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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Apr 02. 2024

영국인의 도발

2024년 4월 2일 화요일

영국은 공원과 정원의 나라이다. 공원은 수도 없이 많고 훌륭한 정원도 전국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주말이 되면 아이들을 위해 놀이공원이나 공원도 가지만 가끔 정원도 방문한다.


자주 가던 곳 중에 WISLEY GARDEN이라는 곳이 있다. 정원도 아름답지만 근처에 THE ANCHOR라는 맛집이 있어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주재원 생활 4년 동안 발견한 몇 개 안 되는 맛집 중에 하나이다.


하루는 날씨가 좋아 여느 때와 같이 WISLEY GARDEN에 들렀다가 THE ANCHOR라는 PUB으로 갔다. 이미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야외 테이블 하나를 확보할 수 있었다. PUB 안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가 말을 건다. 와이프와 딸, 그리고 큰 개 한 마리가 이 남자의 가족들이었고 대화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영국남 : “너 일본사람이니?”

    한국남 : “아니, 한국사람인데”


    영국남 : “너희들 개고기 먹는다며?”

   (옆에 앉아있던 이 남자의 와이프가 난감해함)

    한국남 : “예전에 그랬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졌지”


    영국남 : “거의 사라졌다고?”

    한국남 : “걱정 마. 오늘 너의 개는 안전할 거야”


나의 마지막 말에 이 남자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고, 주변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사람의 가족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이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던 사람들의 웃음소리였다.


얼마 후 이 남자는 가족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악수를 청했고, 미소와 함께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후 그 자리를 떠났다. 자칫 언쟁으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위트가 섞인 말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아름답게 정리될 수 있었다.


영국 생활을 하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여럿 만나게 되었다. 사람을 국가나 피부색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나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그런 부류는 늘 존재한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싸울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피하고 당하기만 하면 상처가 된다. 물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상대의 부당한 행동이나 말에 자신의 생각을 반드시 표현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 위트를 적절히 사용하면 상황을 부드럽게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실 이 부분은 나에게 있어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위트를 잘 사용할 수만 있다면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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