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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균탁commune May 17. 2023

우울증 환자로 살아가기

우울한 날들을 위하여(1)

 우울증 환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우울증이 동반하는 우울을 받아들여도 잘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울한 날들이 연속될 때이다. 그것은 받아들인다고 해서 자신의 기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약을 먹어도 약의 효과가 떨어지면 곧 우울해진다. 아니 약의 효과가 지속되는 중에도 우울의 정도는 점점 심해진다. 

 우울한 날들이 연속될 때에는 때론 그 우울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우울의 원천이 아픔이라면, 세상의 많은 아픔들을 들여다 보기 위해 노력해 본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우울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울한 날들을 위하여 내가 하는 것은 우울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일들이다. 그런데 같은 우울증 환자들이 모여 있으면, 서로의 우울로 인해 싸움이 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우울이 심한 날은 될 수 있는대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꺼린다.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한 내가 우울한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그러니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최대한 꺼리게 된다. 그리고 조언이라고 해봐야 거기서 거기, 꼰대들의 이야기 밖에 더 되겠는가?

 우울한 날들을 위하여 내가 하는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기부다. 앞서 말했듯 나는 장학회의 이사장이다. 그렇기에 매달 장학회 회원들과 함께 가난한 학생들을 돕기 위한 돈을 모은다. 그리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매달 기부를 한다. 이건 정확히 알아두어야할 지점이 하나있다. 

 우울증 환자지만 내 자랑을 하나하자면 나는 빚이 많다. 그 빚이 내 우울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빚이 있다고 마음이 없겠는가? 빛이 있다고 의리가 없겠는가? 나는 매달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 기부를 하고, 매년 고아원에 기부를 한다. 그리고 매달 조금의 돈을 모아 장학회를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건 내 자랑이었기에 자랑 따위는 집어치우고, 우울한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보자.

 우울한 날은 하루에서 멈추지 않는다. 연속적으로 찾아온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은 한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인생을 쉽게 사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하는 일은 잘 풀리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면 우울한 날들은 계속해서 나를 괴롭힌다. 우울하고, 우울하고, 우울하고, 그리고 계속 우울하다. 아침이 우울하고, 점심이 우울하고, 저녁이 우울하다. 

 우울한 날들이 연속되면 몸에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온몸이 아프기도 하고, 특정 부위가 심하게 아프기도 한다. 무릎이 심하게 아프기도 하고, 팔꿈치나 어깨가 허리가 심하게 아프기도 하다. 소화 역시 잘 안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뼈쪽이 아픈 것 통픙이 있어서라는 것은 병적으로 진단된 사실이다. 하지만 우울이 심한 날은 없는 통증마저 생기는 것 같다.

 그래도 나와 같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우울증 환자로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는 하고 싶다. 우울증 환자들이여 우울해지는 날에는 그 우울을 즐기자. 우울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보자. 물론 나도 우울을 즐기는 법에 항상 실패한다. 하지만 우울을 즐기기 위한 일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해보는 중이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조각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모두 그냥 고만고만한 일이지만 그런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그러다보면 우울을 잊어버리는 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무엇에 집중한 시간 그 시간에 나는 우울을 잠시라도 털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잘 안다. 하지만 무언가를 해 보는 것 그것을 추천한다. 

 사랑. 누군가를 위한 지독한 사랑도 해보기를 바란다. 실패하면 우울할 거라고. 당연히 우울할 것이다. 그러면 또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하면 된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듯이, 우울도 다른 우울로 잊어가면 되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이여! 우울증 환자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 잘 알지만, 살아가기를 바란다. 

 무엇을 하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그대의 삶에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무엇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날을 기다려보는 중이다. 누군가가 그리고 무엇이 찾아올 그날을 우울하게 지내며 기다려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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