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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prison May 24. 2023

사랑은 당신의 일

5월 23일의 일기

길가에 지은 집처럼
너무 많은 밑줄이 너를 지나갔다.





그는 볼 때마다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자기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보답이 너무 야박하지 않냐고 투정도 한다.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좋아한다고 자랑처럼 말하는 그에게 언젠가 내가 들었던 한마디를 해주고 싶다.

"네가 날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널 왜 좋아해야 하는데?"

내 안에 갇혀 나만을 보던 나를 깨운 한마디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일이지 사랑받는 사람의 일이 아님을 나는 이 말을 듣고 알았다.

그때부터 사랑이란 이름으로 누군가를 보채지 않으려 기를 썼다.

사랑은 하는 이의 일이고 하는 이의 기쁨인 것을,

사랑받는 것이 꼭 기쁨은 아닌 것을 기억했다. 


사랑하는 이의 사랑은 선물이지만, 일방적인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달갑잖은 일이다.

누군가의 대상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주체이고 싶지 대상이고 싶지 않다.

그러니 제발 좋아한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말로 나를 자신의 대상으로 만드는 건 그만두었으면 싶다.

너무 많은 밑줄이 나를 그어서 몸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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