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원장님이 철수한 후, 교습소에는 나 혼자 남겨졌다. 모든 인수인계와 잔금 처리를 마치고 나니 가장 시급했던 것은 청소와 재료 정리였다.
수업 집중력을 방해했던 공간의 문제점도 눈에 보였다.
인수인계 기간 동안 아이들의 집중력이 짧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는데, 여러 환경적 요인들이 얽혀 있었다. 나는 첫 수업 전 이 문제점들을 싹 개선하고자 했다.
시간표 부재로 인한 혼선: 소수 정예로 반을 나눈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오는 대로 수업을 받다 보니, 아이들이 정신없이 오가며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산만한 수업 환경: 책상 위에는 너덜너덜한 비닐이 깔려 있었고, 청소가 안 된 바닥 때문에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 발바닥이 새까매졌다. 핑크색과 하늘색 등 여러 색이 섞여 지저분해 보였던 벽까지, 정리가 안 된 느낌이 강해 1시간을 집중하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무분별한 간식 및 휴식 공간: 아이들이 간식을 자유롭게 꺼내 먹을 수 있는 구조였다. 아직 자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간식에 눈이 팔려 그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소파는 만화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공간이 되어, 이곳이 그림을 그리러 오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때우러 오는 곳처럼 보이기도 했다.
막상 정리하여 현실파악을 하자니, 상황은 처참했다.
재료들은 '쑤셔 박혀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엉망이었고, 재료실은 수납장 하나 없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소파를 들어 올리자 각종 쓰레기와 끈적한 간식, 심지어 벌레 시체들까지 나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쩌자고 계약 전에 이곳을 꼼꼼히 체크하지 못했을까'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후회할 시간도 없이, 나는 학기 직전에 인수를 받은 터라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꼬박 2.5일을 청소와 보수에 쏟아부었다. 친구들까지 동원하여 바닥을 닦고, 묵은 때가 탄 벽은 새로 페인트칠하며 공간을 보수했다. 오래된 건물이라 안전이 중요했기에 전등과 스위치, 콘센트까지 전부 셀프로 교체했다.
특히 교습소 내부에 있던 화장실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곰팡이와 냄새가 심해 수전을 교체하고 락스칠을 반복하며 닦아내야 했다. 또 교습소 이름이 바뀌었기에 올라오는 계단의 표지판, 문에 붙어 있던 시트지 등 모든 외부 요소까지 싹 교체했다. 공간이 완전히 깨끗해지자 비로소 내 공간이라는 실감이 났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바뀌었네?'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공간이 주는 힘이 크다고 믿었기에, 사소한 시계 하나까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면 나의 각오도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단단하게 전달될 것이라 생각했다. 깨끗하고 정돈된 공간은 자연스레 아이들의 집중력과 수업 태도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