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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낙 Apr 24. 2024

이민 말고 귀촌 (2)

저녁 외식을 하고 싶어

자취하던 젊은 시절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서울에 살 때 난 종종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대개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내가 지은 작물로 내 손을 써서 지어 먹는 밥에 로망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나는 매끼 식사를 직접 차리는 게 번거롭고 버거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리 생각하면, 제일 맛있는 식사는 남차밥, 남이 차려 준 밥이라는 말이 다 있겠나.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나는 읍내에 나갈 때마다 가능하면 외식을 하고자 했다.


참고로 나는 귀촌이었기 때문에 지방 읍내에 사는 것이 아니라 늘 외곽에 살았다. 자연히 읍내까지의 거리는 수십 킬로가 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볼 때만 읍내 외출을 했다. 산골에 살 땐 한 달에 두 번 나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나는 귀촌 후 세 지역을 경험했는데, 처음은 서울과 1시간 걸리는 지역의 농촌, 두 번째는 유사 오지인 산골, 세 번째는 지방 소도시의 농촌 마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면사무소 소재지는 되어야 슈퍼랄 게 있고, 읍내 정도를 가야 하나로마트나 다방이 아닌 상업시설이 존재한다.


나는 읍내 정도 되면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을 줄 알았다. 초반에 슬쩍 둘러보았을 때 롯데리아부터 큰 마트까지 웬만한 것들이 다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식당이 6시에 문을 닫을 줄은 정말로 상상조차 못했다. 극야 상태인 지역인 곳도 아니고, 해가 빨리 지는 고위도 지역도 아니건만, 식사를 시작할 시간에 영업종료라니, 이게 웬 말인가.



태도를 보면 마치 유럽 같은데, 주인이 장사를 접겠다고 생각한 시점에 손님이 오면 칼같이 쫓아낸다. "오늘 끝났어요. 옆집 가 봐." (물론 옆 가게 사장은 벌써 문 닫고 집에 갔을 거다) 단골이어도 예외는 없다. 가끔 사장님의 마음이 동할 때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나, 대다수 점주들은 손님 한둘에 퇴근을 미룰 생각 따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녁 6시가 되면 읍내에서 뭔가를 먹을 수 있는 곳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 프랜차이즈 음식점, 편의점 정도가 다다. 그리고 그나마도 7시가 넘으면 대부분 영업을 종료한다. 편의점도 24시간 운영되지 않는 곳이 다수다.


요즘은 인스타로 영업 공지를 해서 사장이 자유롭게 영업일을 정하는 가게들 많다고 하데... 트렌디하다고 해야 할까, 인스타 같은 SNS가 아닌 인근 소셜 네트워크("그 집 아까 밭에 간다고 오늘 영업 접었어.")를 이용한다는 점만 다를 뿐, 지방에도 툭하면 문을 열지 않는 가게 꽤 있다. 이런 곳들은 사장이 농사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농번기가 되면 예약 손님이 있을 때만 문을 연다.


다수의 점포 운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사람들 혹은 귀촌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젊은 감성의 세련된 영업장조차도 영업시간은 짧고, 매주 정기 휴일을 둔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꽤 다수가 그러하다.


인구가 적어서, 손님이 많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니냐고? 물론 그런 이유가 없진 않을 거다. 하지만 장사보다 자기 생활을 중요시하는 듯한 가게가 생각보다 많다. 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식당도 폐점 시간은 대개 6~7시이며, 일주일에 한 번은 쉰다.


그러니까, 귀촌을 한다는 것은 일상이 불편해진다는 뜻이다. 선택지가 명백히 줄어든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는다. 그만큼 생활의 편의성은 떨어진다.


반면, 모두가 더불어 사람다울 수 있게 된다. 내가 살았던 지방 소도시에서 손님이 왕인 영업점은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그냥 사람 대 사람일 뿐이다. 그리하여 소설에서 보았던, 영화에서 보았던, 주인과 손님이 친구처럼 농을 주고 받는 단골 식당이 존재하게 되더라.


나는 이런 일상에서 이민과 귀촌이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도 번화가가 아닌 이상 항시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식당이 많은 국가는 드물다.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까지 그런 시스템이 갖춰졌을 뿐이다. 해외에 나갔을 때 그런 상황에 놓이면 사람들은 난감해하면서도 수긍한다. 그런데 시골에서 같은 상황에 놓이면 이렇게 불편한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한다. 어째서?


말했다시피 저녁 외식은 힘들다. 점심 외식도 특정 메뉴는 계절에 따라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외식을 할 때 지인 가게에 온 기분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동네의 온갖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접할 수 있다. 나는 이게 낭만적이었고, 인상적이었으며, 무엇보다 기뻤다.


해외에서 볼 법한 존중과 여유가 있으면서도 한국만의 효율이 있는 곳, 그게 바로 지방 소도시, 소위 한국의 시골이다.


우리집 뒷산. 시골은 낮하늘과 밤하늘이 참 예쁘다. 그렇다. 늘 예쁘단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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