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 번 볼까?’에서
‘진짜 할 수 있겠다’까지

by 야웅


처음에는 그저 '경험 삼아' 몇 개의 교습소 매물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막상 발품을 팔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더 현실적인 고민들이 나를 따라왔다. 마음에 드는 매물을 만나기까지는 권리금, 보증금, 월세, 인테리어 상태, 거주지와의 거리 등 꼼꼼히 따져봐야 할 조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나하나 따져볼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욕심도 생기면서 동시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도 명확하게 보였다.


‘이걸 내가 정말 감당할 수 있을까? 그냥 전임 강사로 조금 더 배우고 시작하는 게 나을까?’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내 교습소를 갖고 싶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현실적인 부분들을 더 따져보기 전에는 쉽게 덤벼들 수 없었다. 그 사이, 창업에 대한 내 마음은 점점 더 진지해지고 있었다.


나는 총 7개의 매물을 살펴봤다. 교습소를 볼 때마다 나름의 기준을 세워 꼼꼼히 정리했고, 우선순위를 정해 꼭 확인해야 할 것들을 원장님에게 물어봤다.


[매물 점검 간단 체크리스트]

남겨두는 비품은 무엇인지 (프린터, 정수기 등)

권리금 조정이 어느 정도 가능한지

최근 건물주와 월세 인상에 대한 협의가 있었는지

왜 그만두시는지 (다시 개원할 계획인지)

현재 수강생 수, 순수익, 월별 이탈률

보조 선생님 유무, 차량 운행 여부

한 클래스 정원 및 수업 스타일 (그림 위주 / 만들기 위주)


나는 자취방 근처와 본가 근처를 오가며 여러 매물을 보러 다녔다. 수강생이 많은 매물은 권리금이 비쌌고, 인테리어가 잘된 곳은 투자금 부담이 컸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나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내가 감당 가능한 수준의 투자금’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빈 공간에 교습소를 차리기보다, 기존 교습소를 인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었다.


그렇게 큰 기대 없이 일곱 번째 매물을 보러 갔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권리금 1,500만 원 이하

월세 + 관리비 100만 원 이하

15평 이상의 공간

기존 수강생 30명 이상

인근 초등학교 2-3개

경쟁 교습소 4개 이하

내부 화장실


이 매물은 내가 바라던 조건에 대부분 부합했다. 공간에 비해 월세가 저렴했고, 수강생도 30명 이상으로 안정적이었다. 이전 원장님은 대학원 진학을 위해 그만두신다고 했고, 컴퓨터와 커피 머신을 제외한 모든 재료와 비품을 그대로 두고 가겠다는 조건까지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자취방에서 차로 20분 거리였고, 권리금도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내게 가장 큰 확신을 준 것은 기존의 수업 방식이었다. 아이들의 그림 퀄리티보다 ‘보육’에 가까운 방식이었는데, 이 점이 오히려 내게는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내가 근무했던 교습소는 작업물 퀄리티로 인정받던 교습소 중 하나였다. 적은 경력이지만 그런 곳에서 쌓은 경력 덕분에 아이들의 그림 실력을 높이는 데 자신감이 있었다.


'이 공간이라면, 내가 가진 강점을 살려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업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고민은 있었다. 이 공간을 인수한다는 건 결혼을 준비하며 모아 온 소중한 자금을 깨는 일이었다. 회사처럼 힘들다고 그만둘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이제는 내 이름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회사에 다니며 열심히 모았던 내 결혼자금을, 이 돈을, 다른 데 쓰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점점 더 이 교습소를 향한 의지가 커지고 있었다. ‘언젠가 나도 스스로 설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면, 바로 지금이 그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이 교습소를 내 무대로 삼기로 결정했다. ‘진짜 내 교습소를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결정 후 바로 이전 원장님과 만나 양도양수 계약서를 작성하며 계약을 마쳤고, 그 순간부터 모든 상황은 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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