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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낙 Jul 10. 2024

이민 말고 귀촌 (12)

메디컬 이슈

최근에 가족이 아팠다. 급히 수술이 필요했는데 전공의 파업 때문에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서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느라 바빴다. 다행히 늦지 않게 수술을 했고, 이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해외에서 아프면 난감하다. 의료비가 상상초월이라 크게 한 번 아프고 나면 집안이 휘청인다는 미국은 당연하거니와, 의료비 부담이 매우 적은 유럽에서는 의사 한 번 만나기가 어렵다고 들었다.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나 특정 중국 지역은 의료 서비스가 낙후돼 믿고 이용하기 힘들기도 하다.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의료 서비스만 두고 보자면 한국의 시골은 해외보다 나으나 도시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우선 병의원은 95% 읍내에만 존재한다. 그나마도 1차 병원에 해당하는 내과, 치과, 정형외과, 한의원 정도가 다고, 이비인후과, 피부과, 안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신경과, 정신과 병의원은 잘 없다. 종합병원이 있어도 진료과목은 몇 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까운 도시로 가도 광역시 급이 아니면 상급 종합병원을 찾기란 어렵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해외와는 달리 국토 면적이 비교적 적고 교통 인프라가 잘 발달된 덕에 우리는 전국 어느 곳(일부 도서 제외)에서든 인근 광역시 또는 수도권에 몇 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응급상황에서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사실이지만, 해외에 비하자면 이것도 장점이라 하겠다.



시골의 어르신들, 그리고 몸이 아픈 사람들은 수 시간 걸려 인근 광역시나 수도권으로 가 진료를 보고 수 시간 걸려 돌아온다. 그것도 운이 좋을 때의 얘기다. 병원에서 수 시간 대기해야 하거나, 그날 예약이 다 차서 다음 날 와야 하는 경우, 선착순 진료인 경우에는 아픈 몸을 이끌고 숙소를 잡아야 한다.


인기 의사에게 진료받겠단 욕심으로 먼 곳에서 굳이 서울까지 진료 보러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게 왜 욕심이 되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인근에 진료과가 없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적잖다. 당장 이번 내 가족의 경우만 해도, 인근에는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없었다. 처음 진료를 한 1차 병원 측이 몇몇 상급 병원에 전화를 돌린 후 방도가 없다며 서울로 가라고 했다.


시골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지만, 실상이 이러하다. 나는 시골살이를 정말로 좋아하지만, 내가 누리는 여유를 위해 이런 점은 감수해야만 한다. 가만 생각해 보니 마음이 좋지 않을 것도 없다. 내 글의 제목은 이민보다 귀촌, 그래, 이민 간 경우보다는 한국의 시골이 대체로 덜 불편할 텐데, 뭐 어때.


무겁게 이야기했으니 가볍게 마무리지어볼까.


예전 글에서 지방 소도시는 터미널 및 기차역 주차장이 만석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 이유가 바로 병원이다. 이미 고령화된 지방 소도시 주민들은 병원 진료를 보는 김에 자식 집을 방문하거나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금요일 또는 월요일에 진료 예약을 한다. 그래서 소도시 터미널 및 기차역 주차장은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대개 만차 상태다. 그러니까 주말에 지방에 놀러 간다면 주차는 터미널이나 기차역이 아닌 공영주차장 또는 공공기관에 할 것!


건강이 제일이다. 이 글 읽으시는 모든 분들 건강하시길!!!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그 노래가 난 그렇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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