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습소를 품은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더 이상 꿈이 아니었다. 이제는 내가 직접 이 공간을 운영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가야 했다.
이게 진짜 내 일이구나.
책임져야 할, 온전히 나의 일이 되었다는 생각에 교습소 원장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단단히 다잡았다.
회사생활 끝에 찾아온 교육서비스업이라 아직은 낯선 분야였다. 그래서 인수를 결정한 날부터 나는 미술학원과 교습소 관련 글, 인수 과정에 대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찾아 읽었다. 공부가 끝나면 이제는 순서대로 실행만 하면 될 일이었다. 하나씩, 차근차근
1. 부동산 임대계약
임대계약은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항목이다. 인수를 전제로 한 계약이므로, 건물주와 협의해 내가 이 공간을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는지 확정되어야 교육청에 운영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
많이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 예를 들어 20XX년 3월 1일부터 내 명의의 계약이 시작된다면, 운영등록증 역시 3월 1일 자로 발급된다. 기존 교습소에서 수업이 끊기지 않고 바로 이어질 경우에는, 계약 날짜를 조율해야 혼선이 없다.
2. 교육청 인수인계 서류준비
교육청 방문은 이전 원장님과 함께 시간을 맞춰 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아래는 내가 준비한 서류 목록이다.
- 교습자 변경신고서
- 인계인수확인서
- 인계자, 인수자 신분증
- 건물사용증빙서류 건물임대차계약서
- 교습자(인수자) 자격 증명서류(졸업증명서)
- 기존 교습소 운영등록증
- 인수자 사진(3*4cm) 2매
- 인수자 성범죄 및 아동학대 범죄경력 조회 동의서
- 교습비 변경 신고서
- 교습소 이름 변경 신고서
※ 교육청마다 요구 서류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관할 교육청에 사전 문의할 것.
3. 인터넷, 전화, 정수기 설치 신청
명의 변경도 가능하지만, 나는 교습소 내 유선 전화기를 없애고 기존에 사용하던 핸드폰을 업무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정수기와 인터넷도 마침 이전 원장님의 기존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어서, 새롭게 설치하기로 결정했고, 철수 날짜에 맞춰 설치 일정도 함께 조율했다. 인터넷과 핸드폰 요금은 지역 인터넷이나 알뜰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 요금제가 지역마다, 프로모션마다 다를 수 있으니 꼭 확인해 볼 것.
지역 인터넷 가입 - 3년 약정 / 월 9,900원
알뜰폰 가입 - 전화/문자 무제한 + 인터넷 1GB / 월 6,600원
4. 간판 변경
기존 교습소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까 고민했지만, 이전 원장님이 "아무 의미 없이 지은 이름"이라는 말에 새로운 이름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새롭게 의미 있는 이름을 붙이고 나니 간판도 자연스럽게 변경 대상이 되었다. 간판은 기존 틀을 활용해 천갈이를 할 수도 있고, 새로 제작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간판집 사장님이 기존 간판이 너무 오래됐다고 해서 새로 제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간판 소유권은 계약일 기준으로 자동 이전되므로, 크레인 작업이 필요한 경우 간판집 사장님께 기존 간판 제거 여부도 함께 문의해야 한다. 또는 이전 원장님과 간판 철거 관련해 명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5. 블로그 & 인스타 개설 + 로고디자인
기존 원장님이 SNS 운영을 활발히 하지 않으셨기에, 나는 새롭게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개설했다. 디자이너 출신인 만큼, 로고나 스킨 제작은 어렵지 않았다. 틈틈이 블로그 스킨을 직접 만들고, 교습소에 필요한 디자인 요소들도 하나씩 가이드라인으로 정리해 나갔다.
6. 수업자료 + 교습소 홍보문 정리
바로 수업에 투입될 예정이었기에 수업에 활용할 자료들을 미리 정리하고, 프로그램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온라인·오프라인 홍보에 사용할 문구도 함께 하나씩 작성해 두었다. 톤 앤 매너, 대상, 플랫폼별 버전 등을 미리 생각해 두면 나중에 작업이 훨씬 수월하다. 인수 후 3달까지는 정신없을 수 있으니 시간 날 때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 외부 전시회 등 곳곳에서 수업에 활용될 아이디어를 모아 어떤 수업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야 할지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7. 수업 인수인계
인수인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수업'을 인계받는 것이다. 인수 전, 기존 교습소의 수업 방식이 어땠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약 2주의 기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파악하고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낯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나의 전문 분야인 아이돌이나 캐릭터 이야기를 꺼내며 말문을 텄다. 다행히 아이들도 금세 경계를 풀고 나에게 다가와 주었다.
