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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뱅크스의 말없는 소통

Catherine과 함께...

by 칠렐레팔렐레

처음이었다.

함께한 시간이 많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어찌 됐든 딸과 '단 둘이'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그 설렘은 기대를 넘어 긴장처럼 차 안에 퍼졌고,

나는 조용히 운전대를 잡은 채 떠 오르는 태양을 안고 동쪽으로 달렸다.


"Sand Banks"로 가는 길.

하이웨이 서비스에서는 그저 말없이 팀홀튼 커피만 뽑아 들고 다시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렸다.

'하이웨이 401'을 벗어 나자 유채꽃밭과 청보리 밭이 펼쳐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없는 소통이었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변변한 말도 없이 그저 창밖 청보리 밭 사이를 거쳐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속도에서 벗어나 차창밖 풍경에 취했다.


캠핑장에 도착했을 땐,

온타리오 호수가 반겨주었다.

너무 투명해서, 마음까지 비칠까 봐 괜히 바람을 핑계로 한참을 물가에 서 있었다.


햇살은 부드러웠고 ,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책을 펼치거나,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이름 모를 새들의 모습과 노래를 가슴에 담았다.


모닥불 앞에서,

비로소 오랜 시간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이어 갔으나,

어느 순간 그저 불멍만 때리고 있었다.

아무 말 없어우리는 모든 걸 공유할 수 있었다.

대화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소통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Catherine 말할 때,

나는 불혹의 그에게서 자꾸만 품 안의 어린 모습이 떠 오른다.

눈빛과 웃음소리 그렇게 빛바랜 시간과 오버랩되었을 때,

딸이 말했다.

“아빠마음에 담고 있는 을 잘 표현 못해.”

“괜찮아. 나도 그래. 근데 알아.”


어떤 말도 지적이 되지 않고,

어떤 고백도 오해 없이 나눌 수 있었던 게

나와 Catherined의 관계였다.

부녀란 이름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마음’으로 이어진 사이.


마지막 날 아침,

다람쥐 한 마리가 텐트 주변을 종종걸음으로 돌았고

햇살은 이전보다 더 부드러웠다.

Catherine이 나지막이 말했다.

“아빠 이런 날이, 또 있을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마음 한 켠에 작은 서랍을 만들고

그 순간을 조심스레 담아두었다.

언젠가 다시 꺼내 보기 위해.


카메라보다 더 선명하게,

샌드뱅크스의 공기와 장작 불빛과 온기,

그리고 딸의 미소까지—

모두가 한 편의 수필처럼 내 안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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