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불안감

2023년 9월 18일 월요일

by 손영호

퇴직을 결정하기 전에 아내와 퇴직 후 계획에 대하여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 중심에 집을 줄여 이사를 가는 부분이 있었다. 내년 큰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현 거주지를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지해야 하는 사정으로 퇴직 후 1년 남짓의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이사 문제에 대하여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물론 주식 투자활동을 통해 어쩌면 시간을 더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투자형태로는 단기간에 큰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현실적으로 기존 계획에 따라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내 생각을 전달했고 이미 계획한 일이니 이해해 주리라 생각했지만 아내도 사람인지라 이 문제에 대해 예민해지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보며 아내와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원래 머리만 대면 자는 사람인데 한동안 잠을 잘 수도 없었고 다른 대안이 없는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그 과정에 불안감이란 것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여유돈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투자를 공격적으로 전환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들에 쫓기기 시작하면서 고민과 심적 고통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식 투자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면서 가족들과의 대화가 줄어드는 등 내가 그리던 퇴직 후의 모습이 변질되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상황은 나에게 큰 위기로 다가왔고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와 우리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생각해 보았다. 물론 나는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 최대의 과제임을 상기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소 민감해진 아내부터 다독이기 시작했고 동시에 내 안에 있는 불안감과 조급함을 떨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다소 침체되었던 집안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중심을 잡고 나름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나는 경제적인 문제로 가정이 불행해질 수 있음을 느꼈다. 동시에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부부가 중심이 되어 서로 이해해 주고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음도 깨닫게 되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도 아내도 흔들렸던 마음이 다시 중심을 잡았고 아이들은 여전히 잘 자라고 있다. 물론 이사를 가게 되면 둘째와 막내에게 많이 미안할 것이고 아이들은 나에게 불만을 표출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 또한 시간을 가지고 아내와 함께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저녁에 아내와 산책을 하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그동안의 나의 고민과 심경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많은 대화가 오갔고 어떤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우리 가족이 서로 사랑하며 더욱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에 서로 공감하였다.


어느덧 가을이 왔다. 가을바람을 느끼고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나와 아내가 가을처럼 아름답게 깊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이전 19화퇴직 후 8개월 -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