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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낙 Jul 17. 2024

이민 말고 귀촌 (13)

제1시민이라는 권리

옥타비아누스가 말한 제1시민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고 보니 제1시민이라는 말이 시민의 계급을 나누는 것 같아 께름칙하다. 굳이 말하자면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어 증명할 필요 없이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그 지역에 대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라고나 할까. 한 나라에서 나고 자라 여행 외에 다른 나라에서의 일상을 영위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크게 인식할 일 없는,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순간 생기는 그 어떤 피해의식과 열등감의 원인이 되는 그 시민권. 이렇게 얘기하면 피식 웃을 사람도 있겠다. 그 뻔한 얘기를 하려고? 그렇다, 그 뻔한 얘기를 하겠다.


이민에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과 품이 드는지 알 만한 사람은 알 거다. 이민까지 안 가도 된다. 유학만 하려 해도 처리해야 할 서류 작업이 한가득이다. 사소한 자료 하나 누락돼서 마음 졸여야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 나라에 도착한 상태에서 서류에 문제가 있다고 소환하거나 대기시키면 무슨 죄인이라도 된 기분이 된다. 함부로 언성이라도 높였다가 어떤 곤란한 상황에 놓일지 몰라 불만을 토로하기도 쉽지 않다. 문두에서 내가 말한 제1시민이란 단어가 이 맥락에서 나왔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의 삶은 시작이 어렵고 까다로운 만큼 또 다른 매력이 있고 장점이 있다. 다른 문화권 출신이기에 받는 차별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얻는 배려도 있다.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법이라지 않나.


다만, 내가 나고 자란 나라에서 내 모국어로 산다는 것의 편리함과 편안함은 그 어떤 나라에서의 편의성으로도 대체가 안 된다는 거다. 시골의 이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분명히 새로운 문화에 새로운 사회이고, 나를 알아보는 이 하나 없는 곳인데, 내 모국어로 그 어떤 법적 또는 절차적 제약 없이 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귀촌의 장점이다.


이미 몇 차례 얘기했듯, 나는 귀촌 후 세 개 지역에서 거주했다. 그 모든 곳에서 나는 이방인이었으나 외롭지 않았다. 언제든 원하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원하면 친구들을 만나러 가거나 부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원하면 그곳에서 누구라도 사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민을 고민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민을 갔다면 아무래도 지금보다 힘들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감상이자 의견이다. 사람에 따라 다른 국가에서의 삶이 훨씬 수월할 수도 있을 거다. 그저 거주지를 선택할 때 이런 의미에서 귀촌이라는 선택지를 고려해 보는 것을 제안할 따름이다.


모두가 눈부시게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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