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만 보이는 너의 소리가 있다.
수줍은 네가 용기를 내어 꺼낸 아주 작은 말.
끝내 상대에게는 닿지 못한 말.
내게만 보이는 너의 몸짓이 있다.
커다란 어깨들 사이에 가려 끝내 누구도 보지 못한 작은 손짓.
내게만 보이는 너의 눈빛이 있다.
분주하게 스쳐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결코 어디에도 마주닿지 못한 자그마한 눈웃음.
웃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뒤에서 엄마는 보았어.
아니 애쓰지 않아도 보였지.
저만치서 달싹거리는 네 입술과 꼼지락대는 손가락과 네 시선이 머무르는 지점이 내게는 어찌나 선명한지
모두가 분주한 틈에도 엄마는 알겠더라,
자그마한 네 마음을.
그래서 있는 힘껏 달려가서 네게 대답을 해주었지.
그럴 수 없었던 어느 날에는
얼굴을 마주하고 누운 침대에서 이렇게 말했어.
근데 그거 알아? 아까 네가 그런 거 엄마는 봤다!
엄마가 다 봤어!
세상은 언제나 큰 걸 보지.
그리고 언제나 더 큰 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일 거야.
하지만 엄마는 세상이 보지 않는,
아니 결국 보지 못할 너의 가장 작은 것들을 볼게.
그래서 이 세상이, 네가 가진 것들 중
가장 그럴싸한 것에만 박수를 치는 동안에도
엄마는 너의 가장 초라하고,
가장 부끄러운 것들을 살필거야.
그러다 어느 날,
네 마음이 그 어느 곳에도 닿지 않았을 때,
있는 힘껏 달려가 네게 말할게.
괜찮아, 엄마가 다 봤어. 엄마가 다 알아.
작게 말해도 돼. 엄마가 들을게.
작게 웃어도 돼. 엄마가 더 크게 웃을게.
작게 인사해도 돼. 엄마가 더 꼭 안아줄게.
너의 그토록 작은 것들을 보듬어 주라고
너는 내게 이토록 작은 생명으로 온 건가봐,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