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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판다 Feb 13. 2023

비전공자, 비개발자로 살지 않겠어요

나는 오늘의 나를 긍정합니다

출근 직후 내 아침 루틴 몇 가지가 있다.


1. 대시보드에 전 날 마케팅 지표 입력하기
2. 오늘 할 일 리마인드하기
3. 마케팅, 프로덕트에 대한 아티클 2~3개 읽기


지난 목요일에도 이 루틴대로 하루를 시작했다. 최근 마케팅 자동화 툴 재피어(Zapier)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마침 서핏에서 재피어와 관련된 아티클을 추천해 주어 읽기 시작했다.



글 초입부터 한 문장이 내 시선을 꽉 붙잡았다.

하지만 비개발자에게 자동화의 벽은 높기만 하다.


이 문장을 읽고 내 머릿속에 질문 한 개가 떠올랐다.

왜 '비개발자'라는, 사전에 있지도 않은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될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 사색을 글에 담았다.






부정의 뜻을 품은 '비-, 불-, 미-'


비OO 단어들과 그 뜻을 살펴보다 보니, 부정의 의미를 더하는 접두사들을 정리하게 됐다.

비(非)- : ‘아님’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불(不)- : ‘아님, 아니함, 어긋남’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미(未)- : ‘그것이 아직 아닌’ 또는 ‘그것이 아직 되지 않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각 쓰임을 거칠게 정리하면 이렇다.

비- : 주로 '-(적)이다' 앞에 붙어 서술어를 만듦.
불- : 주로 '-하다' 앞에 붙어 서술어를 만듦.
미- : '아직'의 뜻을 더해줌.


비OOO 단어들


개발자/전공자/장애인 등 '비'를 자주 붙여 표현하는 그룹과, 기획자/디자이너/상담사와 같이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뉘는 이유를 떠올려보았다. 내 고민의 결론은 '한 그룹이 한 그룹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이해받기 어려워서, 그 반대를 통칭할 표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데 뾰족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뭉뚱그려 표현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 비개발자, 비전공자

비개발자는 개발자가 사용하고 말하는 프로그래밍 관련 개념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비개발자를 위한~ 강의'가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어떤 개발자는 자기 지식을 쉽게 익히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의를 팔고, 개발을 전공하지 않거나 다른 직업을 가진 어떤 사람은 개발 지식을 최소한으로 익히기 위해 그 강의를 산다. '비'라는 한 음절로 공급자와 수요자가 생기는 건가..라는 무모한 생각이 든다. 컴퓨터 개발 세계가 현대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영역이라 그 분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 IT 판에 들어와있는 시선에서.


- 비장애인

이건 설명할 필요가 더욱 없다. 장애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장애 유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회적으로 합의되어 왔겠지. 사람들의 인식에서든, 법과 제도에서든, 교육 현장에서든.



다짐: 비(非) 말고 비(Be)할래


지난 2년 동안 나를 표현할 때 '비전공자'를 많이 사용하곤 했다. 한 때는 비전공자 UX디자이너였고,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후로 지금까지 비전공자 마케터였다.


부끄럽다. 존재를 인식하고 소개할 때 해시태그를 붙이지 말자고 다짐해 왔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가 속한 환경, 집단보다 그 사람 자체를 오롯이 봐야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정작 나를 외부 조건의 부정으로 정의하고 소개했다.


앞으로 어떤 이유에서는, 외부 개념을 부정해서 나를 정의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 UX를 독학했고, 프로덕트에서 학습할 수 없는 고객 획득을 경험해보고 싶어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나는 오늘의 나를 긍정한다.






쓰고 보니 당연한 말을 한 것도 같네.

하지만 당연이 때로 당연하지 않고 자연이 때로 자연하지 않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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