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나이를 먹어 갈수록 점점 능숙해지기보다는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왜 점점 어려워질까? 란 질문으로 시작해 이에 관해 최근에 친구와 나눈 대화가 생각이 난다.
첫 번째로는 나이가 들수록 자기 주관이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들 보다는 아주머니, 아저씨의 생각이 그리고 이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생각이나 신념이 훨씬 뚜렷하고 확고한 경우를 나는 살면서 종종 겪어봤다.
어릴 적 세상물정 잘 모르던 물렁물렁했던 뇌는 살면서 부딪히고 만나는 여러 경험들로 단단해지면서 각자만의 ‘가치관’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흔히 말하는 개인의 신념이 자칫 ‘고집’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 고집이 확고하면 인간관계에서 의사 충돌 피할 수 없는 여정이다. 왜냐하면 모두들 각자의 의견이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만하게 해결될 수도 있지만 반면에 각자의 의견을 고집하다 보면 관계는 끊어지기 마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항상 꾸준히 유지하고 싶은 마인드는 ‘유동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이, 성별 불문하고 누군가를 데려다줘도 대화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 웃고 내 생각과 너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자체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인정해 주는 태도. 그렇지만 무작정 열린 마음이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와 대부분이 생각하는 도덕적인 잣대 안에서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로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란 말이 나왔다. 여기서 말하는 ‘시간’이란 개념을 잘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이해하기 쉽게 아주 쉬운 예를 들며 이야기한 말들이 생각난다.
“우리가 어릴 적 학교 생활을 할 때는 시간이 많았잖아. 그래서 서로 기분이 상할 일이 생겨도 시간을 내어 같이 이야기도 나누면서 화해할 여유가 있기도 하고. 그렇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한 가정의 가장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의 엄마나 아빠가 되기도 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사라지는 거지. 보다 본질적이고 인생에서 중요하고 당장 신경을 써야 할 일들이 눈앞에 펼쳐진 순간들에 놓이게 되는 시점 말이야. ”
공감하는 바이다. 특히 주변에 결혼을 하고 아이들 가진 친구들을 보면 물질적인 시간도 없거니와 심리적인 시간 역시 부족해 보인다. 개인의 시간이 일을 비롯해 삶을 이루는 본질적인 가정이나, 양육에 맞춰지다 보면 당연히 나머지는 차선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중요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우선순위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스물세 살에 겪는 친구와의 다툼과 서른세 살 결혼한 가정의 아내이자 아이 엄마로서 겪는 친구와의 불화는 다가오는 무게치가 훨씬 다를 수밖에 없다.
가족, 친구, 그리고 살면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까지. ‘양보다 질’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서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지는 않다. 진정으로 아껴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 된 새로운 인연이든 상관없이 정말 속깊이 통하며 믿음이 있는 소수의 몇 명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몇 명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진정한 사람 한 명이면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웅이가 나의 연인으로서 인생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웅이의 존재는 내 인생 최고의 베스트 프렌드이기도 하다. 서로 장난치고 놀릴 때면 우리 사이를 모르는 누군가가 처음 볼 때 영락없이 친구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 해본다. 마음 깊이 서로를 믿으면서 의지하고 지지해 주는 사이. 장난치고 웃고 떠들고 슬픈 일이 생기면 위로도 해주며 인생의 회노애락을 함께 겪어가고 있는 사이. 가족 이외로 낯선 이로 찾아와 이제는 가족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나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인간관계가 아무리 어려워지고, 심지어 앞으로 살면서 닥칠 어떠한 인간관계의 고충 앞에서도 웅이라는 사람 덕분에 나는 버틸 것이고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바보 같은 자신감이 넘쳐흐른다.