. 단, 기존 입찰가격보다 높게 써야 한다.
- 법정크기는 넷 중 가장 작았다. 사람이 많진 않았으나 다수 입찰자 사건을 종료한 후에나 앉을 수 있었다.
- 법정 앞쪽 모니터에 현재 개찰 중인 사건번호가 나와서 좋았다. 다른 법원은 표시되지 않아서 어느 사건 진행 중인지 확인이 힘들었다.
3. 서울중앙지법
- 4별관이어서 정문에서 한참 걸어 들어가야 한다. 별관에 들어가서도 안쪽에 있어서 찾기 힘들었던 것 같다. 위치로만 따지면 네 곳 중 가장 별로다.
- 반면 '중앙'답게 넷 중 시설은 가장 좋아 보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강당 구조로 되어 있고, 푹신한 좌석이 편안함을 더했다.
- 사건이 별로 없기에 사람들도 별로 없다. 개찰 후에 도착했는데도 앉을자리가 많았다.
- 진행이 빠르다. 총 18건만 진행했기에 12:10 정도 마쳤다.
- 입찰보증금 미달로 무효가 된 사건이 있었다(입찰보증금은 정확하거나 많게 넣어야 한다). 급해서 수표로 찾지 못하고 5만 원짜리 현금으로 넣었다는데 잘못 세었나 보다. 당사자는 얼마나 속상할까?
4. 서울남부지법
- 법관의 발음이 불분명하고 웅얼거리듯 들려 알아듣기 힘들었다. 자칫 내가 입찰한 사건번호를 듣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모니터에도 개찰 중인 사건번호가 표시되지 않아 놓치기 쉬웠다(유료경매사이트 직원들은 얼마나 힘들까?).
- 늦게 도착해도 앉을자리가 많았다. 사람이 별로 없고 사건 또한 적었다.
-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오른편에 바로 법정이 있다.
5. 총평
- 어느 책에서 낙찰자에게 손뼉 치며 환영해 주기도 한다고 했는데, 법관이 낙찰자를 호명해도 낙찰자 표정은 덤덤하고 사람들의 박수 같은 건 없다(속으론 좋겠지만 티를 잘 안 내는 걸 보면 다들 연기자 자질이 다분하다). 개찰 중엔 정숙한 편이다. 물론 예상외의 입찰 금액에 작은 소리의 탄성이 들리기도 한다.
- 개찰하면 화장실을 못 가는 건 아닌지 염려했는데, 법정 문은 항상 열려있고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
- 법정 밖에서 대출 이모님들 여러 분이 명함을 나눠준다고 했는데, 네 곳 모두 나눠주는 분들은 없었다. 법정 밖 테이블 위나 법정 안 좌석 등에 명함이나 당일 물건이 기록된 전단지만 있을 뿐이었다. 보이는 명함이란 명함은 모조리 챙겼다.
- 스피드옥션이란 유료경매사이트를 이용 중인데 입찰가와 낙찰가 등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개찰 중엔 여러 유료경매사이트 직원들이 와서 실시간으로 받아 적고 업데이트는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 서울동부지법을 제외하면 법원 입장 시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심지어 서부지법은 경매법정이 신관에 있는데도 본관 검색대를 통과해서 신관으로 가야만 한다.
- 첫 번째 법원 참관 시엔 화장실 및 휴대폰 사용 여부 등 모르는 것 투성이라 긴장되었는데 두 번째, 세 번째 법정을 다녀보니 이젠 편안하게 들어가서 휴대폰을 꺼내는 내 모습을 보았다. 네 번째 서울남부지법은 궁금해하는 아들과 함께 참관했는데 앉자마자 태블릿을 꺼내서 물건을 보며 아들에게 자연스레 설명까지 해주는 여유까지 생겼다.
서울동부, 서부, 중앙, 남부지법 참관 결과, 법정 분위기를 책과 블로그 글 등으로만 파악했는데, 실제 현장 분위기와 진행방식을 파악하려면 직접 참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심리적 여유는 결코 책으로 얻을 수 없다. 경험이 쌓일 때 여유와 자신감이 생긴다. 아직 참관하지 못한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실제 입찰을 생각하기에 꼭 사전 참관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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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3. 22. 서울북부지방법원 추가)
#서울북부지법
- 위에서 서울서부지법에 찾기에 가장 쉽다고 했는데, 정정한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이 거리 짧기론 최고다. 그냥 1호선 도봉역 3번 출구로 나간 뒤, 왼쪽으로 잠깐 걸으면 바로 앞에 떡하니 법원이 있다.
- 다른 법원(서울동부지법 제외. 마음대로 가져가도 된다. 3장 챙겼다)과 마찬가지로 앞에서 입찰봉투 등을 나눠준다.
- 법정 안 구조나 분위기는 서부지법과 비슷한데, 경매일정이 뜸해서 그런지 의자에 앉을자리도 없이 사람이 많다.
- 다른 네 법정과 다른 한 가지 사실로 놀란 게 있었다. 입찰 마감 후(11:10) 서류 정리하는 약 30분 동안 법관 세 분은 밖에 나가 있었다ㅎㅎ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법원은 법대 아래 탁자 위에서 정리하는데, 여긴 법대 위에 펼쳐놓고 정리한다. 그러니 나가 있을 수밖에. 일부러 위에서 하라고 시켰나. 자기들 쉬려고 ㅎㅎ
- 또 한 가지 다른 건, 보통 한 사건에서 낙찰자와 패찰자를 구분하여 처리(서류작성 혹은 보증금 반환 등)하고, 처리 중 다음 사건을 진행하는데 반해, 여긴 한쪽에서 다 처리한다. 그러니 한 사건을 마무리할 때까지 올스탑되어 모두 기다려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희한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