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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Apr 02. 2024

영국은 여름이 좋다

2024년 4월 2일 화요일

2013년 가을, 주재원으로 영국에 부임하게 되었다. 이전에 출장으로 영국에서 한 달간 체류했을 때에는 여름철이었기에 날씨가 너무 좋았었다. 그러나 주재원 부임 이후 최악의 날씨를 경험하게 된다.


TV에는 연일 전국 각지에서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거의 매일 비가 내려 좀처럼 해를 구경할 수 없었다. 바람도 많이 불어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출근을 하려면 집에서 기차역까지 약 15분가량 걸어가야 하는데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간다.


기차역 플랫폼에 서있는 거의 모든 사람은 같은 브랜드(N**** F***), 같은 색(검은색)의 고어텍스 재킷을 입고 있다. 기차에 타면 꿉꿉한 냄새가 가득하고 심지어 이가 돌아다닌다는 소문도 들린다.


아내는 비를 좋아한다. 그런 아내가 그 겨울을 보내고 비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리는 비, 오후 4시만 돼도 어둑해져 음울해지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자 결국 아내의 비 사랑은 멈추게 된다.


반면 7-8월 여름 날씨는 환상적이다. 30도 가까이 올라가는 기간은 약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 기간은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와 흡사하다. 비가 오는 날도 많지 않고, 기온은 무엇을 해도 좋을 정도로 딱 적당하다.


주재원 부임 후 첫 번째 여름에 장인 장모님이 오셨고, 영국 여름 날씨에 반해 이후 매년 방문하셨다. 겨울철에 오셨다면 다시 오지 않으셨을 거라고 장담한다. 그만큼 여름과 다른 계절의 날씨는 극과 극이다.


다행히도 나머지 세 번의 겨울은 최악은 아니었다. 그러나 여전히 비는 많이 내렸고 음울했다. 한국의 겨울은 기온이 낮긴 하지만 늘 해가 나오기에 그 시절 한국의 겨울을 그리워했던 기억이 난다.


영국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꼭 여름철에 가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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