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헬조선이라고 하고,
이 나라는 떠야 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해외 이주를 준비한 적이 있다.
어쩌면 몇 번쯤은
타국에서의 삶을
나 역시 낭만적으로 상상했던 것 같다.
글쎄, 모르겠다.
19살까지 부산에 살았고, 28살까지 서울에 살았다.
처음에는 경기도의 농촌 마을로 귀촌해 2년을 살았다.
다음에는 깊은 산골로 가서 4년을 살았다.
이제는 경북의 농촌에서 적당하게 산다.
농사는 짓지 않는다.
텃밭에서 감자 한 번, 가지 한 번, 상추 두 번 키워 봤다.
농사 쉽게 보면 안 된다.
시골에서도 컴퓨터 붙잡고 사는 게 제일 쉽다.
사실 겁이 없었다.
시골에 산다는 게 어떤 것인 줄 몰랐다.
농사지을 게 아니라서 도시와 다를 바 없을 줄 알았다.
아니, 이곳은 다른 세계였다.
말이 통하는 유럽 같다.
모든 것이 느리고, 모든 것이 색다르며,
가끔은 외롭고, 가끔은 조심스럽지만,
늘 평화롭다.
철없었던 나와는 달리,
많은 이들이 시골살이를 두려워하는 줄로 안다.
그 이유들 중에는 옳은 것도 있지만, 편견에 불과한 것도 많다.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 중 자신의 조건에 귀촌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도 적잖다.
다시 말하지만 시골은 다른 세계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바라는 조건을 여럿 갖춘 공간이다.
장단점을 알고 내가 원하는 바를 안다면, 이곳은 무릉도원이 될 수 있다.
모든 걸 알고 난 지금 처음으로 돌아간대도 난 다시 시골로 올 거다.
철마다 새로운 꽃이 피는 앞마당이 좋고,
방에서 발을 쿵쿵 구르고 한밤에 목청껏 노래를 불러도 눈치 볼 필요 없는 마음의 여유가 좋다.
수다스러운 새소리와 온갖 자연의 소리도 좋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과 달빛으로 훤한 밤길도 좋다.
나는 사생활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도시 사람이었다.
소로우의 월든을 읽으며, 이상적이긴 해도 그렇게는 못 산다고 단언했던 사람이었다.
능청스럽지 않고 낯을 가려서 인파에 몸을 숨기는 게 편하고 익숙했다.
그런데도 괜찮다, 아니, 좋았다, 이곳에서의 삶은.
시골살이가 10년이 넘었다.
내가 느낀 시골, 하나씩 정리해 본다.
우리집 감나무 옹이 구멍에 넣은 주사위. 즐겁게 살면 그만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