※ 인수 전, 수업 분위기를 꼭 확인해야 하는 이유
사실 인수인계 단계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계약 전에 공간은 꼼꼼히 둘러봤지만 아이들의 수업 분위기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천하자면, 계약서를 쓰기 전 꼭 수업 분위기를 직접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인수 후 바로 수업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분위기를 파악해 내 수업 스타일과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8. 원장 변경 문자 내용 정리
인수인계와 동시에 기존 학부모님들께 보낼 안내 문자를 정리했다. 첫인상이 곧 신뢰로 이어지기 때문에 너무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신뢰를 줄 수 있는 내용이 너무 중요했다. 문자 외에 학부모님 한 분 한 분께 직접 전화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화를 통해 아이의 특성을 조금 더 파악할 수 있고, 새로운 원장에 대한 궁금증과 우려를 해소해 드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화를 드리는 것이 좋다.
※ 안내 문자 예시
안녕하세요. 000 교습소를 이어 맡게 된 새로운 000 교습소의 원장 OOO입니다.
저는 OO미술대학에서 OO을 전공했고, 지난 O년간 아이들과 미술 수업을 함께해 왔습니다. 아이들이 즐거움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과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존 수업의 장점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아이패드 드로잉이나 OO 만들기 같은 새로운 수업도 추가할 예정이며, 앞으로 아이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존중하며 즐거운 미술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000 교습소 드림
9. 사업자 등록
사업자등록은 교육청에서 운영등록증이 발급된 후에야 신청이 가능하다.
교습소는 ‘면세사업자’이므로 반드시 교육청의 운영등록증이 필요하다.
가까운 세무서에서도 신청가능하지만, PC-홈택스 / 모바일 - 손택스에서는 빠르게 가능하다.
10. 사업자 통장 + 카드 등록
사업자등록증이 나오면 교습비를 받기 위한 사업자 통장과 재료비나 공과금 지출증빙을 위한 카드를 바로 신청했다. 그리고 홈택스에 바로 사업자 카드를 등록했다. 이렇게 해두면 지출 내역이 자동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나중에 세금 신고할 때 훨씬 편하다.
※ 개인적인 팁
사업자 카드를 등록했음에도 매달 지출과 소득내용을 철저하게 기록하는 게 좋다. 면세사업자의 경우 매년 초 사업자현황조사 /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게 되는데, 그때 꼼꼼하게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12. 교습소 보험 가입
교육청 등록 시, 교습소 보험 가입은 필수다. 대부분 농협이나 민간 보험사에서 연 1~2만 원 정도면 가입 가능하다. 서류는 운영등록 신청 후 안내해 주는 꼭 메일로 제출해야 하며, 매년 갱신 시에도 메일로 증빙해야 한다.
13. 재료정리 + 셀프인테리어 (페인트, 재료 정리 등)
이전 원장님이 철수한 후, 교습소에는 나 혼자 남았다. 본격적인 수업 전, 내부를 꼼꼼히 살폈다. 어떤 재료를 버릴지, 남길지를 구분하고, 벗겨진 페인트는 새로 칠하고, 오래된 전등도 바꾸고 묵은 먼지도 싹 날려 청소도 마쳤다. 학기 직전에 인수를 받은 터라, 따로 쉬는 기간 없이 바로 수업을 시작해야 했기에 주말을 거의 갈아 넣듯 준비했다.
14. 네이버 & 카카오 지도 등록
네이버 지도 등록의 경우, 이전 원장님께 폐업 신청을 요청한 뒤, 기존 네이버 플레이스를 양도받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야 기존에 쌓인 리뷰와 별점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는 비교적 간단하다. 새로 등록하는 방식이므로 직접 신청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등록할 수 있다
15. 수강료 정산
나름 철저하게 준비했음에도 이전 원장님과 정리되지 않은 문제들도 꽤 있었다. 제대로 더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강행한 나의 탓이기도 하다. 이전 원장님은 월말까지 수업하고, 나는 다음 달부터 운영을 맡기로 했다. 문제는 수강료였다. 이전 원장님의 경우에는 아이들마다 납부일이 다르다 보니, 월초에 낸 학생은 상관없지만 중순이나 말일에 낸 학생들의 경우, 나는 2주 가까이 공짜로 수업을 해주는 셈이 됐다. 나는 당연히 그 부분은 정산해 줄 줄 알았지만, 이전 원장님의 생각은 달랐다.
이 과정에서 나는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마인드가 얼마나 위험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마음이 급할수록, 더 꼼꼼하게, 더 천천히 봐야 했던 건데. 그때는 몰랐다. 교습소를 인수한다는 건 단순히 공간을 넘겨받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운영 방식과 관계, 시스템까지 함께 떠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금전적인 실수를 겪었지만, 나는 곧바로 가장 눈에 거슬렸던 교습소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수많은 서류 작업 끝에, 이제는 오직 나의 힘으로 공간을 바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