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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낙 Apr 10. 2024

이민 말고 귀촌 (0)

프롤로그


누군가는...

헬조선이라고 하고,

이 나라는 떠야 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해외 이주를 준비한 적이 있다.


어쩌면 몇 번쯤은

타국에서의 삶을

나 역시 낭만적으로 상상했던 것 같다.


글쎄, 모르겠다.


19살까지 부산에 살았고, 28살까지 서울에 살았다.

처음에는 경기도의 농촌 마을로 귀촌해 2년을 살았다.

다음에는 깊은 산골로 가서 4년을 살았다.

이제는 경북의 농촌에서 적당하게 산다.


농사는 짓지 않는다.

텃밭에서 감자 한 번, 가지 한 번, 상추 두 번 키워 봤다.

농사 쉽게 보면 안 된다.

시골에서도 컴퓨터 붙잡고 사는 게 제일 쉽다.


사실 겁이 없었다.

시골에 산다는 게 어떤 것인 줄 몰랐다.

농사지을 게 아니라서 도시와 다를 바 없을 줄 알았다.

아니, 이곳은 다른 세계였다.


말이 통하는 유럽 같다.

모든 것이 느리고, 모든 것이 색다르며,

가끔은 외롭고, 가끔은 조심스럽지만,

늘 평화롭다.



철없었던 나와는 달리,

많은 이들이 시골살이를 두려워하는 줄로 안다.

그 이유들 중에는 옳은 것도 있지만, 편견에 불과한 것도 많다.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 중 자신의 조건에 귀촌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도 적잖다.


다시 말하지만 시골은 다른 세계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바라는 조건을 여럿 갖춘 공간이다.

장단점을 알고 내가 원하는 바를 안다면, 이곳은 무릉도원이 될 수 있다.

모든 걸 알고 난 지금 처음으로 돌아간대도 난 다시 시골로 올 거다.


철마다 새로운 꽃이 피는 앞마당이 좋고,

방에서 발을 쿵쿵 구르고 한밤에 목청껏 노래를 불러도 눈치 볼 필요 없는 마음의 여유가 좋다.

수다스러운 새소리와 온갖 자연의 소리도 좋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과 달빛으로 훤한 밤길도 좋다.


나는 사생활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도시 사람이었다.

소로우의 월든을 읽으며, 이상적이긴 해도 그렇게는 못 산다고 단언했던 사람이었다.

능청스럽지 않고 낯을 가려서 인파에 몸을 숨기는 게 편하고 익숙했다.

런데도 괜찮다, 아니, 좋았다, 이곳에서의 삶은.


시골살이가 10년이 넘었다.

내가 느낀 시골, 하나씩 정리해 본다.


우리집 감나무 옹이 구멍에 넣은 주사위. 즐겁게 살면 그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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