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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규리 Nov 11. 2024

은퇴후의 삶 6

흑 과 백으로 빚은 여백의 미

어머님께 다녀오는 동안 한 주를 쉬고 서예수업에 갔다.

지지난 주와 오늘 받은 서예 체본은 다음과 같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햇빛 대, 말이을 이, 말물, 빙그레할 유

붉은칠할 동, 화살 시, 여섯 육, 말마이다. 오늘 날과 비슷한 글자가 별로 없다.

무리도, 길도, 같을 여, 많을 다, 호, 새금, 진실로윤, 비우이다.

점점 글자가 어려워지기는 하지만 보면 볼 수록 멋스럽다.

우선 순서에 집착하니 선생님은 쓰다보면 저절로 차서가 잡힐거라 하신다. 유심히 보았지만 그래도 어렵다.

그래도 따라쓰기 시작한다. 붓과 놀기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서. 그런데 조금이라도 마음이 흐트러지면 공간분할도 획순도 단정함을 유지할 수가 없다.

선생님은 단지 백에 흑으로 긋는 것이라서 공간분할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하신다

이미지가 복잡하지 않아 그래도 따라쓰기가 어렵지 안핬다.
내가 쓴 글씨옆에 선생님이 다시 써주신 글씨이다 비교가 많이 된다

어설픈 글자이지만 그래도 노력하니 닮아가고 있다. 욕심은 내지 않을 것이다. 그냥 먹물을 묻혀 흰 여백을 채워가는 동안 작은 기쁨들이 올라온다. 붓놀림이 내가 하고 싶은대로 잘 될 때의 그 고소함은 더 말할나위가 없다. 공간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듯 내 삶에서도 균형있고 짜임새있는 생활을 꿈꿔본다. 보다 여유롭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하겠다.


비록 지금은 보잘것 없는 시작의 단계이지만 붓을 가지고 노는 일이 즐거워서 좋다. 이끌어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다.

세상 일이 다 마음대로 안되는데 글씨하나라도 내 마음가는대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그것이 또한 아름다운 공간의 창조와 연결된다면 더 멋질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붓길을 알고 붓과 잘  놀기를 꿈꾼다.


서예 선생님이 곁에 계셔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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