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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tine sk Mardres Jul 07. 2023

#10 20230707

에드먼턴, 캐나다

방금 정말 이해하기 힘든 동영상클립을 봤다. 문화 충격을 온몸으로 겪고 오소소소 소름이 돋았다.  인형 눈썹 같은 촘촘하고 기다란 인조 속눈썹을 껌뻑 거리는 매력적인 구릿빛 피부의 여성이 주근깨 문신을 시술받고 회복하는 과정을 알차게 담은 영상을 보고 동공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주근깨를 일부러 피부에 문신으로 새기다니 미친 거 아닌가. 주근깨를 일부로 그려 넣는 것도 웃긴데 문신으로 까지 하다니 고개가 절로 절레절레 흔들린다.


영화 '50번째 첫 데이트'속 드류 베리모어가 아침마다 달라진 환경을 인지하자마자 두 손으로 귀 막고 비명 지르듯, 내 얼굴이 낯설다. 매일 낯선 내 얼굴에는 주근깨로 위장한 기미, 기미로 위장한 노인성 반점까지 보인다. 어떻게든 노화의 속도를 늦추어 보려고 기미 제거 크림을 바르고 있지만 딱히 눈에 띄는 효과는 없는 듯하다. 하나가 없어지면 두 개가 생기는 중인가 보다.  


마흔 중반이 넘어서야 나는 나에게 관심이 생겼다. 나는 어떤 것에 끌리는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게 되고, 진짜 재미있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되고, 설사 그것보다 더 짜릿한 일이 있더라도 지금 딱 좋고 나름 만족하는 법을 훈련했으니 아쉽지 않다. 아쉽지 않은, 가득 차고 넉넉한 상태를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말처럼 쉽지는 않으나 못할 것도 없다.


호불호가 쌓여 취향이 된다. 내 취향이 어떤가 알고 싶어 졌다.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가 이런 것 따위를 체험으로 알고 싶지는 않다.  한정수량이라고 하면 더 좋아 보이고 유한하기에 더 가치 있다. 남은 날이 지나간 날 보다 훨씬 적다는 생각에  뭐가 좀 더 재미있어졌다.


20여 년 만에 꺼내 입은 청바지가 하필 부츠컷이고 잡티, 기미, 주근깨로 한숨 나오는 와중 내가 살고 있는 여기서 주근깨가 유행이다. 기미도 주근깨라고 우겨볼 테다.



찍먹 취향존중 전혀 안해주는, 무자비하지만 제법 맛있는 에드먼턴 H마트 푸드코트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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