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장군의 무패행진 비결
100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딱 한 번쯤은, 허벅지 씨름을 하게 되는 날이 있지 않을까? 그때를 대비하여 나름의 체면을 지킬 수 있는 필승법을 공유해보려 한다.
규칙을 전혀 모르는 스포츠 경기에 뛰어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허벅지 씨름에도 나름의 '규칙'이 존재한다. 민경장군의 도움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보이지 않던 규칙도 보이게 될 것이다.
민경장군은 희극인 김민경의 별명이다. 정형돈이 장군 같다고 하여 붙여준 별명이다. 그녀는 왠지 숟가락만 들어도 근육이 생길 것 같은 타고난 근수저이긴 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민경은 허벅지씨름에서 화려한 승리 전적을 뽐낸다. 전 골프선수 박세리를 비롯해서,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 전직 축구선수, 특수부대원, 서장훈, 비, 등... 힘센 남자연예인들도 연이어 고개 숙이게 했다. 아무리 힘센 여성이라고 해도 어떻게 건장한 남성, 그것도 스포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단지 타고 태어난 근력 덕분일까?
당연히 선천적인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민경 장군은 본능적으로 운동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타고 태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운동 감각을 후천적으로 학습할 수도 있다! 골프 스윙을 칠 때도 운동 감각에 따라 사람마다 작용되는 근육에 차이가 있다. 운동 센스가 뛰어난 경우 스윙을 때리려고 할 때 복부의 패스츄리처럼 겹겹이 쌓여있는 4개의 근육층 중 가장 안쪽의 근육이 1차적으로 작용하여 쓰인다. 안정적으로 잡힌 상태에서 다른 근육의 힘도 부가적으로 동원해 갖다 쓴다. 가장 깊숙한 근육이 먼저 반응해 대들보처럼 든든하게 받쳐주고 나서 강하게 골프공을 때리니 부상의 위험도 내려간다. 근육이 작용되는 흐름이 마치 엄마오리를 따라가는 새끼오리들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1. 자세
뛰어난 운동감각은 자세에서 엿볼 수 있다. 상대방과의 자세를 비교해 보면, 민경장군의 자세는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있다.
전체적인 몸의 위치와 팔의 위치다. 흐트러짐 없이 폭발적인 파워를 내기 아주 좋은 시작자세다. 엄마오리와 같은 주요 근육이 첫 번째로 잘 쓰이는 자세! 이는 어디에서, 누구와 허벅지 씨름을 하더라도 복사·붙여 넣기를 한 것처럼 자세가 똑같다.
대부분 허벅지 씨름을 하려고 의자에 앉으면 엉덩이를 깊숙이 밀어 넣어 앉고 팔의 위치는 가장 아랫부분을 잡는다. 반면 민경장군의 몸은 의자 정가운데 위치해 있다. 팔의 위치는 의자의 가장 하단이 아닌 '약간 위쪽'에 위치한다. 근육은 적절한 길이에 있을 때 최대능력을 발휘하기 좋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자세다.
다음 중 한 팔로 3kg짜리 아령을 들 때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1) 팔을 쫙 다 핀 상태에서 부들부들 하~~나 들어 올리기
2) 팔꿈치를 살짝 접은 상태에서 가뿐하게 하나! 두울! 세엣! 하며 들어 올리기
3) 팔꿈치에 개미도 못 들어갈 정도로 완전히 접어 겨우겨우 하나.. 들어 올리기
정답이 나와있는 보기지만, 당연히 2번째가 가장 힘을 발휘하기 좋다. 폭발적인 힘을 내기 위해서 민경장군에게 적합한 길이는 의자의 정중앙에 위치, 팔은 약간 아래쪽에 위치하는 것이다. 너무 의자 뒤도 아니고 위자 앞도 아닌 중간에 엉덩이를 위치시키고, 팔은 너무 아래도 아니고 너무 위도 아닌 딱 적절한 대각선의 길이다. 이렇게 민경 장군은 근육이 최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를 본능적으로 찾은 것 같다.
앞에서 잡아주고 뒤에서도 탄탄히 받쳐주는 빈틈없는 자세 덕분에 민경장군은 경기시작과 끝까지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자랑한다. 이에 반해 상대 선수는 상체 포지션이 계속해서 바뀐다. 고개는 힘 없이 툭 떨어지고 발바닥은 간당간당 겨우 바닥에 붙이고 있다. 처음부터 힘(근육)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어려운 자세를 잡았기 때문이다. 정리해 보면 1) 가장 의자의 중앙에 앉아서 2) 팔은 가장 하단이 아닌 약간 위쪽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
2. 공수 순서
공격을 먼저 하면 상대방의 허벅지 근육을 더 빨리 지치게 해 승리의 깃발을 내쪽으로 당겨올 수 있다!
