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가 학교에서 성공을 주제로 쓴 글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성공이란 자유와 행복이라고 정의했다. - “성공이란 행복을 찾고 무언가에 갇혀 있지 않는 것이다. 일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일을 그만두었거나, 공부를 하다가 어른이 되어 공부를 안 하게 되는 것. 나를 힘들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은 사람이 성공을 한 것 같다.”
우선 아이의 글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아이는 내가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힘든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 행복을 결정짓는 것이라는 입체적이지 않은 가치관을 심어준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과연 성공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언제나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맡은 일들에 최선을 다했다. 아울러 나와 가족을 위해 경제적인 부분에 문제가 없도록 늘 걱정하고 고민하고 노력했다.
회사에서 나름 인정도 받았고 기여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전히 경제적 자유가 확보된 상황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기반은 마련이 되어 있기에 직장생활은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나의 삶 전체를 보면 스스로 성공적이었다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즉 나의 삶이 얼마나 가치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니 부족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좋은 남편과 아빠였는지 자문해 볼 때 오랜 고민 없이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오니 말이다. 물론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였지만 집안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다행스러운 건 아이가 나의 퇴직 후 삶을 보며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 “난 언제쯤 성공을 할지 궁금하다. 우리 아빠는 성공을 했다. 힘들어했던 일에서 벗어나 행복이란 걸 찾은 것 같다. 나도 나중에 우리 아빠처럼 꼭 성공할 거다.”
현재 나에게 있어 성공이라는 개념은 미래의 결과나 성과가 아니고 과정 자체이다. 나의 삶이 하루 단위로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오늘 하루가 나에게 보람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물론 어떤 날들은 매우 무의미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보람된 날이 많아지기를 소망하며 살아간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꼭 얘기해주고 싶은 건 내가 회사를 벗어나서 행복한 것이 아니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음을. 회사에서의 존재가치가 유지되고 보람되었다면 힘이 들었어도 퇴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또한 2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열심히 살았기에 퇴직이 가능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