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 부부의 돈관리
"돈 관리 누가해요?"
경제권을 두고 결혼 초에는 많이 다투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어느 정도의 합의에 이르게 되면 아예 각자 관리하거나 통장을 하나로 합치기도 하고 꼼꼼한 사람이 관리하기로 결정하기도 한다.
다른 집에서는 남편이 정확히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 알고 있을까?
난 남편의 급여명세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물어보지는 않는다. 남편은 월급쟁이이고 호봉제에 따라 급여를 받고 있는 처지라 그도 받는 돈이 뻔할 것이라고 지레짐작만 하고 있다. 그 역시 나의 정확한 실수령액은 알지 못한다. 신혼 때부터 남편이 나에게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면 살림은 내가 자유롭게 꾸려가는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분이 묘했던 것도 사실이다.
'뭐지, 왜 월급을 공개하지 않는 거야? 딴 주머니 차려는 건가?'
하지만 지금은 제발 딴 주머니를 차고 있었으면 한다. 큰돈이 필요할 때 척하고 내놓으면 좋겠는데, 목돈이 나가는 건 다 내 차지이다. 자기는 돈이 없단다. 문제는 정말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장기 목표는 세우지 않는 편이다. 세상일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쉰이 되기 전에 6 기통 스포츠카를 모는 것이고, 둘째는 퇴직 후 매년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실천에 옮기려면 한 살이라도 어린 지금부터 돈을 아껴야 한다.
올해 들어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 오름을 실감하고 있다. 할인한다고 해서 마트에 가봐도 선뜻 집어들 것이 없다. 계산대에 줄을 서서 다른 사람들의 카트를 흘끗 쳐다본다. 카트에 고기며 과일이며 잔뜩 싣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위축감도 든다.
'나 말고는 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아.'
아이가 없는 우리는 결혼 초와 지금 비교해 봤을 때 장바구니 물품내역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삼겹살이 비싸면 앞다리살로 대체하고, 그것마저도 안되면 햄이나 구워 먹으면서 생활비를 일정 수준에 맞춰나가고 있다. 내게서 이 말이 나오면 남편은 긴장한다.
"긴축재정에 들어가야 될 것 같은데."
"얼마 모았어?"
우린 매년 12월, 연례행사로 총자산을 확인해 보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 씀씀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생활비를 받는 입장에서는 잔고의 수준에 따라 일 년간 나의 살림능력을 평가받는 느낌이 든다. 학교 다닐 때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았을 때와 '잘했어요'를 받았을 때 기분 차이라고나 할까.
아쉬운 마음은 뒤로하고 2023년 월급날을 또 기다려본다.
'이달에는 정근수당이랑 명절수당이 같이 들어오는 터라 숨통이 트이겠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