민경장군은 허벅지씨름을 할 때 거의 90% 이상이 안쪽에서 먼저 시작하는 공격 포지션을 취한다.
민경장군이 허벅지를 안쪽으로 나란히 모아서 힘을 줄 때는 허벅지의 바깥쪽 근육이 엄마오리가 된다. 즉, 안쪽에서 상대방의 다리를 벌리려면 나의 가쪽 허벅지 근육이 가장 많이 쓰이는 주동근이 되는 것이다. 눈이 번쩍 뜨이는 사실은 허벅지에 위치한 4개의 근육 중 가장 힘이 센 근육이 바로 가쪽 넓은 근이다. (허벅지 근육의 힘: 가쪽 넓은 근> 안쪽 넓은 근)
한편 이때 상대방의 엄마오리는 안쪽 허벅지 근육이다.
똑같이 허벅지 씨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주요하게 작용되는 허벅지 근육이 다르다.
가장 센 허벅지 근육 VS 두 번째로 센 허벅지 근육의 대결인 것이다.
민경 장군은 가장 센 허벅지 근육을 첫 번째 타자로 출전시켜 상대방의 기세를 꺾어놓고 시작한다. 씨름은 기세싸움도 있지 않나! 초장부터 이기고 시작하는 것과 지고 다음 경기를 치르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제 공수를 바꿔 상대방이 공격 포지션을 취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방은 이미 허벅지 근육이 탈탈 털린 상태다. 민경장군의 가장 센 가쪽 허벅지 근육을 상대하느라 안쪽, 바깥쪽, 위쪽.. 할 것 없이 전체적으로 허벅지 근육이 힘이 빠진 상태다. 센 놈을 상대하느라 전력 손실이 막강하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내가 먼저 공격 포지션을 선점하는 것도 허벅지 씨름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팁일 것이다!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서 자세를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자.
1. 다섯 손가락의 힘도 모두 사용하기
엎드려뻗쳐를 할 때는 다섯 손가락이 하나하나 전체적으로 넓게 펼쳐져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손가락이라도 떠있지 않고! 작은 차이가 결국 큰 차이를 만든다. 마찬가지로 허벅지 씨름을 할 때도 민경장군의 야무진 다섯 손가락을 보자. 한 손가락도 노는 법이 없이 문어발판처럼 딱 붙여둔다. 반면 상대편인 레슬링 선수 남경진의 다섯 손가락은 거의 살코시 얹어만 놓은 모습이다.
2. 중심을 잘 잡기
흔히 말하는 코어가 잘 잡혀 있으면 팔과 다리를 더욱 '경제적'으로 쓸 수 있다. 필라테스에서는 호흡을 코로 마시고 입으로 내뱉으면서 센터링을 하는데 이때 팔다리를 들면 훨씬 가볍게 들린다. (호흡은 배근육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반면에 센터가 잘 받쳐주지 않으면 다른 근육이 대신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일하므로 래퍼 딘딘처럼 허벅지씨름을 해도 어깨가 아플 수도 있다.
몸의 중심을 흔들리지 않게 잘 잡아주는 센터링은 평소 꾸준한 필라테스를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연마할 수 있다. 나의 평소자세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민경장군의 자세는 코어가 잘 잡혀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중심이 잘 잡혀있지 않으면 자신이 편한 자세로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민경장군은 강한 코어의 힘으로 자신의 팔다리도 가볍게 사용할 수 있고, 상대방이 공중으로 붕~ 들리기도 한다. 코어가 저렇게 탄탄하니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을 들 정도의 힘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나의 경우 필라테스를 무거운 물체를 옮길 때도 적용한다. 내 몸보다 더 큰 에어컨 실외기를 옮길 때도 세상에 웬걸 옮겨진다. 센터를 잘 잡고 옮기면 비교적 가볍게 들리면서 다 된다! 그야말로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 정신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이점도 발견했다!
민경장군의 체성분 분석 결과 보통 남성을 능가하는 타고난 근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후천적으로 근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나의 잠재력은 얼마든지 무궁무진하므로, 조금의 꼼수로 도움을 받으면서 평소 운동으로 단련해 보자. 우리는 시간의 행진을 가로막을 수는 없지만 보다 나은 몸으로 시간을 잘 사용할 수 있다.
끝으로 혹시나 허벅지 씨름에 너무 열을 낼 필요는 없다. 과도한 승부욕으로 부상이 유발될 수 있으니 가볍게 즐겨보도록 하자. 오늘 공유한 내용은 상대편은 모르는 우리들만의 비밀이 되어야 한다. 허벅지씨름을 할 때 소록소록 떠오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